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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분해 수소 생산…테크로스, 기술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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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공장서 기술 성과보고회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생산

    선진국보다 고효율·안정적



    25일 부산시 강서구 테크로스 부산공장에서 박석원 테크로스 대표(왼쪽 넷째)와 이중희 부방 테크로스 부회장(오른쪽 첫째)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테크로스

    25일 부산시 강서구 테크로스 부산공장에서 박석원 테크로스 대표(왼쪽 넷째)와 이중희 부방 테크로스 부회장(오른쪽 첫째)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테크로스



    "풍력과 태양광을 에너지로 전환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출력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25일 부산시 강서구 테크로스 본사에서 만난 박석원 테크로스 대표는 "선진국보다 효율이 높은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종합 환경기업인 테크로스는 이날 부산공장에서 '국산 수전해 기술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알칼라인 수전해는 이미 반도체와 정유산업 등에서 수십 년간 사용되고 있다. 알칼라인 수전해의 가장 큰 장점은 대형화가 용이하고 설비 비용이 낮다는 것이다. 귀금속 촉매제를 사용하지 않아 원가 부담이 적고 장시간 연속 운전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 대규모 수소 생산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알칼라인 수전해는 '재생에너지와는 맞지 않는 기술'로 인식돼 왔다. 기존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바람과 태양 등 기상 조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재생에너지와 연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과제는 전력 출력이 계속 변하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번에 테크로스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은 바람이 거의 없거나 해가 져 재생에너지 출력이 낮은 시간대에도 지속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번 기술의 핵심은 단순히 수전해 스택(수소 생산 셀을 여러 개 쌓아 놓은 모듈)을 국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전력 제어 기술과 운전 알고리즘, 안전 로직까지 포함한 수전해 시스템 전체를 국내 기술로 설계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테크로스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가 주관하는 소재·부품 기술개발, 으뜸기업, 슈퍼 을(乙) 국책과제와 연계해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테크로스는 지난해 말 부산공장 용지에 1.25㎿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날 테크로스는 국내 최초로 ㎿급 수전해 시스템 운영을 성공적으로 시연해냈다. 1.25㎿ 수소 생산 시스템에서는 시간당 약 250루베, 하루에 약 540㎏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수소차 약 106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박 대표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시스템의 핵심 부품이 스택인데, 테크로스의 스택은 효율이 86% 이상이어서 독일 기업(82%)보다 우수한 것으로 자체 검증됐다"며 "국내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이 중국보다 뒤처져 있었는데 이번 기술 개발로 중국은 물론 선진국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크로스는 과기정통부의 250㎾ 상용화 사업에 착수한 지 4년 만에 제품을 완성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급 상용화 모델까지 만들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국내 전력 환경과 재생에너지 조건에서 실증·개선을 거쳐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알칼라인 수전해


    물에 전기를 가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만드는 방식.


    [부산 박동민 기자 ]

    건축
    86세, 미술관 만들기 좋은 나이 (feat. 아이엠페이)

    86세, 미술관 만들기 좋은 나이 (feat. 아이엠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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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엠 페이 쑤저우 박물관


    아이엠 페이, 건축 이전의 인간에 대한 6가지 이야기

    쑤저우 박물관은 아이엠 페이(I.M. Pei)의 마지막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86세의 건축가가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건물에 새긴 작업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건물의 형태보다 그 이면에 있는 결정들이 더 흥미롭습니다.

    페이는 공사 전반에서 "내가 살아있을 때 완공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결정이 빨랐습니다. 돌 하나를 "6인치만 옆으로" 옮기라는 원격 지시도 그 속도 안에서 나왔습니다.


    ①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한 이유

    아이엠 페이는 원래 중국 국적이었고, 1946년 무렵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마오쩌둥과 장제스 사이의 국공내전이 한창이었습니다. 이 정치적 혼란 속에서 건축 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결국 미국 국적을 선택합니다. 이 선택이 없었다면 루브르 피라미드도, 워싱턴 국립미술관 동관도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② 삼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자정원을 소유했다

    페이의 삼촌은 쑤저우 사자정원(獅子林)의 소유주였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정원입니다. 페이는 어린 시절 그 정원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고 회고합니다. 쑤저우 박물관 설계에서 전통 정원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사자정원 쑤저우


    ③ 공무원과 2층 높이를 두고 싸웠다

    쑤저우 박물관 설계 당시, 현지 공무원들은 "박물관 높이가 너무 높다"며 2층 이상을 반대했습니다. 페이는 "사람들이 2층 높이에서 자연광을 경험해야 작품 감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고, 결국 2층 규모를 유지하게 됩니다. 설계자의 논리가 행정적 반대를 이긴 사례입니다.


    ④ 기와를 거부한 이유 — 재료가 너무 지배적이다

    쑤저우 공무원들은 박물관에 전통 기와를 쓰기를 원했습니다. 페이는 두 가지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첫째, 기와를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둘째, 기와라는 재료가 너무 지배적(dominant)이어서 좋은 건축적 형태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페이는 화강암 석재를 주재료로 선택했고, 그것이 쑤저우 박물관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⑤ "내가 살아있을 때 완공되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페이가 고령이었던 만큼 특별한 전제가 있었습니다. "내가 살아있을 때 완공되어야 한다." 이 조건 하나가 공사 전반에서 매우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쑤저우 박물관은 약 4년의 설계·공사 과정을 거쳐 2006년 완성되었습니다. 페이는 완공을 직접 보았습니다.


    ⑥ 돌 하나의 위치를 원격으로 조정했다

    정원 공사 과정에서 페이는 미국에 머물며 현장의 돌 배치를 사진으로 계속 보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모형으로 옮겨 "6인치만 옆으로", "2피트만 앞으로" 옮기라는 방식으로 집요한 디테일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바다 건너에서 돌 하나의 위치를 조율하는 건축가. 그 집요함이 쑤저우 박물관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쑤저우 박물관, 6가지 요약

    ① 국공내전으로 미국 국적 선택 → 미국 건축계를 이끈 경력의 시작

    ② 삼촌 소유 사자정원 → 전통 정원 언어의 원천

    ③ 2층 높이 논쟁 → 자연광 경험으로 설득 성공

    ④ 기와 거부 → 화강암 선택으로 독자적 언어 확보

    ⑤ 생전 완공 전제 → 4년 완공

    ⑥ 원격 돌 배치 조정 → 디테일 집요함

    디자인
    중국은 어떻게 전 세계 건축가들의 무대가 되었을까 | 상하이 ep7

    중국은 어떻게 전 세계 건축가들의 무대가 되었을까 | 상하이 e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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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왜 초고층을 멈췄나

    수저우에서 본 ‘높이 대신 문화’로 가는 도시의 방향

    한때 중국은 건축에 미친 나라였습니다. 전 세계 고층 빌딩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었고, 고속철도 노선 역시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이 짓는 나라”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은 어떻게 전 세계 건축가들의 무대가 되었을까 | 상하이 ep7

    중국은 왜 초고층을 멈췄나 수저우에서 본 ‘높이 대신 문화’로 가는 도시의 방향 한때 중국은 건축에 미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스스로 그 경쟁에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2020년 이후 500m 이상 초고층은 전면 금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묶였고, 250m 이상도 사실상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가장 많이 짓던 나라가 스스로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이 빠르게 지을 수 있었던 구조

    중국의 건설은 국가 단위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재는 대량으로 묶어서 조달되고, 설계·시공·감리는 전국적으로 표준화됩니다. 이 구조는 비용을 낮추고 공기를 단축합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속도”로 세계를 이깁니다.

    하지만 도시는 그 속도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2000년 이후 작은 도시들까지 초고층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200m 이상 초고층을 보유한 국가 중 중국은 압도적 1위가 됩니다. 집은 많아졌지만 도시는 점점 비슷해졌고, 삶과는 멀어졌습니다. 높이만 남긴 채 완공조차 못한 사례들도 등장합니다. ‘골든 파이낸스 117’ 같은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그 시대의 그림자처럼 남습니다.

    중국 정부가 방향을 바꾸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더 이상 “얼마나 높이 지었는가”가 도시 발전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높이 대신, 문화로 투자하는 도시

    초고층은 돈이 바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박물관·극장·공공건축은 더더욱 돈이 바로 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문화 시설, 공공 건축에 투자를 시작합니다. 이 변화는 국제 건축 매체에서도 드러납니다. 요즘 글로벌 플랫폼에서 자주 소개되는 프로젝트 상당수가 중국의 문화시설·공공건축입니다.

    즉, 중국은 지금 “건축이 실제로 구현되는 가장 큰 무대”가 됩니다.

    설계자의 국적을 넘어, 실현의 스케일이 중국에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집니다.


    수저우, 높이 대신 문화로 도시를 바꾸는 실험

    이 변화가 또렷하게 보이는 도시가 수저우입니다. 수저우는 전통과 역사로 유명한 도시이지만, 동시에 “현대적인 문화 지구”를 도시 계획 안에 의도적으로 심어 넣습니다. 그 결과 스산 문화지구 같은 새로운 거점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오늘 이곳에서 서로 다른 건축 언어가 나란히 공존하는 장면을 걸어서 확인해 봅니다.


    1) 수저우 박물관 서관

    오늘 일정의 시작은 수저우 박물관 서관입니다. 본관이 전통적 인상을 가진다면, 서관은 외곽에 위치하며 훨씬 현대적 성격을 강하게 띱니다. 2021년 완공된 프로젝트로, GMP 아키텍츠(독일) 설계입니다.

    이 건물은 단순한 박스가 아닙니다.

    큐브가 군집을 이루고, 그 사이를 유리로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큐브 한 변이 약 25m 정도라고 알려져 있고, 위에서 보면 더욱 특이한 덩어리감이 읽힙니다. 표면은 반들반들하고 부드럽게 마감되어 있으며, 큰 부지와 여유 있는 외부 공간 속에서 단정하고 기하학적인 존재감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박물관 앞 조각 작품이 건물의 딱딱함을 풀어줍니다. 조각은 켄고 쿠마가 설치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가까이 가면 구조가 더 시적으로 느껴집니다. 건물을 단독으로 세워두면 공허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조각이 공간의 밀도를 만들어 주며 ‘조화’를 완성합니다.

    또 하나의 감각은 ‘냄새’였습니다.

    건물 근처에서 로즈마리 향이 진하게 납니다. 조경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방문 경험의 일부가 되는 방식입니다. 건축이 시각만이 아니라 감각 전체로 설계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2) 수저우 대극장

    박물관 주변에는 대극장이 있습니다. 곡선으로 크게 휘어지는 덩어리감이 특징이고, 외피는 유리와 알루미늄이 비늘처럼 겹치는 느낌으로 보입니다. 빛에 따라 장면이 달라지는 타입입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그 곡선이 공간에서도 그대로 감지됩니다. 외부 형태가 내부 경험으로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이 지점에서 수저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단지 “멋있는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극장·과학관 같은 프로그램을 한 권역에 묶어서 도시의 일상 동선으로 끌어옵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권으로 만들려는 접근입니다.


    3) 수저우 과학관

    대극장 인근에는 뱀처럼 휘어진 형태의 과학관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한쪽에서 시작해 원형 동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구조로 읽힙니다. 호수와 산의 맥락을 끌어안는 배치가 인상적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공원+테마파크+문화시설”이 묶인 하루 코스가 되는 구성입니다.

    여기까지 걸으면서 든 생각은 단순합니다.

    이 문화지구는 건축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도시가 문화로 자신을 재조립하는 실험장에 가깝습니다.


    상하 리트리트의 작은 체플

    저녁에는 외곽에 있는 리트리트로 이동해 내리엔 후가 설계한 작은 체플을 봅니다. 불빛이 들어오는 시간대의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늦게 찾았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공간의 완성도와 별개로, “사람이 거의 없는 운영”이 만들어내는 역설입니다. 시설은 정교하고 직원도 많아 보이는데, 이용자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질문을 남깁니다.

    문화시설 확충이 도시를 바꾸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어떤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로 연결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수저우에서 확인한 것

    • 중국은 초고층 경쟁을 멈추고, 도시 발전의 기준을 바꿉니다.

    • 그 이후의 투자 축은 공공건축·문화시설로 이동합니다.

    • 수저우는 여러 건축가의 서로 다른 언어를 한 권역에 쌓아, ‘높이 대신 문화’로 도시를 재편하는 실험을 이어갑니다.

    • 동시에 운영과 지속성이라는 현실적 질문도 함께 남습니다.

    리뷰
    총균쇠 문명 불평등 이유, 인류 역사를 환경으로 읽으면 보이는 뜻밖의 답

    총균쇠 문명 불평등 이유, 인류 역사를 환경으로 읽으면 보이는 뜻밖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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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내용]

    총균쇠 문명 불평등 이유, 인류 역사를 환경으로 읽으면 보이는 뜻밖의 답

    총균쇠는 인류 문명의 격차를 인종이나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 농업, 가축, 문자, 균이라는 환경의 흐름으로 설명한다.

    총균쇠는 인류 문명의 격차를 인종이나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 농업, 가축, 문자, 균이라는 환경의 흐름으로 설명한다. 스페인이 잉카를 무너뜨린 장면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정보, 기술, 질병, 사회 구조가 누적된 결과였고, 그 배경에는 유라시아가 가진 우연한 조건들이 놓여 있었다.


    [내용]

    총균쇠 문명 불평등 이유를 처음 접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꽤 불편하다. 왜 어떤 문명은 총과 쇠를 만들고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을 지배했을까. 반대로 어떤 문명은 외부에서 밀려온 병과 무기 앞에서 너무 쉽게 무너졌을까. 이 질문은 사람의 우열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놓인 땅과 환경이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를 묻는 이야기다.


    총균쇠 문명 불평등 이유는 잉카 제국의 몰락에서 선명하게 보인다

    스페인의 피사로가 남아메리카 잉카 제국을 만났을 때, 숫자만 보면 승부는 말이 되지 않았다. 스페인 병력은 불과 168명, 잉카 제국 쪽은 수만 명 규모였다. 단순히 사람 수만 놓고 보면 잉카가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는 전쟁을 준비한 채 나온 것이 아니라, 낯선 방문자를 맞이하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반면 스페인 쪽은 이미 다른 문명을 정복한 기록과 경험을 갖고 있었다. 문자를 통해 축적된 정보의 차이가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승부의 방향을 바꿔놓은 셈이다.

    총소리, 말, 금속 무기, 갑옷은 잉카가 익숙하게 상대해온 전쟁의 도구가 아니었다. 특히 말은 아메리카 대륙에 없던 존재였고, 천둥처럼 울리는 총소리는 실제 살상력보다 심리적 충격이 컸다. 전쟁은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았고, 누가 더 많은 정보와 기술을 쌓아왔는지가 현실의 힘으로 나타났다.


    총과 쇠보다 무서웠던 것은 유럽인이 품고 온 균이었다

    스페인이 가진 무기는 총과 칼만이 아니었다. 더 무서운 것은 몸속에 품고 온 균이었다. 천연두, 홍역, 장티푸스 같은 질병은 유럽인에게도 고통스러운 병이었지만, 오랜 시간 가축과 함께 살아오며 일부 면역이 쌓인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는 컸다.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는 이런 병에 거의 방어력이 없었다. 그래서 정복은 전투장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칼을 들고 싸우기 전, 병이 먼저 공동체를 무너뜨렸다. 총균쇠를 단순히 강한 무기의 역사로만 읽으면 이 지점이 빠진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다시 나온다. 왜 유럽인은 그런 균에 먼저 노출됐고, 왜 아메리카 원주민은 그렇지 않았을까. 답은 가축과 생활 방식에 있다. 소, 말, 돼지, 양처럼 인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길러진 동물들은 노동력과 고기, 가죽만 준 것이 아니라 병원균도 함께 가져왔다.


    농업혁명은 도시와 문자, 기술을 밀어 올린 출발점이었다

    총균쇠에서 문명 격차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농업혁명이다. 농업은 단순히 먹을 것을 재배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살게 만들고, 인구를 늘리고, 역할을 나누게 했다.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도구를 만들고, 누군가는 기록을 맡는 식으로 사회가 점점 복잡해졌다.

    농업이 안정되자 저장해야 할 곡식이 생겼고, 나누고 계산해야 할 물자가 늘었다. 그 과정에서 문자가 필요해졌다. 최초의 문자들이 왕의 멋진 명령문이 아니라 곡식과 물자의 기록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꽤 현실적이다. 문명은 거대한 철학에서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창고에 쌓인 곡식을 세는 일에서도 자라났다.

    문자는 경험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장치였고, 시행착오를 데이터처럼 쌓아 기술 발전의 속도를 높였다. 구전으로 사라질 수 있는 지식이 기록으로 남으면, 다음 세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무기, 배, 제도, 행정으로 이어졌다.


    유라시아가 앞서간 배경에는 운 좋은 지도가 있었다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발전한 것은 아니다. 총균쇠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서 지도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비슷한 위도 안에서 기후와 계절, 식생 조건이 이어지기 쉬웠다.

    한 지역에서 잘 자라던 작물은 비슷한 위도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기 쉬웠다. 반대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위도가 달라지면 기후와 토양이 크게 바뀌고, 작물이 그대로 옮겨가기 어려워진다. 작은 한반도 안에서도 제주 감귤이 평양까지 그대로 퍼지기 어려운 것처럼, 대륙 규모에서는 그 차이가 훨씬 커진다.

    이 대목은 총균쇠의 메시지를 꽤 단순하면서도 강하게 만든다. 어떤 민족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농업과 기술이 퍼지기 쉬운 방향의 땅에 살았느냐가 문명 속도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가축이 많다는 것은 음식 이상의 힘을 가진다는 뜻이다

    유라시아의 또 다른 행운은 가축화할 수 있는 대형 포유류가 많았다는 점이다. 소, 말, 돼지, 양 같은 동물은 인간에게 고기와 가죽, 털을 주었고, 농사에는 노동력과 비료를 제공했다. 말은 이동과 전쟁의 속도를 바꿨다.

    모든 동물이 가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자는 힘이 세지만 키우는 비용이 너무 크고, 고릴라나 코끼리는 성장 시간이 길다. 어떤 동물은 성격이 너무 거칠어 인간이 다루기 어렵다. 결국 가축이 되려면 식성, 성장 속도, 번식, 성격 같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유라시아에는 이 조건에 맞는 동물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아메리카에는 라마와 알파카처럼 제한된 동물만 있었고, 아프리카의 많은 대형 동물은 인간이 길들이기 어려웠다. 가축의 차이는 단순히 고기를 더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생산력과 이동, 전쟁, 질병 면역까지 이어지는 차이였다.

    총균쇠를 읽을 때 놓치기 쉬운 한 문장

    문명의 차이는 사람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농업이 퍼지기 쉬운 땅, 길들일 수 있는 동물,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문자, 그리고 병에 대한 면역이 오랜 시간 쌓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의 갈림길은 통일과 분열에서도 갈렸다

    흥미로운 지점은 또 있다. 한때 기술과 문화의 중심은 유럽보다 아시아에 가까웠다. 중국은 뛰어난 조선 기술을 갖고 있었고, 대규모 선단을 바다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결국 세계를 바다로 밀고 나간 쪽은 유럽이었을까.

    총균쇠는 여기서 정치적 구조의 차이를 꺼낸다. 중국은 거대한 통일 체제 속에서 한 번 쇄국적 방향을 택하면 그 영향이 전체로 퍼졌다. 반대로 유럽은 여러 국가로 나뉘어 있었다. 어느 한 나라가 막아도 다른 나라는 바다로 나가고, 실패한 시도가 있으면 다른 곳에서 다시 도전했다.

    분열은 불안정하지만 경쟁을 낳고, 경쟁은 기술과 탐험을 밀어붙였다. 유럽이 처음부터 더 우월했던 것이 아니라, 서로 다투고 앞서가려는 구조가 자본, 기술, 군사력과 맞물리며 폭발한 것이다.


    총균쇠가 지금도 읽히는 이유는 질문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총균쇠 문명 불평등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말은 환경이다. 좋은 땅, 퍼지기 쉬운 작물, 길들일 수 있는 가축, 기록을 남길 문자, 병에 대한 면역, 경쟁을 부르는 사회 구조가 오랜 시간 쌓여 어느 순간 거대한 차이를 만들었다.

    이 책이 강한 반응을 얻은 이유는 단순하다. 인류의 격차를 인종이나 지능 같은 위험한 말로 설명하지 않고, 역사와 환경의 축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을 환경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왜 어떤 문명은 앞서갔고 어떤 문명은 밀려났는가”라는 질문에 꽤 강력한 틀을 제공한다.

    총균쇠를 읽는 재미는 과거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데 있지 않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세계 질서가 얼마나 많은 우연과 조건 위에 서 있었는지 깨닫는 데 있다. 문명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불평등도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책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질문의 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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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드넓은 땅 가진 미국은 왜 '광물 자립'을 이루지 못할까

    [책마을] 드넓은 땅 가진 미국은 왜 '광물 자립'을 이루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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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물전쟁



    어니스트 샤이더 지음 / 안혜림 옮김

    위즈덤하우스 / 584쪽│2만5000원


    中 희토류 등 싹쓸이하며

    광물 공급망 장악할 동안

    美는 환경단체와 규제에 막혀


    에너지 전문기자가 취재한

    전세계 광물 지정학의 현주소

    세계 희토류의 절반가량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바이윈어보 광산.  /한경DB

    세계 희토류의 절반가량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바이윈어보 광산. /한경DB


    “우리는 그린란드를 가져올 것이다. 100%다.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발언을 뚱딴지같은 이야기라고 무시할 수 없는 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핵심 광물’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열 발전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가공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 가공의 59%, 코발트 가공의 73%도 장악하고 있다.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200곳 중 148곳, 즉 78%를 점유한 곳도 중국이다. 반면 미국은 주요 50개 광물 중 41개를 50~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크고 광물이 차고 넘치는 나라에서 어쩌다 ‘광물 자립’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광물 전쟁>은 이런 미국의 딜레마와 배터리에 쓰이는 5대 핵심 광물을 둘러싼 글로벌 쟁탈전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로이터통신의 에너지 전문 기자인 저자가 미국, 볼리비아, 콩고, 중국의 광산 이야기를 취재해 각 분야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풀어냈다.




    2021년 미국이 20년 만에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한 중국 기업은 수도 카불 근처를 조용히 방문한다. 세계 최대 구리 매장층인 메스아이낙을 개발하기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결국 2024년 7월 광산 착공에 성공하게 된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의 일환으로 전 세계 광산을 싹쓸이하고 있다. 콩고의 텐케 코발트 광산, 아르헨티나에 있는 6개의 리튬 광산,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평원의 리튬 개발권, 심지어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패스에서 생산된 희토류마저 중국이 장악하며 공급망 독점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광물 주도권을 이용해 전투기 등 방위산업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등 미국의 군사력까지 위협하고 있다. 핵심 광물의 공급량을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경쟁국과 기업들을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를 구경만 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선 광산 개발과 자원 확보 전략이 시급한데도 미국이 손을 못 쓰고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환경오염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채굴하지 못하는 미국의 딜레마가 그 배후에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정부 의지만 있다면 뭐든 추진할 수 있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규제 당국의 엄격한 환경 기준이 존재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어떤 광물도 채굴할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미 내무부는 40가지 이상의 환경 조사를 요구하고, 토지관리국의 환경보고서 검토 과정이 필요하며, 시민 의견 수렴 절차까지 거친다. 대통령이 운영을 승인한 광산조차 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하면 사업은 무기한 지연된다. 미국 기업 피드몬트리튬은 테슬라와 계약을 맺고 경암 리튬 광산 개발에 나섰지만, 주민의 반발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 네바다 리오라이트 리지 광산의 1조4600만t(추정량)의 리튬, 미국에서 소비되는 구리의 25%를 공급할 수 있는 애리조나의 레졸루션 광산, 미네소타의 트윈메탈스 니켈·구리 광산,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 등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천연자원은 묻혀만 있다.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품고 ‘잠자는 광산’이 있는 각 지역을 직접 찾아 나섰다. 에너지 안보와 환경 문제라는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주민, 기업, 정부 관계자를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광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인가, 환경을 지킬 것인가’ ‘쇠퇴한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인가, 주민 안전을 챙길 것인가’ 등의 딜레마를 풀어가는 모습과 함께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물 지정학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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