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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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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평대 아파트는 너무 흔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구조 변경으로 같은 집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큰 가구를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어떻게 재편성하느냐에 있습니다. 이 집의 경우 한 개의 작은 방을 없애는 것만으로 주방, 거실, 안방의 세 공간 모두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 인테리어 2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 인테리어 1

    한 개 방을 없애서 만든 주방의 변신

    기존 주방은 코너 쪽에 다행도실이 툭 튀어나와 있었고, 그 앞으로 좁은 식탁 공간만 겨우 들어가는 전형적인 30평대 레이아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접한 작은 방 하나를 확장함으로써 34평형대에서는 볼 수 없는 넓고 우아한 주방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이 구조 변경의 첫 번째 효과입니다.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 인테리어 3

    설계자는 이 공간을 1인 동선에 최적화된 11자 구조로 구성했습니다. 요리를 혼자 많이 하는 아내를 위해 계수대에서 가열대로, 그리고 싱크로 이동하는 동선을 일직선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에 아일랜드는 원형 식탁으로 설계했는데, 이것이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실질적인 동선의 차이를 만듭니다.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 인테리어 4

    원형 식탁을 선택한 이유가 중요합니다. 만약 직사각형 식탁을 놓았다면 로봇 청소기가 다니는 동선이 막히고, 팬트리로 나가는 통로도 좁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형은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성을 보장하는 가장 실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아일랜드의 양쪽에 수납장을 더블로 만들어 실용성까지 극대화했습니다.


    주방 설계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로봇 청소기 진출입을 위한 개구부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인데, 정면에서 봤을 때 기계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예쁘게 보이도록 꺾어서 디자인했습니다. 옆의 문짝도 같은 높이로 띄워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으로 작동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초보자가 놓치기 쉬운 디테일입니다.

    거실과 작업 공간의 명확한 분리

    기존 거실은 단순히 소파와 TV만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또 다른 필요가 있었습니다. 주인 여성이 주로 사용할 공용 작업 공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업무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아닌가요?

    다만 이 가족은 "식사할 때는 밥만, 작업할 때는 작업만" 하고 싶다는 니즈를 표현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입니다. 좌우의 식탁과 작업 테이블이 겹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설계자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뭐가 맞고 틀렸다가 아니라 당신의 가족에게 맞는 방식을 찾으세요"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공간 설계의 철학입니다.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 인테리어 5

    거실 설계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방문이 바로 보이는 답답한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구조 변경으로 개방감 있는 공용 작업 공간으로 확장함으로써, 현관에서부터 대형 표현대처럼 느껴지는 스케일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의 숨겨진 설계 스킬

    일반적인 슬라이딩 도어는 한쪽으로만 열립니다. 중문이 반쯤 닫혀 있으면 결국 절반의 개방감만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설계에서 활용한 방식이 다릅니다. 벽체 바깥쪽으로 레일을 두 개 설치해서, 도어 자체를 벽 바깥으로 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도어를 완전히 열면 확실히 넓어지고, 반쯤 닫으면 프라이빗한 느낌이 나면서도 여전히 개방감을 유지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반드시 맞은편 벽이 돌출되어야 도어가 끝까지 납니다. 이것이 없으면 도어가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생깁니다. 이런 세부 사항은 시공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로와 세로 결의 리듬감 있는 활용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섬세한 설계 스킬이 바로 가로와 세로 결의 적절한 조합입니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의 트래버틴 세라믹은 가로로 결이 흘러갑니다. 반면 아일랜드 옆 브론즈 경은 세로로 끊어져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공간이 리드믹하고 정리된 느낌을 줍니다.

    거실로 넘어가면 원목 중문은 가로결의 루버로 만들어졌지만, 양쪽을 받아주는 벽체는 세로 패널로 처리했습니다. 벽등까지 세로 스트라이프를 살렸고, 펜던트도 세로의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반대편을 보면 하부는 가로로 흐르는 오브제가 들어가고 위는 가로로 끊었습니다.

    34평대 아파트 한 개 방을 없애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구조 변경의 정석 - 인테리어 6

    이렇게 복잡하게 설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집 안의 기본 요소들이 모두 가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도 가로, 가열대 공간도 가로, 무엇보다 TV는 확실한 와이드한 형태입니다. 이 피할 수 없는 가로를 세로와 잘 조합했을 때 직관적으로 정리되고 안정감 있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생활 동선으로 시작하는 안방 설계

    안방은 기존에 도어 타입으로,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이 반쯤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복잡했고, 동선도 어중간했습니다. 이 가족의 핵심 니즈는 명확했습니다. 남편이 아침 일찍 출근할 때 아내를 깨우지 않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결 방법은 잠자는 공간과 준비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조 벽체를 제외하고 안방 전체를 정리한 뒤, 파우더와 드레스 공간을 새로운 영역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로 기획했기 때문에 문을 열어 놓아도 전실처럼 연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안방 복도 끝에 미학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가족은 수납 공간을 원했고, 설계자는 기능에 미를 더했습니다. 하부에 센서등을 숨겨 넣은 것입니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와 여기서 제품을 바르고, 옷장에서 옷을 입고, 세팅도 하다 보면 아내와 충돌할 지점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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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 변경의 진정한 의미

    구조 변경은 벽을 없애고 공간을 넓히는 것만이 아닙니다. 가족의 실제 생활 루틴, 불편함,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한 뒤 이롭고 효용 있는 공간적 솔루션을 만드는 것입니다. 동선이 겹치지 않고, 각 공간이 명확하게 분리되면서도 개방감을 잃지 않는 설계. 그리고 가로세로 결, 슬라이딩 도어의 위치, 숨겨진 센서등 같은 디테일이 모여 사람의 생활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34평대는 비좁은 공간이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재설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개의 방을 없애고 불편을 해결하는 동선을 만들면, 평범한 아파트는 생활이 편한 집으로 변모합니다. 구조 변경을 계획 중이라면 이 설계의 세 가지 핵심을 기억하세요. 첫째, 가족의 실제 루틴에 맞춘 동선 설계. 둘째, 개방감과 기능성의 균형. 셋째, 가로세로 결이나 슬라이딩 도어 위치처럼 작은 디테일이 전체 공간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태그] 34평대 구조 변경, 아파트 리모델링 설계, 동선 설계 팁, 개방감 있는 거실, 아일랜드 주방 설계, 슬라이딩 도어 설치, 생활 루틴 맞춘 인테리어, 작은 아파트 공간 활용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건축 여행 후기, 샤넬 뒷골목에서 발견한 진짜 이유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건축 여행 후기, 샤넬 뒷골목에서 발견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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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는 단순한 쇼핑 거리라기보다 도쿄의 주류와 비주류 문화가 계속 부딪히는 건축 현장에 가깝다. 위드하라주쿠처럼 주변 숲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도 있고, 자일 오모테산도처럼 상업 건축의 문법에 반항하는 건물도 있다. 이 글은 네 개의 공간을 따라 걸으며 하라주쿠 특유의 양면성을 읽어본다.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건축 여행은 막상 걸어보면 쇼핑보다 공간의 충돌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쪽에는 샤넬 같은 하이패션 매장이 있고, 몇 걸음 옆에는 스트릿 패션 브랜드와 골목 문화가 붙어 있다. 고즈넉한 신사와 가장 빠르게 변하는 유행의 거리가 한 동네 안에 섞여 있다는 점도 이 지역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곳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 건축물이 많아서가 아니다. 하라주쿠는 주류와 비주류, 고급 브랜드와 스트릿 문화, 전통적 풍경과 상업적 에너지가 좁은 거리 안에서 계속 부딪힌다. 그 충돌이 그대로 건축의 표정으로 드러나는 동네라는 점에서 도쿄 건축 답사 코스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위드하라주쿠에서 보이는 메이지진구 숲과 현대 상가의 거리감

    하라주쿠역 앞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 중 하나가 위드하라주쿠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시기에 맞춰 새로 올라간 이 주상복합 건물은 처음 보면 목조건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철골 구조 위에 목재 마감이 덧입혀진 방식이다.

    중앙 입구에는 신사의 도리이를 떠올리게 하는 큰 문이 세워져 있다. 이 장치는 옆에 있는 메이지진구와의 연결성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를 사용해 지나치게 번쩍이는 현대 상업시설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흔적을 품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각 층마다 보이는 나무 기둥은 숲의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다. 하라주쿠역 앞 대로의 복잡함 속에서도 메이지진구를 둘러싼 숲의 이미지를 살짝 끌어온 느낌이다. 정면의 유리벽은 계단식으로 나뉘어 하나의 큰 건물인데도 여러 블록의 작은 상가가 모인 것처럼 보인다.

    대로변 카페에서 숲을 바라보는 맛도 있지만, 이 일대는 사람과 차량의 흐름이 워낙 많다. 그래서 조용히 쉬고 싶다면 정문 쪽보다 뒤편의 계단식 쉼터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하라주쿠역 바로 앞이라는 입지는 좋지만, 휴식까지 기대한다면 소음과 동선의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코쿠요 공간은 문구점이 아니라 생활감 있는 오피스 실험실에 가깝다

    위드하라주쿠를 따라 걷다 보면 다케시타도리처럼 사람이 몰리는 상권을 지나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위쪽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주택들이 섞인 골목이 나오고, 건물마다 벽돌과 타일, 형태가 전부 다른 일본 주거지 특유의 풍경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금이 그어진 듯한 독특한 외관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카페 겸 문구점으로, 일본의 유명 문구 기업 코쿠요 그룹이 직접 설계와 기획, 운영까지 맡은 공간이다. 노트와 학용품으로 익숙한 브랜드가 건축 공간을 만들었다고 하면 조금 의외지만, 사실 코쿠요는 오피스 디자인과 사무용 가구 영역까지 다루는 그룹이다.

    1층은 카페와 문구점, 2층과 3층은 가구 제작 공방과 제품 선행개발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외관도 완전히 열려 있거나 완전히 닫힌 느낌이 아니다. 안에서 무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는 남기되, 거리와도 적당히 연결되어 있다.

    매장 안에는 아기자기한 문구류와 독특한 소품이 많다. 특히 바느질된 실을 풀어가며 사용하는 달력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생활 물건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직원 복장이나 카페 메뉴에서도 학창 시절의 급식소 같은 친근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하라주쿠를 찾는 10대와 20대는 물론 다양한 연령대가 부담 없이 들어오게 만드는 장치처럼 보인다.

    하라주쿠 골목에서 공간을 보는 법

    하라주쿠는 큰길만 보면 브랜드 쇼핑 거리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옆으로 빠지면 문구점, 주택가, 스트릿 브랜드, 카페가 뒤섞인다. 그래서 건축을 보러 간다면 유명 건물 하나만 찍고 이동하기보다 큰길과 뒷골목을 번갈아 걷는 편이 훨씬 입체적이다.

    자일 오모테산도는 럭셔리 거리의 질서에 일부러 엇나간다

    하라주쿠의 양면성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우라오모테다. 겉과 속, 앞과 뒤라는 의미처럼 하라주쿠에는 오모테산도의 화려한 표정과 우라하라주쿠의 골목 문화가 나란히 존재한다. 이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지점 중 하나가 자일 오모테산도다.

    자일 오모테산도는 캣스트리트와 오모테산도가 만나는 교차점에 자리한 상업 건축물이다. 네덜란드 건축 그룹 MVRDV의 작품으로, 주변 상업 건축이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거대한 포장지처럼 변해버린 상황에 대한 반응처럼 읽힌다.

    이 건물은 바로 옆의 디올 오모테산도와 비교하면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디올이 정교하고 투명한 케이스 같은 인상을 준다면, 자일은 검은 블록들이 비틀리듯 쌓인 모습이다. 매끈하고 통제된 럭셔리 부티크와 달리, 자일은 여러 방향에서 들어갈 수 있는 동선을 만든다.

    일반적인 명품 매장은 파사드에 하나의 출입구를 두고, 내부 동선 역시 브랜드가 정한 흐름을 따르게 만든다. 반면 자일은 중앙 출입구 외에도 지하 계단, 외부 계단, 각 층으로 이어지는 여러 문을 둔다. 현재 사용되는 외부 진입 문만 해도 12개에 이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든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 반항적인 건물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샤넬을 비롯해 메종 마르지엘라, 꼼데가르송, 로마 디자인 스토어, HAY 등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아우르는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겉보기에는 불친절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안쪽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궁금증을 만든다.

    4층 카페 테라스에서는 옆 건물인 디올 오모테산도 로고가 보이는 인증샷 스팟도 있다. 서로 완전히 다른 태도를 가진 두 건물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장면은 꽤 묘하다. 경쟁하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관계처럼 느껴진다.

    래그태그 오모테산도에서 보이는 투명함과 폐쇄감의 미묘한 균형

    자일을 나와 왼편으로 돌면 우라하라주쿠에서 이어지는 캣스트리트를 계속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시부야까지 이어지고, 오모테산도의 하이패션 거리와는 다른 캐주얼한 공기가 흐른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하라주쿠 골목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

    그 안에서도 래그태그 오모테산도는 건축적으로 꽤 흥미로운 공간이다. 현재는 빈티지 아이템과 중고 의류를 주로 취급하는 매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고급 가구와 인테리어 잡화를 판매하던 공간이었다. 설계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세지마 카즈오가 맡았다.

    외벽 전체가 유리로 구성된 점은 세지마 카즈오의 다른 작업들과도 연결된다. 유리와 금속처럼 매끄러운 소재를 사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인상을 만들지만, 이곳은 단순히 속이 다 보이는 건물이 아니다. 얇은 줄무늬가 들어간 유리벽을 이중으로 세우고, 그 줄무늬가 겹치며 물결 같은 무늬를 만든다.

    이 효과 때문에 낮에는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고, 밖에서는 내부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개방되어 있지만 동시에 닫혀 있는 느낌이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투명한 유리로,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두꺼운 벽으로 처리되어 있어 이런 대비가 더 또렷하다.

    다만 현재는 일부 계단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어 원래의 완전한 투명감을 그대로 느끼기는 어렵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건축적 의도가 멋져도 실제 운영에서는 사용자의 시선과 편안함이 결국 조정점이 된다.

    매장 곳곳에 놓인 명작 가구들은 이 공간의 과거를 살짝 떠올리게 만든다. 중고 의류 매장이 된 지금도 단순한 쇼핑 공간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옆에 있는 삼각형 형태의 건물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업으로 알려져 있어, 이 일대는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봐야 더 재미있다.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건축 여행이 기억에 남는 이유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는 하나의 분위기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 블록 차이로 럭셔리 부티크와 스트릿 골목이 바뀌고, 고요한 신사와 번잡한 쇼핑 동선이 겹친다. 그래서 이곳의 건축은 조화를 택하기도 하고, 정면으로 반항하기도 한다.

    위드하라주쿠와 코쿠요 공간은 주변의 환경과 생활감을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반대로 자일 오모테산도와 래그태그 오모테산도는 상업 거리의 익숙한 문법을 조금씩 비틀며 새로운 경험을 만든다. 이 둘이 섞여 있기 때문에 하라주쿠만의 공기가 만들어진다.

    도쿄에서 현대건축을 보고 싶다면 오모테산도의 유명 플래그십 스토어만 따라가도 충분히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하라주쿠 건축 여행의 진짜 재미는 큰길과 뒷골목을 함께 걸을 때 살아난다. 화려한 브랜드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반항, 그리고 그 반항마저 쇼핑과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는 장면이 이 동네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g9PrE_Jzo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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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부쿠로 현대건축 여행 코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부터 쿠마 켄고까지 의외로 깊은 이유

    이케부쿠로 현대건축 여행 코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부터 쿠마 켄고까지 의외로 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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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부쿠로 현대건축 여행 코스를 생각하면 처음엔 선샤인시티나 번화가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이 동네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1920년대 건축부터 쿠마 켄고의 수직 정원까지, 생각보다 깊은 시간의 층을 품고 있다. 시부야나 신주쿠처럼 화려한 도심이라는 얼굴 뒤에, 오래된 이미지와 도시 재생의 흔적이 동시에 남아 있는 곳이다.

    이케부쿠로는 지금은 도쿄 3대 부도심 중 하나로 익숙하지만, 과거에는 화재로 일부 지역이 사라졌고 형무소, 공사판, 유흥가, 고속도로 아래의 어두운 분위기까지 겹치며 거친 이미지가 강했던 동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의 건축을 보는 일은 단순히 예쁜 건물을 찾는 여행이 아니라, 도시가 자신의 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따라가는 산책에 가깝다.

    자유학원 명일관에서 만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조용한 수평선



    이케부쿠로역 남쪽 출구에서 메트로폴리탄 호텔 뒤편으로 걸어가면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진다. 번화가의 속도가 조금씩 사라지고, 오래된 보도블록과 낮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끝에 자리한 곳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자유학원 명일관이다.

    자유학원 명일관은 일본에서 여성을 위한 교육 이념과 맞물려 만들어진 근대 건축물로, 단순한 학교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20세기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로 거론되던 건축가였고, 이 작은 학교는 그의 유기적인 건축 감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의 매력은 거대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낮게 깔린 수평 입면과 기하학적 패턴이 만드는 차분한 밀도에 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의 학교라 규모는 작지만, 창살과 조명, 의자, 목재 디테일이 공간을 빈틈없이 채운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작다’는 느낌보다 ‘손으로 만든 공간’이라는 감각이 먼저 온다.



    특히 운동장 쪽으로 열린 큰 창과 수직 창살은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이지만, 비용을 고려해 통유리에 창살 패턴을 더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빛이 들어오는 방식과 조명의 각도가 절묘해서, 공간 전체가 조용히 장식되는 느낌을 준다. 르 코르뷔지에의 차갑고 기계적인 근대건축과는 다른, 조금 더 따뜻한 결의 근대성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강당까지 보면 자유학원 명일관의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자유학원 명일관은 길을 사이에 두고 본관과 강당으로 나뉜다. 강당은 늘어나는 학생 수를 수용하기 위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자 엔도 아라타가 설계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인 인상은 스승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지만, 입구와 정원의 분위기에서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

    본관이 자연을 건물 안으로 부드럽게 끌어들이는 느낌이라면, 강당 쪽은 자연물이 조금 더 분리되어 있는 인상이다. 그래서 두 건물을 함께 보면 같은 계보 안에서도 건축가의 손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게 된다. 여행 중 건축을 보는 재미는 이런 미묘한 차이에서 커진다.

    입장할 때 300엔을 추가하면 중앙 카페에서 차와 과자를 곁들일 수도 있다. 건축 답사라고 해서 무겁게만 볼 필요는 없다. 오래된 교정의 나무와 낮은 건물,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며 잠깐 앉아 있는 시간이 오히려 이 장소를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자유학원 명일관을 볼 때 놓치기 아까운 부분

    건물의 크기보다 창살 패턴, 조명 각도, 의자와 목재 디테일을 천천히 보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의 분위기가 훨씬 선명하게 다가온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 리뉴얼이 동네 이미지를 바꾼 방식



    이케부쿠로 동쪽 출구로 넘어오면 선샤인시티 주변의 고가도로와 빌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활기 있는 상업지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는 공사판과 어두운 공원, 유흥가 이미지가 겹치며 도시의 인상이 꽤 거칠었다고 한다. 그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줬던 장소 중 하나가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이다.

    지금의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은 밝고 정돈된 잔디광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전에는 어둡고 무섭고 지저분한 공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역과 가까운 좋은 입지였기 때문에, 이 공간이 바뀌면 이케부쿠로의 이미지도 빠르게 달라질 수 있었다.

    7년에 걸친 리뉴얼 이후 이 공원은 지나치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장소로 바뀌었다. 잔디밭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앉고 쉬게 만드는 장치가 됐고, 그 변화만으로도 동네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물론 흡연 민원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도시 재생이 꼭 거대한 건물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쿠마 켄고 도스마 구청 정원은 무료 전망대처럼 즐기는 곳



    선샤인시티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도스마 구청과 아파트가 결합된 도스마 에코뮤제 타운이 보인다. 이 건물은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설계를 맡았던 쿠마 켄고 사무소의 작업으로, 외부에서부터 재활용 목재와 식물, 태양광 패널이 겹쳐진 듯한 독특한 표정을 보여준다.

    이 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0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경사진 수직 정원이다.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가면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전망대와는 다른 조용한 풍경이 펼쳐진다.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면서도 사람이 많지 않아, 날씨 좋은 날에는 유료 전망대보다 더 여유롭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이 정원은 오후 4시까지만 개방되기 때문에 시간을 놓치면 가장 좋은 장면을 보기 어렵다. 이케부쿠로 건축 여행 코스에 넣는다면 자유학원 명일관을 먼저 보고, 점심 이후 동쪽으로 넘어와 늦지 않게 도스마 구청 정원을 보는 흐름이 편하다.

    밖에서 보이던 패널은 가까이서 보면 더 흥미롭다. 재활용 목재, 태양광 패널, 실제 식물들이 섞여 있고 층마다 배열과 높이가 조금씩 달라서 걷는 동안 시선이 단조로워지지 않는다. 쿠마 켄고 건축에서 자주 보이는 수직 루버와 목재 감각은 내부에서도 이어진다. 엘리베이터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도 수직 루버가 분위기를 정리해줘 조잡하기보다 질서 있게 느껴진다.

    이케부쿠로 건축 여행은 번화가의 다른 얼굴을 보는 일이다

    이케부쿠로는 낮보다 저녁부터 더 활기를 띠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유흥가와 상업시설, 캐릭터 숍, 선샤인시티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자유학원 명일관 같은 근대 건축,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 같은 도시 재생의 흔적, 쿠마 켄고의 공공건축이 숨어 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오츠카의 라멘집 나키루를 점심 동선에 넣어도 좋다. 8년 연속 라멘으로 미슐랭 원스타를 유지한 곳으로 언급될 만큼 유명하고, 탄탄면의 깔끔함이 인상적인 곳이다. 다만 웨이팅이 길어 선뜻 가볍게 들르기는 어렵다. 이른 점심을 잡을 수 있을 때만 현실적인 코스가 된다.

    이케부쿠로 현대건축 여행 코스의 재미는 “이 동네가 이런 곳이었나”라는 감각에 있다. 100년 전 교육 이념을 담은 작은 학교에서 시작해, 어두운 이미지를 벗으려는 공원, 그리고 살아 있는 나무 같은 건물을 꿈꾼 공공청사까지 이어진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조금 느린 도쿄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케부쿠로는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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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국립박물관 건축이 서울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90년 동안 쌓인 공간 기획의 힘

    도쿄국립박물관 건축이 서울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90년 동안 쌓인 공간 기획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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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내용]

    도쿄국립박물관은 한 번에 완성된 박물관이 아니라 1909년부터 1999년까지 시대마다 다른 건축 언어가 차곡차곡 더해진 공간이다. 효케이관, 본관, 동양관, 호류지보물관은 각각 서구화, 정체성 회복, 동양미의 해석, 보존과 공개라는 고민을 건축으로 남겼다.


    [내용]


    도쿄국립박물관 건축 특징을 처음 마주하면 단순히 “오래된 박물관이구나” 하고 지나치기 어렵다. 우에노 공원 북쪽의 한 부지 안에 1909년부터 1999년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건물이 차례로 놓여 있고, 그 사이에는 단순한 증축이 아니라 앞선 건물과 다음 건물이 서로 대화하는 듯한 긴장이 흐른다.

    서울의 많은 건축이 새로 짓고, 고치고, 빠르게 바꾸는 방식으로 도시의 속도를 보여준다면, 도쿄국립박물관은 조금 다르다. 이곳은 기존 건물을 쉽게 지우지 않고, 그 옆에 다음 시대의 답을 조심스럽게 얹어왔다. 그래서 도쿄국립박물관은 건물 하나를 보는 장소라기보다, 90년에 걸친 공간 기획의 판단을 읽는 장소에 가깝다.

    도쿄국립박물관이 특별한 이유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처음부터 완벽한 마스터플랜으로 다섯 개 건물을 한꺼번에 세운 공간이 아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하나씩 더해졌고, 그때마다 기획자들은 같은 질문 앞에 섰다. 이미 무언가가 들어선 땅 위에 다음 건물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건축이 단순히 외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선 시대의 건물이 만든 분위기, 축선, 시야, 재료감, 상징성을 모두 읽은 뒤 그다음 건물이 들어서야 했다. 무심코 새 건물을 놓으면 부지는 흐트러지고, 지나치게 옛 건물에만 맞추면 자기 시대의 목소리를 잃는다.

    왼쪽에는 1909년의 효케이관, 정면에는 1938년의 본관, 오른쪽에는 1968년의 동양관이 자리한다. 여기에 1999년의 호류지보물관과 헤이세이관까지 더해지면서 이 부지는 박물관이면서 동시에 시대별 건축 언어가 쌓인 거대한 기록물이 되었다.

    효케이관은 메이지 시대가 유럽을 향해 보낸 선언처럼 보인다

    도쿄국립박물관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본관이 아니라 효케이관이다. 1909년, 훗날 다이쇼 천황이 되는 황태자의 결혼을 기념해 세워진 이 건물은 일본이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했던 시대 분위기를 그대로 품고 있다.

    네오바로크풍 외관, 대칭적인 구성, 입구의 사자 조각, 세월을 먹고 푸르게 변한 돔은 당시 일본이 유럽식 건축을 얼마나 강하게 의식했는지 보여준다. 막상 앞에 서면 장식이 많은데도 가볍지 않고, 오히려 국가적 메시지를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1923년 관동대지진은 이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시 박물관의 상징이던 벽돌조 건물이 무너지면서, 서양식 건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효케이관은 살아남았지만, 그 이후 들어설 건물들은 더 이상 단순한 서구 모방으로 갈 수 없었다.

    본관은 무너진 서양식 건축 위에 일본식 정체성을 덧씌운 건물이다

    1938년에 완성된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은 관동대지진 이후의 답처럼 등장한다. 설계 공모를 거쳐 지어진 이 건물에는 단순한 박물관 재건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무너진 서양식 벽돌 건축 대신, 일본은 무엇을 자기 건축의 얼굴로 삼을 것인가를 보여줘야 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서양식 콘크리트 구조 위에 일본식 지붕을 얹은 재관양식이다. 양복을 입고 갓을 쓴 사람처럼 어딘가 어색하지만, 바로 그 어색함이 당시 일본 사회의 정체성 고민을 드러낸다. 이 건물을 단순히 전통적인 일본풍 박물관으로만 보면, 그 안에 담긴 시대적 불안과 정치적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

    본관 내부의 대리석 계단과 웰홀은 지금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중앙 홀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이어지는 아치, 돌바닥에 울리는 발소리, 넓게 펼쳐지는 계단이 몸을 먼저 압도한다. 이 공간이 여러 광고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인 이유도 이해된다.

    전시 동선 역시 일본 미술의 흐름을 몸으로 따라가게 만든다. 1층과 2층을 이동하며 조각, 도자, 칠기, 일본미의 연대기를 지나가다 보면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기억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양관은 콘크리트로 번역한 실크로드의 창고 같다

    1968년에 들어선 동양관은 본관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고도성장기의 일본이 자신을 아시아의 중심으로 인식하던 시기, 동양관은 그 자신감을 건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설계자는 다니구치 요시로. 전통과 모더니즘을 한 건물 안에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를 오래 고민한 인물이다.

    동양관의 외관은 얼핏 콘크리트 건물인데, 자세히 보면 목조 건축의 기억이 배어 있다. 깊게 돌출된 처마, 기둥 상단의 형태, 격자 루버, 은근한 박공 지붕의 기울기까지 모두 전통 건축의 감각을 현대 재료로 옮긴 장치처럼 보인다.

    내부는 더 흥미롭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이어지는 구조 사이에 중간층을 끼워 넣은 스키플로어 방식이라, 관람 동선이 단순히 위아래로 나뉘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천장 높이와 빛의 온도가 달라지고, 공간은 마치 동굴처럼 깊어졌다가 다시 열리는 리듬을 만든다.

    이 동선은 중국, 한반도, 동남아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이집트로 이어지는 동양 미술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전시를 보며 걷다 보면 동양관이 단순한 전시실이 아니라 실크로드를 압축한 건축적 여행처럼 느껴진다.

    호류지보물관은 건축이 스스로 조용해지는 방식으로 유물을 살린다

    1999년에 완성된 호류지보물관은 도쿄국립박물관 안에서도 가장 조용한 긴장을 가진 건물이다. 이곳은 나라 호류지가 황실에 헌납한 300여 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공개하기 위한 공간이다. 7~8세기 아스카·나라 시대의 금동불과 목조 조각처럼 예민하고 오래된 보물이 중심이다.

    설계자는 다니구치 요시오다. 동양관을 설계한 다니구치 요시로의 아들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전통과 모더니즘을 나란히 세우는 방식으로 답을 냈다면, 아들은 호류지보물관에서 건축이 최대한 조용해지는 길을 택했다. 유물이 말하게 하고, 건물은 뒤로 물러나는 방식이다.

    입구 앞의 얕고 넓은 수반, 대각선으로 놓인 석제 통로, 정면으로 곧장 밀고 들어가지 않게 만드는 동선은 모두 의도된 장치다. 직선으로 들어가고 싶은 몸을 살짝 비틀게 만들고, 그 사이에 물과 빛, 건물의 반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내부는 유리와 알루미늄의 현대적 외피 안에 라임스톤 전시 박스를 넣은 이중 구조다. 온도, 습도, 자외선을 통제하면서도 관람객에게 유물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전 공간이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릴 정도로 보존에 민감했다면, 새 보물관은 보존과 공개라는 충돌하는 조건을 건축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도쿄국립박물관을 다르게 보는 방법

    건물을 예쁘다, 웅장하다 정도로만 보지 말고 “왜 이 위치에, 왜 이 시기에, 왜 이런 형태로 들어왔을까”를 따라가면 공간이 훨씬 입체적으로 읽힌다.

    헤이세이관까지 더해지며 도쿄국립박물관은 시대의 층을 완성한다

    본관 뒤편의 헤이세이관은 1999년에 완공됐다. 나루히토 황태자의 결혼을 기념해 기획된 건물이라는 점에서, 1909년 다이쇼 천황의 결혼을 기념해 세워진 효케이관과 묘하게 이어진다. 90년의 간격을 두고 황실의 두 세대가 한 부지 안에 건축으로 남은 셈이다.

    이런 구성이 흥미로운 이유는 도쿄국립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일본이 각 시대마다 어떤 상징을 건축으로 남기려 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효케이관은 서구를 향한 열망, 본관은 재난 이후의 정체성, 동양관은 아시아를 향한 시선, 호류지보물관은 보존과 공개의 균형을 말한다.

    막상 이 흐름을 알고 경내를 걸으면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 건물 하나하나가 따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앞선 건물이 던진 질문에 다음 건물이 조용히 답하는 구조처럼 느껴진다.

    도쿄 건축 여행에서 이곳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

    도쿄국립박물관은 유명한 전시품 때문에만 갈 곳이 아니다. 도쿄 건축 여행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곳은 도시를 읽는 출발점에 가깝다. 새것만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과 협상하며 다음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울과 도쿄의 차이를 단순히 스카이라인이나 규모로만 비교하면 놓치는 것이 많다. 중요한 것은 오래된 것을 남기는 방식, 새 건물이 들어올 때 기존 질서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감각을 남기는지다.

    도쿄국립박물관의 진짜 매력은 건축물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시대의 판단이 보인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곳을 보고 나면 도쿄의 다른 건물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걸 누가 왜 이렇게 지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효케이관의 녹색 돔, 본관의 웰홀 계단, 동양관의 콘크리트 기둥, 호류지보물관의 비틀어진 진입로는 모두 각 시대의 기획자가 남긴 답이다. 그리고 그 답들이 한 부지 안에 나란히 서 있기 때문에 도쿄국립박물관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는 꽤 좋은 교과서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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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러닝 코스와 온러닝 런클럽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고쿄부터 요요기 공원까지

    도쿄 러닝 코스와 온러닝 런클럽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고쿄부터 요요기 공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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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내용]

    도쿄 러닝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도시가 예뻐서만은 아니다. 고쿄의 신호 없는 평지, 아카사카의 언덕, 토요스의 바닷바람, 요요기 공원의 흙길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러너의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여기에 온러닝은 매장, 커뮤니티, 시착, 사진, 식사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엮어 러닝을 운동이 아닌 도시형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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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도쿄 러닝 코스와 온러닝 런클럽 후기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그냥 운동하러 간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새벽의 고쿄를 달리고, 아카사카 언덕에서 숨이 차오르고, 요요기 공원의 흙길을 밟는 장면마다 도시가 러너를 위해 일부러 설계된 것처럼 느껴진다.

    도쿄는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직접 뛰어보면 그 감각은 더 선명해진다. 길은 끊기지 않고, 시야는 넓게 열리고, 오래된 돌담과 유리 마천루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도쿄 러닝의 매력은 풍경이 아니라 몸의 리듬을 도시가 받아주는 방식에 있다.

    고쿄 러닝 코스는 도쿄의 시간을 발로 통과하는 길이다



    히가시니혼바시에서 출발해 니혼바시, 오테마치, 고쿄, 마루노우치, 야에스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약 13km 코스는 도쿄 러닝 입문 코스로 꽤 매력적이다. 숙소가 고쿄에서 1km 안팎이라면 출발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새벽 5시 30분쯤 도시가 아직 완전히 깨어나기 전 달리면, 도쿄 도심을 거의 혼자 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쿄에 가까워질수록 바닥의 감각이 달라진다. 왼쪽에는 에도성의 오래된 돌담과 해자가 있고, 오른쪽에는 유리와 강철로 세워진 현대식 빌딩이 서 있다. 오래된 시간과 현재의 밀도가 동시에 밀려오는 장면이다.

    이 구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다. 신호가 거의 없어 리듬이 끊기지 않고, 길의 폭과 시야가 러너의 호흡을 안정시킨다. 뛰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도시가 나를 밀어주는 것 같은 감각이 생긴다.

    고쿄에서 아카사카까지 이어지는 LSD 코스는 중급 러너에게 더 짜릿하다



    고쿄를 중심으로 아카사카 별궁과 메이지 진구 가이엔까지 연결하는 약 20km 전후의 LSD 코스는 조금 더 깊은 도쿄 러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고쿄 5km 구간은 평지 중심이라 리듬을 만들기 좋지만, 아카사카로 넘어가면 언덕과 내리막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고쿄 러닝에는 암묵적인 에티켓도 있다. 반시계 방향으로 달리고, 보행자를 우선하며, 지나치게 시끄럽게 굴지 않는 분위기다. 누가 강하게 통제하지 않아도 질서가 유지되는 점이 흥미롭다. 공간이 가진 무게가 사람의 행동을 조용히 조정하는 느낌이다.

    아카사카 별궁 주변은 속도를 내기보다 풍경을 받아들이는 구간에 가깝다. 오르막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다가, 내리막에서 몸이 풀리는 리듬이 있다. 다만 고저차가 있는 구간이라 무리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후반부에 다리가 먼저 잠길 수 있다.

    토요스 공원 러닝은 바람과 평탄함이 동시에 기억난다



    토요스 공원 주변 러닝 코스는 고쿄나 요요기처럼 반드시 넣어야 할 대표 코스는 아니다. 접근이 애매한 구간도 있고, 일부 동선은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토요스 쿠루리 공원 방향으로 단순하게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블루보틀 커피 토요스 공원점 부근에서 출발해 일자로 뻗은 길을 달리면 페이스 유지가 쉽다. 도쿄만, 레인보우 브리지, 하루미 쪽 풍경이 열리고, 마루노우치와는 전혀 다른 임해부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이 코스는 감성적인 러닝보다 훈련에 가까운 매력이 있다. 길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페이스주나 긴 호흡의 조깅에는 오히려 좋다. 다만 바닷가 특유의 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고, 코스 중간에 음수대가 많지 않다. 물과 에너지젤은 미리 챙기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온러닝 긴자 런클럽은 운동보다 먼저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게 만든다


    온러닝 긴자점의 런클럽은 흔히 생각하는 러닝 모임과 결이 다르다. 단순히 모여서 달리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매장이라는 공간을 통째로 경험하게 만든다. 폐점 후 매장에 들어가 QR 인증을 하고, 팀 컬러 팔찌를 받고, 평소에는 닫혀 있는 지하 라커룸으로 내려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엑시 헌트 코디네이트 배틀 같은 프로그램은 러닝과 쇼핑, 스타일링을 묘하게 섞는다. 한 팀은 도심을 달리며 사진을 찍고, 다른 팀은 온러닝 제품으로 코디를 만든다. 기록 경쟁보다 브랜드를 어떻게 입고 느끼는지가 중심이 된다.

    흥미로운 건 온러닝이 제품의 한계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고강도 운동이나 트레일 환경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을 스태프가 직접 한다. 좋은 브랜드 경험은 무조건 장점만 말할 때보다, 안 맞는 상황까지 솔직하게 보여줄 때 더 강하게 남는다.

    도쿄 런클럽이 오래 기억나는 이유

    러닝화 한 켤레를 체험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매장 동선, 라커룸, 팀 활동, 사진, 대화, 시착 시간이 모두 하나의 장면처럼 연결된다. 그래서 참가자는 물건을 본 것이 아니라 브랜드 안에서 잠깐 살아본 느낌을 받는다.

    요요기 공원 트레일러닝은 도심 속 흙길이라는 반전이 있다

    하라주쿠와 캐스트리트 근처에서 트레일러닝을 한다고 하면 처음엔 조금 낯설다. 하지만 요요기 공원 바깥쪽에는 흙길과 경사, 나무뿌리, 굴곡이 살아 있는 구간이 숨어 있다. 도심 한복판인데도 발바닥으로는 전혀 다른 질감을 느끼게 된다.

    온러닝 캐스트리트 프로그램은 아침에 매장에 모여 신발을 고르고, 요요기 공원으로 이동해 워밍업을 충분히 한 뒤 시작된다. 골반, 엉덩이, 무릎 주변을 깨우는 준비 과정이 길게 들어가는 것도 평지 러닝과 다르다.

    첫 바퀴는 코스를 익히는 시간이다. 흙의 질감, 꺾이는 경사, 발목을 고정해야 하는 순간을 몸으로 읽는다. 두 번째 바퀴는 페이스를 나누어 조금 더 본격적으로 달린다. 처음에는 숨이 차지만, 평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트레일 특유의 긴장감이 금방 올라온다.

    온러닝 런클럽 후기가 브랜드 마케팅처럼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

    러닝이 끝난 뒤 매장으로 돌아오면 베이글과 물이 제공되고, 러닝 사진 링크와 우선 입장 카드가 이어진다. 하나하나만 보면 작은 서비스지만, 운동 직후 몸이 가장 민감해진 순간에 경험이 이어지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온러닝은 “우리 신발을 사라”고 직접 밀어붙이기보다, 제품을 둘러싼 시간을 먼저 만든다. 달리고, 신어보고, 이야기하고, 사진을 받고, 다시 매장에 들어가는 흐름 속에서 제품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그래서 러너는 소비자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을 받는다.

    이 점에서 도쿄 러닝과 온러닝 런클럽은 서로 잘 맞는다. 도쿄는 이미 러너의 몸이 움직이기 좋은 구조를 갖고 있고, 온러닝은 그 도시의 리듬을 브랜드 경험으로 번역한다. 운동을 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하루 전체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쿄 러닝은 결국 도시를 읽는 가장 느린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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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쿄의 돌담 옆을 달릴 때, 아카사카 언덕에서 숨이 차오를 때, 토요스 바닷바람에 몸이 밀릴 때, 요요기 공원의 흙길에서 발목을 세울 때 도쿄는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놓치는 도시의 층이 달릴 때는 몸에 남는다.

    그래서 도쿄 러닝 코스는 단순한 운동 루트라기보다 도시를 읽는 방식에 가깝다. 여기에 온러닝 같은 브랜드가 개입하면 러닝은 더 이상 신발 기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간, 사람, 취향, 커뮤니티가 함께 묶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다음에 도쿄의 아침 거리를 달린다면, 내가 좋아한 것이 풍경인지 도시의 설계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어쩌면 그 기분 좋은 감각은 우연이 아니라, 도시와 브랜드가 아주 정교하게 준비해둔 장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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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도면을 보다가 대지경계선 가까이에 창이 걸리는 순간, 생각보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냥 창호 위치 하나 확인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 인허가와 시공 단계에서는 방화창호 설치 기준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지경계선에서 1.5m 이내 창호는 방화창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다면, 여기서부터는 단순한 마감재 이야기가 아니다. 건축법, 시행령, 피난방화구조 기준이 한꺼번에 엮이면서 건축주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가 되고, 설계자 입장에서는 체크해야 할 항목이 늘어난다.

    방화창호 설치 기준은 창문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용도와 규모를 먼저 보고 그다음 대지경계선과의 거리를 확인하는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

    방화창호는 왜 갑자기 더 중요해졌을까

    방화창호가 본격적으로 더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화재 안전 문제가 있다. 대형 화재와 인명사고가 반복되면서 건축자재의 품질관리와 화재 확산 방지 기준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창호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됐다.

    2020년 12월 법 개정 이후 2021년 6월 23일부터 시행된 기준은 실무 현장에서 꽤 큰 변화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외벽 마감재나 구조체 중심으로 생각하던 방화 성능이, 이제는 창호 위치와 성능까지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방화는 단순히 불이 나지 않게 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건축에서는 화재가 났을 때 불길이 번지는 속도를 늦추고, 인접 건축물로 확산되는 위험을 줄이는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불연재료, 준불연재료, 난연재료 같은 표현도 함께 따라온다.

    법을 볼 때는 세 군데만 먼저 잡아도 길이 보인다

    방화창호를 처음 접하면 법 조항부터 복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큰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디에 근거가 있는지, 어떤 건축물이 대상인지, 방화창호의 성능은 어디에서 보는지 세 갈래로 나눠 보면 된다.

    방화창호와 연결되는 큰 기준은 건축법 제52조, 건축법 시행령 제61조, 그리고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로 정리할 수 있다. 실무에서 누군가 “근거가 어디냐”고 물으면 이 세 줄기부터 떠올리면 훨씬 덜 헷갈린다.

    • 건축법 제52조: 건축물의 마감재료 등과 관련된 큰 근거

    • 건축법 시행령 제61조: 방화 성능이 필요한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 방화창호의 세부 성능 기준

    방화창호 검토는 “법 조항 암기”보다 “건축물이 적용 대상인지 먼저 거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근린생활시설 4층 건물을 예로 들면 훨씬 선명해진다

    예를 들어 일반상업지역에 연면적 600㎡ 정도의 근린생활시설을 계획한다고 생각해보자. 규모는 4층, 높이는 13.3m 정도라고 가정하면 처음에는 작은 건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방화창호 기준에서는 여기서 바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법 시행령 제61조에 해당하는지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상업지역에 있는지, 특정 용도에 해당하는지, 연면적 기준을 넘는지, 3층 이상이거나 높이 9m 이상인지, 필로티 주차장 구조인지, 공장이나 창고 용도인지 등을 순서대로 본다.

    이 사례에서는 연면적 2,000㎡를 넘지 않고 주변 공장 조건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의료시설이나 교육연구시설, 노유자시설, 수련시설도 아니다. 하지만 4층 규모이고 높이도 9m를 넘기 때문에 “3층 이상 또는 높이 9m 이상 건축물”에 걸릴 수 있다.

    작은 근린생활시설처럼 보여도 3층 이상이거나 높이 9m 이상이면 방화창호 적용 대상 여부를 반드시 다시 봐야 한다.

    대상 건축물이라고 해서 모든 창을 바꾸는 건 아니다

    방화창호 기준에서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건축물이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해서 건물 전체 창호를 전부 방화창호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검토는 한 단계 더 들어간다.

    먼저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로 적용 대상인지 확인하고, 그다음 대지경계선과 창호 사이의 거리를 본다. 여기서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5m 이내에 들어오는 창호가 있다면 그 부분이 방화창호 검토 대상이 된다.

    반대로 건물이 방화창호 설치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모든 면이 대지경계선에서 1.5m 이상 떨어져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 창호로부터 60cm 이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경우에도 예외 검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실무에서 기억하기 쉬운 순서

    먼저 건축법 시행령 기준으로 용도와 규모를 확인하고, 적용 대상이면 대지경계선에서 창호까지의 거리를 본다. 그중 1.5m 이내에 들어오는 창호만 방화창호 설치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면 흐름이 훨씬 단순해진다.

    용도변경에서 체감 부담이 커지는 이유

    실무에서 방화창호 이야기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신축뿐 아니라 용도변경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건축물이 대지경계선에서 0.5m에서 1m 정도로 가까이 지어진 경우라면, 창호가 1.5m 이내에 들어오는 일이 흔하다.

    원래 같은 시설군 안에서의 용도변경은 건축물대장의 기재사항 변경처럼 비교적 간단하게 느껴지는 절차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방화창호 적용 대상에 해당하면 창호 교체나 추가 검토가 따라올 수 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공사비가 생기는 셈이다.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화재 확산을 막고 인명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는 분명하다. 다만 소규모 건축물이나 단순 용도변경까지 같은 무게로 부담이 커질 때, 현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처럼 느껴질 수 있다.

    용도변경을 단순 행정절차로만 생각했다가 방화창호, 구조안전, 피난 기준이 함께 걸리면 비용과 일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현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건 기준보다 현실 때문이다

    방화창호 기준이 생겼다고 해서 현장이 바로 부드럽게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창호 수급이 어렵거나, 일반 창호보다 가격 부담이 크거나, 기존 건축물에 맞춰 시공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작은 건축물일수록 공사비 증가가 더 크게 느껴진다.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전체 공사비 안에서 흡수할 수 있는 항목도, 소규모 상가나 근린생활시설에서는 건축주가 바로 체감하는 부담이 된다.

    여기에 법 개정 흐름이 빠르게 이어지면 설계자도 건축주도 피로감이 생긴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기준이라는 점은 알지만, 현장에서는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응도 함께 나온다. 결국 법의 취지와 현실 비용 사이에서 계속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방화창호 검토는 초기에 잡을수록 덜 아프다

    방화창호는 나중에 발견되면 더 부담스러운 항목이다. 계획 초기에는 창 위치를 조정하거나 이격거리를 검토할 여지가 있지만, 인허가 막바지나 시공 직전에 발견되면 비용과 일정 모두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건축 계획을 시작할 때는 건물의 용도와 규모, 층수, 높이, 대지경계선과 창호의 거리부터 같이 보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3층 이상 건축물, 높이 9m 이상 건축물, 대지경계선 가까운 창호가 많은 건물이라면 초반 검토가 더 중요하다.

    방화창호는 나중에 창호 사양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배치와 입면 계획에 함께 들어가야 하는 항목에 가깝다.

    결국 방화창호 기준은 불편하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화재 안전을 위한 장치이면서 동시에 현장에서는 비용, 일정, 용도변경 부담까지 연결된다. 그래서 더더욱 법 조항을 따로 외우기보다, 적용 대상 확인 → 대지경계선 거리 확인 → 예외 가능성 검토라는 흐름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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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켄스타일 중목구조, 왜 25년 지나도 낡아 보이지 않을까

    신켄스타일 중목구조, 왜 25년 지나도 낡아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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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오래된다는 건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는 뜻만은 아니다. 어떤 집은 몇 년만 지나도 낡아 보이고, 어떤 집은 20년이 넘어도 오히려 더 깊은 분위기를 만든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신켄스타일 중목구조 주택은 후자에 가까운 집이었다.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실내 곳곳에 그대로 드러난 굵은 목재 골조다. 보통은 숨겨야 할 구조가 이 집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가 된다.

    골조를 숨기지 않으니 집의 표정이 달라진다




    신켄스타일의 집에 들어서면 기둥과 보가 실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목조주택에서 일부 목재를 포인트처럼 보여주는 경우는 흔하지만, 집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골조 목재를 내부에 드러내는 방식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구조와 마감, 디테일이 동시에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보기 좋은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목재가 벽 속에 감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결로나 곰팡이 문제를 확인하기 쉽고, 혹시 문제가 생겨도 바로 눈에 보인다. 숨겨진 하자는 발견이 늦어질수록 집의 수명을 깎아먹는데, 신켄스타일은 애초에 그 가능성을 줄이는 쪽으로 집을 만든다.

    신켄스타일 중목구조의 가장 큰 매력은 구조를 감추는 대신 집의 미감과 유지관리 방식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다르다. 따로 과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골조 자체가 공간의 리듬을 만든다. 나무가 벽지나 장식재처럼 덧붙은 것이 아니라 집의 뼈대로 서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유행을 덜 탄다.



    외단열이 만들어낸 벽의 새로운 쓰임



    일반적인 목조주택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단열재를 넣는 중단열 방식을 많이 쓴다. 신켄스타일의 집은 기본적으로 외단열을 적용한다. 덕분에 내부 기둥 사이 공간이 비워지고, 그 공간은 수납이나 진열을 위한 벽으로 바뀐다.

    이 벽을 신켄스타일에서는 플레이월처럼 활용한다. 입주자가 직접 선반을 달거나 물건을 배치하면서 집을 조금씩 자기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막상 생활해보면 이런 차이가 꽤 크다. 벽은 단순히 막는 면이 아니라, 물건을 정리하고 취향을 보여주는 생활의 배경이 된다.

    집의 규모도 흥미롭다. 소개된 모델하우스는 가로 6m, 세로 7m, 2층 연면적 약 24평 규모의 콤팩트한 집이다. 작은 집인데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공간을 무조건 크게 만들기보다, 필요한 부분과 비워야 할 부분을 분명하게 나눴기 때문이다.



    모이스 보드와 공기 순환 설비가 생활감을 바꾼다

    벽 마감에는 석고보드 대신 모이스라는 무기질 보드가 사용된다. 모이스는 습기와 냄새 조절에 강점이 있고, 보드 자체가 마감재 역할을 한다. 그 위에 다시 도장이나 벽지를 덧바르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생활하는 사람 입장에서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실내 전체 벽이 습도와 냄새를 조절하는 소재로 구성된다면, 장마철이나 겨울철 실내 공기 느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연 성능과 구조용 내력벽 기능까지 갖춘 소재라면 단순 마감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신켄스타일 주택에는 공기 지열·솔라 시스템 계열의 열 관리 방식도 들어간다. 지붕의 태양열 집열판을 통과한 따뜻한 공기를 집 안으로 순환시켜 난방에 활용하는 구조다. 자막에서는 겨울철 가스비가 거의 들지 않고, 팬을 돌리는 전기료 정도만 든다는 설명이 나온다.

    집을 오래 쓰게 만드는 디테일

    신켄스타일은 구조를 드러내고, 외단열로 벽을 활용하며, 수리 가능한 외장과 공기 순환 설비를 함께 계획한다. 그래서 집을 완성품으로 끝내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고치고 바꾸며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

    낮은 층고가 오히려 아늑함을 만든다

    요즘 주택을 이야기할 때 높은 층고는 거의 장점처럼 따라붙는다. 하지만 신켄스타일의 집을 보면 꼭 높아야만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층 천장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낮게 계획되어 있고, 대신 거실 상부에는 보이드를 둬 좁은 공간에서 높은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

    처음엔 낮은 천장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 공간에서는 다른 느낌이 생긴다. 불필요한 체적을 줄이면 공사비도 줄고, 난방해야 할 공간도 줄어든다. 그 대신 필요한 곳에 높이를 몰아주면 집 안에 리듬이 생긴다.

    높은 층고가 무조건 좋은 집의 기준은 아니며, 생활 자세와 공간 흐름에 맞춘 높이가 더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2층의 낮은 창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창은 바닥에서 어느 정도 높이를 띄워 설치되지만, 이 집의 창은 좌식 생활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바닥에 앉았을 때 바깥 풍경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창이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집 안에서 사람이 어떤 자세로 시간을 보내는지까지 생각했다는 느낌이 든다.

    대각선 배치가 집과 마당의 관계를 바꾼다

    신켄스타일의 또 다른 특징은 배치다. 일반적인 단독주택은 대지 모양에 맞춰 건물을 반듯하게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켄스타일은 집을 정남향이나 풍경, 마당의 관계에 맞춰 대각선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방식은 단순히 독특해 보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건물을 비스듬히 놓으면 마당과 실내의 시선이 달라지고, 이웃집과의 거리감도 새롭게 생긴다. 작은 대지에서도 창이 바라보는 방향,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 외부 공간의 쓰임이 바뀐다.

    창호 역시 일반적인 미닫이나 여닫이만 고집하지 않고 회전식 창호를 사용한다. 중목구조의 기둥보 방식 덕분에 내벽을 비교적 자유롭게 세우거나,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철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족 구성이나 생활 방식이 변해도 집이 어느 정도 따라갈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외장은 낡는 것이 아니라 고쳐 쓰기 쉽게 만든다

    신켄스타일의 외장 계획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간이 지나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 소재를 쓰고, 문제가 생기면 해당 부분만 뜯어내 확인하거나 교체할 수 있게 만든다. 집을 처음 지을 때만 멋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10년 뒤와 20년 뒤의 수리까지 염두에 둔 방식이다.

    자재는 시간이 지나면 단종될 수 있다. 처음에는 좋아 보였던 특수 자재도 나중에 구할 수 없으면 유지관리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 부분 교체가 가능한 디테일, 오래 버티는 철물과 비스까지 신경 쓰는 것이다.

    집을 오래 쓰려면 처음 시공비만 볼 것이 아니라, 훗날 고장 났을 때 열어보고 고칠 수 있는 구조인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외관의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얼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숙성된 표정이 된다. 실제로 25년 된 신켄스타일 모델하우스는 오래된 건물이라기보다 잘 관리된 목조주택 특유의 깊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나무가 노화되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되는 장면이다.

    집을 상품처럼 만들되, 삶은 획일화하지 않는다

    신켄스타일은 집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다룬다. 기획된 모델로 지을 수도 있고, 주문형으로도 지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집을 상품화했다는 말이 획일적인 집을 찍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법과 철학, 디테일의 기준을 정리해두고 그 안에서 생활에 맞게 변주하는 방식에 가깝다.

    신입사원에게 목수일부터 시킨다는 이야기도 이 회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설계와 영업만 아는 것이 아니라, 집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몸으로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 작은 창 하나, 낮은 천장 하나, 외장 비스 하나에도 실무적인 감각이 배어 있다.

    사장님의 집을 스터디하우스로 활용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반 사양이 아닌 창호를 직접 설치해 시험하고, 정원까지 바꿔가며 실험한다. 집을 완성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테스트하고 고쳐가며 더 나은 방향을 찾는 태도다.

    오래 사는 집은 유행보다 태도에서 시작된다

    신켄스타일 중목구조 주택을 보면 화려한 장식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보게 된다. 구조를 감추지 않는 정직함, 시간이 지나도 고칠 수 있는 외장, 낮지만 편안한 층고, 생활 자세에 맞춘 창, 공간을 낭비하지 않는 계획이 모여 하나의 스타일이 된다.

    특히 인상적인 건 집을 ‘새것처럼 유지해야 하는 물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색이 변하고, 외장은 조금씩 표정을 바꾸고, 가족의 생활 방식도 달라진다. 신켄스타일의 집은 그 변화를 막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한국의 단독주택에서도 배울 부분이 많다. 무조건 넓고 높고 새것 같은 집을 목표로 하기보다, 오래 살면서 고치고 바꿀 수 있는 집이 더 현실적인 답이 될 수 있다. 막상 보면 이런 집이야말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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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 건축 여행, 도쿄의 작은 교토와 작은 파리를 걷는 현대건축 코스

    카구라자카 건축 여행, 도쿄의 작은 교토와 작은 파리를 걷는 현대건축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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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 건축 여행은 도쿄를 조금 다르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코스입니다. 시부야나 신주쿠처럼 큰 간판과 인파가 먼저 떠오르는 도쿄와 달리, 카구라자카는 언덕과 골목, 오래된 가게와 프랑스풍 디저트숍, 신사와 현대건축이 묘하게 섞여 있는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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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흥미로운 이유는 별명부터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카구라자카는 도쿄 안의 작은 교토라고도 불리고, 동시에 작은 파리라고도 불립니다. 일본적인 골목 정서와 프랑스 문화의 흔적이 한 동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카구라자카는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찍는 동네라기보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층위를 읽는 여행지에 가깝습니다.

    카구라자카가 작은 파리로 불리게 된 이유

    카구라자카가 작은 파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에는 도쿄일불학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어 교육과 문화 교류를 위해 1952년에 세워진 장소로, 이후 주변에 프랑스 이주민과 관련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며 리틀 파리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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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프랑스 시설이 있어서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구라자카 자체가 언덕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고, 이 지형이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을 떠올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리의 분위기와 문화적 배경이 함께 작용해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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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일불학원은 구관과 신관의 대비도 볼 만합니다. 구관은 일본의 1세대 건축가 사카쿠라 준조가 맡았고, 신관은 현대적으로 개방감 있는 공간을 잘 다루는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했습니다. 한 캠퍼스 안에서 시간 차이가 나는 두 건축 언어를 함께 볼 수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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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일불학원에서 보이는 오래된 교육 공간과 새로운 만남의 공간

    구관은 70년 전 건축답게 비교적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의 나선형 계단은 학생용과 교직원용 동선을 나누기 위한 장치로, 당시의 교육관과 공간 인식이 반영된 부분처럼 보입니다.

    반면 신관은 훨씬 열려 있습니다. 유리로 된 강의실과 계단식으로 배열된 층,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 작은 계단들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고 대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어학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 간의 대면과 교류이기 때문에, 건축이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이곳의 매력은 원생이 아니어도 일부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자료실과 캠퍼스 분위기를 함께 보면, 카구라자카가 왜 작은 파리라고 불리는지 조금 더 쉽게 이해됩니다.

    카구라자카를 걷기 전에 보면 좋은 장면

    도쿄일불학원은 카구라자카의 프랑스적 이미지를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구관과 신관을 함께 보면, 오래된 교육 공간이 현대적인 열린 캠퍼스로 바뀌는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디저트숍과 일본 오래된 브랜드가 함께 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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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의 골목은 언덕과 함께 기억됩니다. 경사가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프랑스풍 간판과 오래된 일본 가게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 동네는 한 방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방금 전까지 파리 같은 분위기였는데, 몇 걸음 뒤에는 교토의 골목처럼 느껴집니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프랑스 디저트 체인 오 메르베이유 드 프레드입니다. 머랭을 기반으로 한 디저트와 대형 샹들리에가 파리의 분위기를 내지만, 카구라자카 지점은 거리의 톤에 맞춰 조금 더 차분하게 조정된 느낌을 줍니다.

    한편 이 동네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도 자리합니다. 유명 상권인 긴자나 시부야가 아니라 카구라자카에 이런 브랜드와 가게들이 모여 있다는 점만 봐도, 이 동네가 가진 이미지와 결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카기 신사는 전통 신사를 현대적으로 바꾼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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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 건축 여행, 도쿄의 작은 교토와 작은 파리를 걷는 현대건축 코스 - 디자인 22

    카구라자카 건축 여행, 도쿄의 작은 교토와 작은 파리를 걷는 현대건축 코스 - 디자인 23


    카구라자카 메인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아카기 신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오랜 역사를 가진 신사이면서도, 현대적인 인상이 강한 장소입니다. 바로 옆의 고급 주택과 함께 쿠마 켄고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마 켄고는 목재를 자주 사용하는 건축가로 유명하지만, 이 신사에서는 나무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신사의 핵심 요소는 유지하면서도 콘크리트와 유리벽을 함께 사용해 훨씬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특히 조경도 인상적입니다. 나무가 일정하게 줄지어 심긴 것이 아니라 제각각 놓인 듯 보이는데, 기존 나무의 자리를 가능한 살리며 건축을 배치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신사와 맨션이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전제로 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보존과 갱신을 함께 고려한 프로젝트로 볼 수 있습니다.

    아카기 신사는 전통을 그대로 복제한 공간이 아니라, 오늘의 도시 속에서 신사가 어떻게 다시 읽힐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라카구는 창고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살린 리노베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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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에는 쿠마 켄고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라카구도 있습니다. 오래된 책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건물 자체를 크게 바꾸기보다 도로와 입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손을 본 사례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쌀과 식품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일본 전역의 쌀을 취급하고, 원하는 만큼 도정해 조합해주는 서비스도 있으며, 식재료 패키지 역시 일반 마트와는 다른 감각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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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공간이 재미있는 이유는 건물의 낡은 외관과 내부 콘텐츠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만약 완전히 새 건물로 바뀌었다면 대형 마트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기존 창고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 오히려 식문화와 보존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카구라자카의 매력은 새롭고 화려한 건물만 찾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오래된 구조를 어떻게 남겼는지 함께 봐야 이 동네의 분위기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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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른 언덕 끝에서 만나는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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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에서 조금 더 조용한 거리로 이동하면 와세다와 맞닿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일대에는 고급 일식집과 오래된 호텔, 종교 시설이 곳곳에 있고, 언덕의 경사도 꽤 강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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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길 끝에서 만날 수 있는 건축물이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도쿄 도청을 설계한 단게 겐조의 작품이며, 일본의 첫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그의 건축 세계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외관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감싸져 있어 상당히 미래적인 인상을 줍니다. 얼핏 최근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964년에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60년 전의 건축이 여전히 현대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조형의 힘이 느껴집니다.


    성당 내부에서 느껴지는 단게 겐조의 압도적인 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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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외관만 독특한 건물이 아닙니다. 전체 형태는 전통적인 대성당처럼 십자가 구조를 따르고, 옆에는 높은 종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현대적인 재료와 조형을 사용하면서도 종교 건축의 정통성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서면 기울어진 콘크리트 벽면이 십자가 형태의 공간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장식이 많지 않아도 스케일 자체가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빛과 구조, 콘크리트의 질감이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외감이 생기는 공간입니다.

    이 성당은 프랑스 선교사들이 세운 프랑스학당과도 연결되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구라자카 일대가 프랑스 문화와 여러 층위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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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는 밤이 되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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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구라자카는 낮에 건축과 골목을 따라 걷기에도 좋지만, 해가 진 뒤에는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가로등이 켜지고 이자카야와 비스트로가 문을 열기 시작하면, 낮의 차분한 골목이 조금 더 은근하고 깊은 거리로 바뀝니다.

    도쿄 여행에서 유명한 대형 명소에 익숙해졌다면, 카구라자카는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랜드마크 하나만 보고 끝나는 여행보다, 언덕을 오르고 골목을 돌며 건축과 가게, 오래된 도시의 분위기를 함께 보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립니다.

    작은 교토와 작은 파리라는 별명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카구라자카는 일본적인 거리의 결, 프랑스 문화의 흔적, 현대건축의 개입이 한 동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도쿄를 여러 번 방문한 사람에게도 충분히 새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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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오 도쿄 부촌 여행, 부가티 쇼룸부터 히로 가든 힐즈까지 걷는 건축 산책

    히로오 도쿄 부촌 여행, 부가티 쇼룸부터 히로 가든 힐즈까지 걷는 건축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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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오 도쿄 부촌을 걷다 보면, 이 동네가 단순히 비싼 집이 많은 지역이라서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오래된 고급 맨션, 대사관이 만든 국제적인 분위기, 조용한 주택가에 숨어 있는 종교 건축, 그리고 도쿄 한복판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 아파트까지. 히로오는 돈의 냄새를 크게 드러내기보다, 오래된 질서와 취향으로 보여주는 동네에 가깝습니다.

    도쿄의 부촌을 떠올리면 롯본기, 긴자, 덴엔초후 같은 이름이 먼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히로오와 미나미아자부 일대는 조금 다른 결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일본 유일의 부가티 단독 쇼룸이 있고, 안도 다다오의 교회가 있으며, 마키 후미히코가 설계한 고급 맨션과 유대교 회당도 자리합니다.

    히로오는 화려하게 과시하는 부촌이라기보다, 도쿄의 오래된 상류 주거 문화와 현대건축이 겹쳐진 동네입니다.

    히로오 도쿄 부촌 여행, 부가티 쇼룸부터 히로 가든 힐즈까지 걷는 건축 산책 - 디자인 1

    부가티 쇼룸이 있는 동네라는 단서

    한 도시의 부촌을 가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고급 백화점, 명품 거리, 대사관, 국제학교, 고급 호텔 같은 요소들이 보통 함께 등장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직관적인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슈퍼카 쇼룸입니다.

    특히 부가티처럼 차 한 대 가격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브랜드는 아무 곳에나 쇼룸을 내지 않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재력가들이 모이는 동네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쿄에서 그 역할을 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히로오와 미나미아자부 일대입니다.

    이 지역의 부가티 쇼룸은 단순히 자동차 매장이 아니라, 이 동네가 어떤 소비층을 상정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 자리에 과거 절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극단적인 무소유의 자리에서 극단적인 소유의 상징으로 바뀐 셈이니, 히로오다운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히로오 도쿄 부촌 여행, 부가티 쇼룸부터 히로 가든 힐즈까지 걷는 건축 산책 - 디자인 3

    다이묘 저택지에서 대사관 거리로 이어진 역사

    히로오가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은 배경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도시대에는 다이묘들의 영지와 큰 저택, 경작지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귀족과 가신들이 머무는 큰 공간이 있었던 지역이니, 처음부터 좁고 복잡한 서민 주거지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이후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를 지나며 각국 대사관들이 이 일대에 들어왔습니다. 높은 지대, 넓은 땅, 관가와의 거리,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이 맞물리면서 외교 시설이 자리 잡기 좋은 조건을 갖췄던 것입니다.

    대사관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분위기가 생깁니다. 외국인 거주자, 교육기관, 병원, 도서관, 고급 주거 수요가 따라옵니다. 히로오가 오늘날 도쿄의 유명 학군지이자 상급 주거지로 불리는 이유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히로오 홈즈와 히로오 타워즈가 보여주는 1970년대 고급 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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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오역 2번 출구에서 먼저 볼 만한 곳은 히로오 홈즈와 히로오 타워즈입니다. 준공 후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일대를 대표하는 고급 맨션으로 이야기되는 건축입니다.

    이 건물은 일본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마키 후미히코의 작업으로 언급됩니다. 외관은 요즘 고급 타워맨션처럼 번쩍거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판상형 구조, 긴 수평창, 필로티, 기능적이고 절제된 입면이 먼저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시절의 고급 주거가 무엇을 지향했는지 드러납니다. 효율적 구조, 넓은 평면, 주차와 공용공간을 고려한 1층 구성, 외벽에 과한 장식을 붙이지 않는 태도까지. 지금 보면 조용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앞선 고급 주거의 문법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히로오 홈즈와 타워즈는 새것처럼 빛나는 건물이 아니라, 반세기가 지나도 품격을 잃지 않는 고급 맨션의 기준처럼 보입니다.

    마키 후미히코의 두 얼굴을 한 동네에서 만난다

    히로오 홈즈와 타워즈가 절제된 모더니즘의 얼굴을 보여준다면, 주변 상가와 은행 건물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1980년대 이후 마키 후미히코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기하학적 형태를 더 과감하게 사용하던 시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원기둥과 육면체가 겹치는 외관, 단정하지만 어딘가 실험적인 조합은 오모테산도 스파이럴 같은 작업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이곳은 주민 생활과 연결된 상업·편의시설이기 때문에, 내부까지 파격적이라기보다는 외관 구성에서 조심스럽게 실험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같은 건축가의 다른 성격을 한 동네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히로오 건축 산책의 재미입니다. 다이칸야마 힐사이드 테라스와 함께 보면, 마키 후미히코가 도시와 주거, 상업시설을 어떻게 다르게 다뤘는지 더 선명해집니다.

    안도 다다오의 교회는 작은 대지 안에서 깊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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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오에서 빼놓기 어려운 건축 중 하나가 안도 다다오의 교회입니다. 노출 콘크리트, 종교 건축, 안도 다다오라는 조합은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이 교회는 도심 주택가에 자리해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생각보다 조용하고, 삼각형 창문을 제외하면 강한 인상을 바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공간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건물은 이등변삼각형 형태에 가깝고, 끝에 놓인 십자가를 기준으로 예배당이 펼쳐집니다. 외부에서 쉽게 예측되지 않던 공간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안도 다다오 특유의 동선 통제와 빛의 연출이 작은 대지 안에서도 살아납니다.

    히로오의 안도 다다오 교회는 큰 규모로 압도하기보다, 낮아지고 돌아 들어가는 동선으로 신성함을 만드는 건축입니다.

    히로오 건축 산책에서 먼저 보면 좋은 흐름

    히로오역에서 시작해 히로오 홈즈와 타워즈로 1970년대 고급 맨션의 기준을 보고, 플래티넘 거리 쪽으로 걸으며 부가티 쇼룸을 지나, 안도 다다오의 교회와 마키 후미히코의 유대교 회당을 함께 보면 이 동네의 국제성과 건축적 깊이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유대교 회당이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이유

    히로오에는 일본 유대교단의 회당과 커뮤니티 센터도 있습니다. 이 건물 역시 마키 후미히코의 작품으로 언급됩니다. 대사관과 국제학교, 외국인 커뮤니티가 많은 히로오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시설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외관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입구의 표시와 외벽의 육망성 타일을 통해 유대교 건축임을 알 수 있지만, 전체 분위기는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타국의 시나고그처럼 강한 상징성을 전면에 세우기보다, 조용한 주택가 안에 조심스럽게 자리한 느낌입니다.

    이런 시설이 히로오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동네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단순히 비싼 집이 모인 곳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외교와 국제 커뮤니티, 교육과 종교 시설이 함께 쌓인 동네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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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 고급 맨션, 히로 가든 힐즈

    히로오를 이야기할 때 마지막으로 반드시 봐야 할 곳은 히로 가든 힐즈와 히로 가든 포레스트입니다.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최고급 맨션 단지로 불리는 곳이며, 약 1800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언급됩니다.

    한국인에게 대단지 아파트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일본, 특히 도쿄 중심부에서 대규모 고급 맨션 단지는 흔한 형식이 아닙니다. 일본의 고급 주거는 단독주택이나 하나의 타워맨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히로 가든 힐즈는 일본인에게도 이례적인 존재입니다. 1970년대 고급 아파트의 기준을 만들겠다는 큰 목표로 시작된 단지였고, 런던 타운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도쿄 한복판에 이 정도 규모와 녹지를 가진 단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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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판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읽히는 이유

    히로 가든 힐즈를 한국식으로 비유한다면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떠오릅니다. 오래된 단지이지만 입지, 상징성, 거주층, 단지 규모, 프리미엄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 단지는 오래되었지만 낡아 보이는 방식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외관 타일과 조경, 동선이 잘 관리되어 있고, 단지 안에는 높은 가로수와 넓은 녹지가 이어집니다. 공원이 단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가 공원 안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있습니다.

    더 인상적인 점은 단지 상당 부분이 외부에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최고급 맨션 단지임에도 주요 길이 주변 대학교, 병원, 주택가와 이어져 있어 인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고급 주거가 반드시 높은 담장과 폐쇄성으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히로 가든 힐즈는 꽤 많은 생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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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오가 새것보다 오래된 품격으로 보이는 순간

    히로오는 아자부다이 힐스처럼 최첨단 마천루가 압도하는 동네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새것도 있지만, 오래된 것을 고급스럽게 유지하는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이 동네가 이미 1970~80년대부터 고급 주거와 국제적 생활권을 형성해왔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이 1990년대 이후 도쿄 중심부 고층 맨션 흐름에 본격적으로 올라탔다면, 히로오에는 이미 그 이전부터 상징적인 주거 건축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히로오의 건축은 최신성보다 지속성으로 보입니다. 반세기 가까운 고급 맨션이 아직도 동네의 중심처럼 남아 있고, 교회와 회당, 대사관 거리와 고급 상권이 조용히 겹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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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오 여행은 건물보다 동네의 결을 보는 산책이다

    히로오를 걷는 재미는 단일한 랜드마크 하나에 있지 않습니다. 부가티 쇼룸, 모더니즘 맨션, 안도 다다오의 교회, 유대교 회당, 히로 가든 힐즈가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동네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한쪽에는 국제성과 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오래된 주거 문화와 조용한 관리의 힘이 있습니다. 새 건물을 계속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오래된 건축을 여전히 가치 있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동네의 품격이 만들어집니다.

    도쿄에서 건축 여행을 계획한다면 히로오는 충분히 걸어볼 만한 지역입니다. 큰 소리로 화려함을 외치는 곳은 아니지만, 천천히 보면 왜 이곳이 도쿄 최고의 부촌 중 하나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히로오의 진짜 매력은 비싼 동네라는 사실보다, 오래된 부와 국제적 문화, 현대건축이 조용하게 겹쳐진 도시의 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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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 쿠마 켄고가 보여준 자연에 지는 건축의 감각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 쿠마 켄고가 보여준 자연에 지는 건축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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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은 화려한 온천 숙소를 기대하고 가면 오히려 조용하게 당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눈에 띄는 장식이나 과한 연출보다, 나무와 흙, 빛과 그림자, 그리고 유후인의 산세가 천천히 앞으로 나오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이해하려면 쿠마 켄고가 말해온 ‘지는 건축’이라는 표현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여기서 진다는 말은 건축이 실패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연을 압도하지 않고, 풍경보다 앞서지 않으며, 사람이 머무는 시간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은 건축이 스스로를 크게 드러내기보다 유후인의 자연과 마을을 먼저 보이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자연에 지는 건축이라는 말이 머무는 방식

    처음 “지는 건축”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건축은 보통 더 높고, 더 크고, 더 독창적인 것을 향해 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마 켄고가 말하는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건축이 자연을 이기려 드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지역의 맥락 안으로 스며드는 방식입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 흙집이나 동굴 같은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 기술과 생활을 받아들이되, 그 표면을 지나치게 차갑거나 단절된 방식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은 바로 이 지점을 잘 보여줍니다. 전통을 그대로 복원하지도 않고, 최신식 리조트처럼 매끈하게 감싸지도 않습니다. 대신 로우테크의 질감과 현대적 설비가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중간 지점에 서 있습니다.

    그을린 나무 외벽이 먼저 말을 건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의 외벽을 보면 가장 먼저 검게 그을린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는 목재 표면을 태워 탄소막을 형성하는 전통 공법인 약스기를 활용한 것입니다. 화학적 코팅을 덧씌우는 대신, 나무 자체의 표면을 변화시켜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약스기는 단순히 전통 공법을 반복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나무 간격이 조금씩 달라지고, 그 위에 수직 각재가 덧대어지면서 외벽에 깊은 음영이 생깁니다. 빛이 움직일 때마다 표면은 납작하지 않고, 조용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지점이 흥미롭습니다. 오래된 공법을 가져왔지만 결과물은 전통 건축의 복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현대적인 입면처럼 보이면서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재료의 온도를 잃지 않습니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의 외벽은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조율한 목재의 표정에 가깝습니다.

    전통 료칸의 장식을 덜어낸 자리

    일본식 숙소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다다미방, 도코노마, 꽃, 족자, 정원 풍경 같은 장면이 생각납니다. 전통적인 일본 공간은 자연을 그대로 들여오기보다, 자연을 잘라내고 다듬어 하나의 장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코미코 아트 하우스의 실내는 조금 다릅니다. 전통적인 장식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화병이 놓인 도코노마도, 산수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식도, 과하게 꾸민 프레임도 없습니다.

    대신 나무를 깎아 만든 문지방, 흙과 짚, 종이를 바른 벽과 천장처럼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재료들이 공간을 이룹니다. 그런데 그 만듦새는 투박하기보다 아주 얇고 반듯합니다. 전통적 재료를 사용했지만 결과는 모던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을 전통 료칸의 장식적 이미지로만 기대하면 오히려 비어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비어 있을수록 바깥 풍경이 더 또렷해진다

    실내의 장식이 줄어들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향합니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에서 중요한 것은 방 안에 무엇이 많이 놓여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냈기 때문에 무엇이 보이는가입니다.

    유후인의 풍경, 특히 유후다케가 만들어내는 산의 존재감은 장식보다 강하게 다가옵니다. 창밖의 계절감, 빛의 방향, 주변 건물과의 거리감이 공간의 분위기를 천천히 만듭니다.

    건축이 한 발 물러나면 풍경이 더 가까워집니다. 이곳에서 말하는 럭셔리는 금박이나 대리석, 화려한 서비스가 아니라 조용히 앉아 빛과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이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은 장식을 더해 고급스러워지는 방식이 아니라, 장식을 덜어내 유후인의 풍경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그래서 머무는 사람은 건축물을 감상한다기보다, 건축이 비워낸 자리에서 자연을 다시 보게 됩니다.

    마을의 속도와 건축의 태도가 닮아 있다

    유후인은 처음부터 거대한 자본이 만든 대형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온천 관광지이기 전에 작은 마을이었고, 주민 주도의 마을 만들기 흐름 속에서 천천히 성장해온 곳으로 설명됩니다. 크기를 키우기보다 결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쿠마 켄고의 건축은 이곳에서 더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건축이 앞에 나서기보다 물러나듯, 유후인이라는 마을도 과도하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자기 속도를 지켜온 곳이기 때문입니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는 주요 관광지와 완전히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한 걸음 비켜난 위치에 있습니다. 언제든 유후인의 중심으로 걸어갈 수 있으면서도 숙소 안에서는 조용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거리감입니다. 관광과 쉼 사이의 균형이 잘 잡힌 위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케동과 츠치동, 재료의 이름을 가진 객실

    코미코 아트 하우스에는 2인실인 타케동과 4인실인 츠치동이 언급됩니다. 각각 대나무와 흙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이름부터 이미 이곳이 어떤 재료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츠치동은 흙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처럼 차분하고 낮은 감각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칠거나 원시적인 공간은 아닙니다. 흙과 종이, 나무처럼 오래된 재료가 현대식 설비와 만나면서 매우 정돈된 분위기를 만듭니다.

    자연적인 소재가 기술과 멀어지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현대식 편의와 조용히 겹쳐집니다. 겉으로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프라이버시, 빛의 조절, 시선의 차단, 설비의 숨김 같은 세밀한 설계가 숨어 있습니다.

    현대식 료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료칸은 오래된 형식을 가진 숙박 공간입니다. 다다미, 온천, 식사, 접객, 정원처럼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코미코 아트 하우스는 그 이미지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현대식 료칸이 된다는 것은 편의시설을 최신식으로 바꾸는 정도가 아닙니다. 자연을 장식으로 실내에 넣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축 자체가 주변 풍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는 일에 가깝습니다.

    장식적 자연을 덜어내고, 진짜 계절과 빛, 산의 존재를 직접 마주하게 하는 것. 이 방식이야말로 코미코 아트 하우스가 보여주는 현대적 료칸의 감각입니다.

    현대의 료칸은 전통 장식을 많이 갖추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사람이 자연과 시간을 더 선명하게 느끼도록 돕는 공간일 수 있습니다.

    로우테크가 오히려 가장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 우리는 점점 더 비물질적인 경험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화면 안에서 보고, 누르고, 스크롤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재료의 온도는 오히려 더 특별해집니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신 기술로 감싼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나무와 흙, 종이 같은 재료를 아주 섬세하게 다루면서 현대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로우테크는 낡은 것이 아니라, 어떤 시대에는 가장 고급스러운 감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처럼 재료의 시간과 빛의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유후인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숙소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은 유후인다운 속도를 가진 숙소입니다.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고, 주변을 먼저 보게 합니다. 큰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유후인의 산과 마을, 빛과 공기를 더 잘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경험은 건축가의 이름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 안에 앉아 빛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창밖의 산을 바라보다가 건축이 무엇을 덜어냈는지 천천히 알아차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유후인 여행에서 온천과 거리 산책만 생각했다면, 코미코 아트 하우스는 조금 다른 결의 목적지가 될 수 있습니다. 숙소로 머무는 것도 좋고, 미술관과 카페를 통해 가볍게 경험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 유후인은 건축이 한 발 물러났을 때, 오히려 공간의 기억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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