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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라자카 건축 여행은 도쿄를 조금 다르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코스입니다. 시부야나 신주쿠처럼 큰 간판과 인파가 먼저 떠오르는 도쿄와 달리, 카구라자카는 언덕과 골목, 오래된 가게와 프랑스풍 디저트숍, 신사와 현대건축이 묘하게 섞여 있는 동네입니다.





이곳이 흥미로운 이유는 별명부터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카구라자카는 도쿄 안의 작은 교토라고도 불리고, 동시에 작은 파리라고도 불립니다. 일본적인 골목 정서와 프랑스 문화의 흔적이 한 동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카구라자카는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찍는 동네라기보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층위를 읽는 여행지에 가깝습니다.
카구라자카가 작은 파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에는 도쿄일불학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어 교육과 문화 교류를 위해 1952년에 세워진 장소로, 이후 주변에 프랑스 이주민과 관련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며 리틀 파리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프랑스 시설이 있어서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구라자카 자체가 언덕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고, 이 지형이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을 떠올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리의 분위기와 문화적 배경이 함께 작용해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도쿄일불학원은 구관과 신관의 대비도 볼 만합니다. 구관은 일본의 1세대 건축가 사카쿠라 준조가 맡았고, 신관은 현대적으로 개방감 있는 공간을 잘 다루는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했습니다. 한 캠퍼스 안에서 시간 차이가 나는 두 건축 언어를 함께 볼 수 있는 셈입니다.


구관은 70년 전 건축답게 비교적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의 나선형 계단은 학생용과 교직원용 동선을 나누기 위한 장치로, 당시의 교육관과 공간 인식이 반영된 부분처럼 보입니다.
반면 신관은 훨씬 열려 있습니다. 유리로 된 강의실과 계단식으로 배열된 층,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 작은 계단들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고 대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어학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 간의 대면과 교류이기 때문에, 건축이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이곳의 매력은 원생이 아니어도 일부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자료실과 캠퍼스 분위기를 함께 보면, 카구라자카가 왜 작은 파리라고 불리는지 조금 더 쉽게 이해됩니다.
카구라자카를 걷기 전에 보면 좋은 장면
도쿄일불학원은 카구라자카의 프랑스적 이미지를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구관과 신관을 함께 보면, 오래된 교육 공간이 현대적인 열린 캠퍼스로 바뀌는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카구라자카의 골목은 언덕과 함께 기억됩니다. 경사가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프랑스풍 간판과 오래된 일본 가게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 동네는 한 방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방금 전까지 파리 같은 분위기였는데, 몇 걸음 뒤에는 교토의 골목처럼 느껴집니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프랑스 디저트 체인 오 메르베이유 드 프레드입니다. 머랭을 기반으로 한 디저트와 대형 샹들리에가 파리의 분위기를 내지만, 카구라자카 지점은 거리의 톤에 맞춰 조금 더 차분하게 조정된 느낌을 줍니다.
한편 이 동네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도 자리합니다. 유명 상권인 긴자나 시부야가 아니라 카구라자카에 이런 브랜드와 가게들이 모여 있다는 점만 봐도, 이 동네가 가진 이미지와 결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구라자카 메인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아카기 신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오랜 역사를 가진 신사이면서도, 현대적인 인상이 강한 장소입니다. 바로 옆의 고급 주택과 함께 쿠마 켄고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마 켄고는 목재를 자주 사용하는 건축가로 유명하지만, 이 신사에서는 나무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신사의 핵심 요소는 유지하면서도 콘크리트와 유리벽을 함께 사용해 훨씬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특히 조경도 인상적입니다. 나무가 일정하게 줄지어 심긴 것이 아니라 제각각 놓인 듯 보이는데, 기존 나무의 자리를 가능한 살리며 건축을 배치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신사와 맨션이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전제로 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보존과 갱신을 함께 고려한 프로젝트로 볼 수 있습니다.
아카기 신사는 전통을 그대로 복제한 공간이 아니라, 오늘의 도시 속에서 신사가 어떻게 다시 읽힐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카구라자카에는 쿠마 켄고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라카구도 있습니다. 오래된 책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건물 자체를 크게 바꾸기보다 도로와 입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손을 본 사례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쌀과 식품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일본 전역의 쌀을 취급하고, 원하는 만큼 도정해 조합해주는 서비스도 있으며, 식재료 패키지 역시 일반 마트와는 다른 감각을 보여줍니다.

이 공간이 재미있는 이유는 건물의 낡은 외관과 내부 콘텐츠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만약 완전히 새 건물로 바뀌었다면 대형 마트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기존 창고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 오히려 식문화와 보존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카구라자카의 매력은 새롭고 화려한 건물만 찾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오래된 구조를 어떻게 남겼는지 함께 봐야 이 동네의 분위기가 보입니다.




카구라자카에서 조금 더 조용한 거리로 이동하면 와세다와 맞닿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일대에는 고급 일식집과 오래된 호텔, 종교 시설이 곳곳에 있고, 언덕의 경사도 꽤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 길 끝에서 만날 수 있는 건축물이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도쿄 도청을 설계한 단게 겐조의 작품이며, 일본의 첫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그의 건축 세계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외관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감싸져 있어 상당히 미래적인 인상을 줍니다. 얼핏 최근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964년에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60년 전의 건축이 여전히 현대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조형의 힘이 느껴집니다.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외관만 독특한 건물이 아닙니다. 전체 형태는 전통적인 대성당처럼 십자가 구조를 따르고, 옆에는 높은 종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현대적인 재료와 조형을 사용하면서도 종교 건축의 정통성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서면 기울어진 콘크리트 벽면이 십자가 형태의 공간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장식이 많지 않아도 스케일 자체가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빛과 구조, 콘크리트의 질감이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외감이 생기는 공간입니다.
이 성당은 프랑스 선교사들이 세운 프랑스학당과도 연결되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구라자카 일대가 프랑스 문화와 여러 층위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카구라자카는 낮에 건축과 골목을 따라 걷기에도 좋지만, 해가 진 뒤에는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가로등이 켜지고 이자카야와 비스트로가 문을 열기 시작하면, 낮의 차분한 골목이 조금 더 은근하고 깊은 거리로 바뀝니다.
도쿄 여행에서 유명한 대형 명소에 익숙해졌다면, 카구라자카는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랜드마크 하나만 보고 끝나는 여행보다, 언덕을 오르고 골목을 돌며 건축과 가게, 오래된 도시의 분위기를 함께 보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립니다.
작은 교토와 작은 파리라는 별명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카구라자카는 일본적인 거리의 결, 프랑스 문화의 흔적, 현대건축의 개입이 한 동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도쿄를 여러 번 방문한 사람에게도 충분히 새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원본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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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신주를 걷다 보면 한 기업이 도시의 분위기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바로 느껴진다. 오래된 사원과 시장 골목이 남아 있는 구도심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고층 아파트와 넓은 공원, 비싼 차량이 줄지어 선 신도시가 나타난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공장 안에서만 움직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집과 학교, 출퇴근 동선, 도시의 집값까지 바꿔놓은 거대한 흐름이다.
2025년 대만은 주요 국가들 가운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1인당 GDP는 오랜만에 한국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심에는 TSMC가 있다.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회사, 스마트폰과 AI 서버,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수많은 칩을 실제로 생산하는 회사다.
대만의 성장은 이제 TSMC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고, 신주는 그 성장이 도시의 형태로 드러나는 장소다.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질렀다는 소식은 꽤 상징적이다. 하지만 이 숫자를 그대로 생활 수준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자막에서는 대만 노동자의 월 중위임금이 약 153만 원, 한국은 약 285만 원 수준으로 언급된다. GDP는 높아졌지만, 일반 노동자가 체감하는 임금은 아직 다르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 간극은 대만 성장의 성격을 보여준다. 반도체 산업, 그중에서도 TSMC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지만, 그 과실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퍼지는 것은 아니다. 고급 엔지니어, 첨단기업, 반도체 공급망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성장이 더 강하게 집중된다.
TSMC의 매출은 2025년 기준 대만 GDP의 14.7%에 달한다고 언급된다. 한 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 정도라면, “대만은 TSMC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게 들린다.
신주는 원래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 도시다. 오래된 성벽과 사원, 시장 골목이 남아 있고, 구도심에는 지금도 오래된 건축물과 생활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타이베이보다 더 오래된 도시의 결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하지만 1980년을 전후로 이 도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 대만은 외교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흔들리는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UN 퇴출, 오일쇼크 같은 충격 속에서 대만은 결국 기술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결론에 가까워졌다.
1973년 공업기술연구원이 세워졌고, 엔지니어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돌아온 사람들이 1980년 신주에 첫 반도체 회사인 UMC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신주는 전통 도시에서 기술 도시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모리스창이다. 미국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1985년 대만으로 돌아와 공업기술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했고, 1987년 TSMC를 창립했다.
TSMC의 아이디어는 당시로서는 매우 특별했다. 직접 브랜드 제품을 만들거나 칩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대신 생산하는 전문 파운드리 모델이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구조지만, 당시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던 방식이었다.
이 모델은 시간이 지나며 강력한 신뢰를 얻었다. 엔비디아, 퀄컴 같은 회사들이 칩을 설계하고, TSMC가 생산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체 브랜드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객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신뢰 요소가 됐다.
TSMC의 힘은 단순히 반도체를 잘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전 세계 기술 기업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생산 구조를 만든 데 있다.
신주 과학단지는 이제 대만 반도체 산업의 상징 같은 공간이다. 500개가 넘는 첨단 기업과 16만 명 이상의 인력이 모여 있는 곳으로 언급된다. TSMC뿐 아니라 관련 기업, 연구기관, 대학, 공급망이 한곳에 밀집하면서 도시 전체가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 지역의 특징은 인재 밀도다. 현지에서는 석사와 박사 비중이 매우 높고, “모두가 엔지니어인 도시”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칭화대, 교통대 같은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이 주변에 자리하며 인재 공급과 기술 생태계를 뒷받침한다.
신주가 특별한 이유는 공장만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기관, 대학, 제조시설, 주거지, 교육 인프라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반도체 생활권을 만들었다.
신주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식
신주는 오래된 전통 도시 위에 반도체 산업이 덧입혀진 도시다. 구도심에는 사원과 시장이 남아 있고, 과학단지에는 세계 최첨단 기업이 모여 있으며, 인근 주베이에는 엔지니어 가족을 위한 신도시 생활권이 형성되어 있다.
신주의 구도심은 시장과 사원, 오래된 역사가 남아 있는 공간이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몰리고, 향 냄새와 음식 냄새가 뒤섞인 시장 골목이 살아난다. 오래된 신주역 역시 도시의 중심을 이루는 상징적인 장소로 소개된다.
반면 주베이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고속철도역 주변으로 고층 아파트와 신축 건물, 대형 공사 현장이 이어지고, 넓은 공원과 정비된 도로가 신도시의 분위기를 만든다. 구도심에서 차로 15분 정도만 이동해도 도시의 결이 확 바뀐다.
주베이는 신주 과학단지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거주하기 위해 성장한 도시로 볼 수 있다. 과학단지 안팎으로 일자리가 늘고, 높은 소득의 전문직 가구가 들어오면서 주거 수요가 빠르게 커졌다.
한국 도시와 비교한다면 주베이는 동탄신도시와 닮은 점이 많다. 동탄이 삼성 화성캠퍼스와 GTX,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한 것처럼, 주베이도 TSMC와 신주 과학단지를 배경으로 커졌다.
공원에는 아이들이 많고,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있으며, 주차장과 도로에는 고급 차량이 눈에 띈다. 타이베이의 밀도 높은 도시 풍경과는 다르게, 주베이는 신도시 특유의 넓고 계획된 느낌을 준다.
다만 신도시는 언제나 장단점이 함께 있다. 살기에는 편리하지만, 오래된 도심이 가진 문화적 깊이나 골목의 분위기는 부족할 수 있다. 대신 아이를 키우기 좋고, 안전하고, 주거 환경이 정돈되어 있다는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
TSMC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5천만 원 수준으로 언급된다. 대만 중위임금의 여러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런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한 지역에 몰려 살면 도시의 소비 수준과 주거 수준, 교육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베이의 집값 역시 빠르게 올랐다. 자막에서는 2020년 평당 약 30만 대만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2024년 평당 약 80만 대만달러대로 올랐다고 언급된다. 4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교육열도 강하다. 영어와 중국어로 수업하는 이중언어 학교, 국제학교에 가까운 교육기관이 여러 곳 생기고, 학비 역시 높은 수준으로 언급된다. 반도체 산업의 고소득 가구가 모이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가 도시의 중요한 분위기가 되었다.
TSMC는 신주에 일자리만 만든 것이 아니라, 집값과 학교, 가족의 생활 방식까지 함께 바꿔놓았다.
반도체 산업의 높은 연봉 뒤에는 강도 높은 노동이 있다. 자막에서는 TSMC의 워라밸이 매우 힘든 편으로 언급되고, 과거 직원 부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녀가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높은 보상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긴 근무시간과 강한 업무 압박이 따라올 수 있다. 주말 공원에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그 시간이 평일의 긴 노동 끝에 겨우 확보된 시간일 수 있다는 점이 묘하게 대비된다.
대만 반도체 도시의 성공은 높은 연봉과 성장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치열한 노동과 교육 경쟁, 빠르게 오른 집값의 부담도 함께 있다.
대만의 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는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중위임금과 생활 체감을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TSMC와 반도체 생태계 주변 사람들은 빠르게 부를 축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같은 속도로 성장의 과실을 느끼기 어렵다.
신주와 주베이는 이 격차를 도시의 형태로 보여준다. 구도심에는 오래된 건물과 시장이 남아 있고, 신도시에는 고층 아파트와 국제학교, 고급 레스토랑이 생긴다. 같은 도시권 안에서도 생활의 리듬과 소비 수준이 달라진다.
이런 모습은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특정 대기업과 산업단지가 지역 경제를 끌어올리고, 그 주변 신도시가 성장하며, 집값과 교육열이 함께 오르는 풍경은 이미 여러 도시에서 볼 수 있다.
신주는 전통 도시에서 반도체 도시로, 주베이는 엔지니어 가족의 신도시로 변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공장이 하나 들어선 결과가 아니다. 정부의 장기적인 기술 전략, 해외 인재의 귀환, 대학과 연구기관, 민간 기업의 성장,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겹친 결과다.
TSMC는 대만 경제의 상징이 되었고, 신주는 그 상징이 실제 도시 풍경으로 나타나는 장소가 되었다. 오래된 사원 앞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 과학단지로 출근하는 엔지니어, 주베이 공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들이 모두 같은 산업의 영향권 안에 있다.
그래서 신주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지금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도시를 바꾸는지 보여주는 현장처럼 느껴진다. 반도체 하나가 스마트폰과 AI 서버를 움직이는 것을 넘어, 한 도시의 집값과 학교, 가족의 일상까지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TSMC 신주는 반도체 산업이 공장 안의 기술이 아니라 도시와 삶의 구조를 바꾸는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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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임대빌라 이야기가 다시 주택 시장의 한가운데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월세 매물이 줄고,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을 빠르게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흐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단순히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 짓는 비아파트까지 매입 대상으로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점입니다. 빌라, 다가구, 다세대처럼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이 다시 정책의 전면에 놓인 셈입니다.
핵심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고, 그중 상당 부분을 수도권과 신축 비아파트로 채우겠다는 방향입니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문제는 매매, 전세, 월세가 모두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연초보다 크게 줄었고, 대형 단지에서도 전세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대차 시장의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월세 역시 비슷한 흐름입니다. 전세 매물이 줄면 자연스럽게 월세 수요가 늘고, 월세 가격도 올라갑니다. 이 과정에서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지고, 시장은 점점 더 빠르게 불안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새로 공급될 주택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2026년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은 앞으로 몇 년 뒤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택 공급은 오늘 결정해도 내일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인허가 감소는 시간이 지나며 더 크게 체감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공급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일반적인 공사기간만 봐도 수년이 필요하고, 재개발이나 재건축처럼 정비사업이 얽히면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지금 당장 전월세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속도가 맞지 않습니다.
반면 빌라, 다가구, 다세대 같은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입지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1~2년 안에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공급 대책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정부가 매입임대주택 확대를 꺼내든 것도 이 속도 때문입니다. 이미 지어진 주택을 매입하거나, 신축 예정 주택을 약정 방식으로 매입하면 아파트보다 빠르게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비아파트 공급은 아파트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당장 부족한 임대주택을 빠르게 채우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이번 정책에서 언급된 규모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총 9만가구입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 공급은 6만6000가구로 제시됐고,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건축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신축 매입 물량입니다. 전체 9만가구 중 신축으로 지어질 물량이 5만4000가구 규모로 언급되면서, 그동안 얼어붙었던 소규모 비아파트 설계와 시공 시장에 새로운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한 건물에 20세대 안팎을 담는다고 보면 약 2,700동에서 3,000동 정도의 신축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물론 실제 규모는 지역, 사업 방식, 세대 구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근 신축 물량이 줄어든 시장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소규모 건축 시장이 보는 변화의 지점
매입임대빌라 확대는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면서 동시에 소형 건축 프로젝트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세대, 다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설계 경험이 있는 사무소와 중소 시공사에는 새로운 수주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매입임대 확대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축은 자금 지원입니다. 토지비의 상당 부분을 먼저 지원하고, 공사비도 준공 후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정률에 따라 3개월 단위로 나누어 지급하는 구조가 언급됐습니다.
이 방식은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 꽤 중요한 변화입니다. 비아파트 신축은 토지비와 초기 사업비 부담이 크고, 금융 여건이 나빠지면 착공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토지비와 공사비 흐름이 안정되면 그만큼 사업 참여 문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 전체 한 동을 반드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조건 아래 부분 매입도 허용하는 방향이 언급되면서, 사업자가 느끼는 부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최소 10가구 이상을 부분적으로 매입할 수 있다면, 사업 규모를 조금 더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정책은 ‘정부가 사준다’는 메시지보다, 민간이 다시 착공할 수 있도록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소규모 건축 시장은 쉽지 않았습니다. 금리 부담, PF 경색, 공사비 상승, 빌라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신축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장이 많았습니다. 전세사기 이후 빌라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면서 비아파트 시장은 더 위축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매입이 확실한 수요처로 등장하면 민간 사업자는 다시 사업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건축사사무소 입장에서는 설계 물량이 생기고, 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공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특히 신축 매입약정 방식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매입 기준과 품질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설계 업무보다 정책과 기준을 이해한 설계 역량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평면 구성, 세대 수, 주차, 피난, 단열, 방화, 유지관리까지 매입 기준에 맞춰 계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아파트 설계 경험이 있는 사무소는 매입임대 기준을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사는 공사비 지급 조건과 품질검수 기준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토지주는 단순 매각보다 신축 매입약정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시행자는 입지와 세대 구성이 실제 임대 수요와 맞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정책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주택은 여전히 아파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비아파트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호도와 자산가치 측면에서 아파트와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전세사기 이후 빌라에 대한 심리적 불안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가격만 낮다고 바로 선택하기 어렵고, 주택 품질, 관리 상태, 보증 안전성, 주변 생활 인프라를 모두 따지게 됩니다.
입지와 품질이 낮은 원룸이나 다세대가 숫자만 채우는 방식으로 공급된다면, 실제 수요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입임대빌라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공급량뿐 아니라 품질 기준이 중요합니다. 단열, 방음, 주차, 관리, 채광, 커뮤니티 접근성 같은 요소가 무너지면 빠른 공급은 가능해도 오래가는 주거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대량 매입을 추진하면 예산 안에서 목표 물량을 맞춰야 합니다. 이때 매입 단가가 낮게 잡히면 사업자는 수익을 맞추기 위해 공사비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품질 저하 우려가 따라옵니다.
비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빠르게 많이 짓는 것만 목표가 되면, 나중에 관리가 어려운 주택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단기 전월세난을 완화하려던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주거 품질 문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품질검수와 사후관리 기준이 함께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준공된 집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주자가 생활하기 좋은 집인지까지 확인해야 정책 효과가 살아납니다.
이번 매입임대주택 확대는 분명 단기 공급 대책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아파트 공급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비아파트를 활용해 빠르게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전략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정책은 건축사사무소와 중소 건설사에게 새로운 일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2년 안에 상당한 신축 물량이 실제로 움직인다면, 침체된 소규모 건축 시장에도 일정한 온기가 돌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숫자만 보는 공급은 위험합니다. 수요자가 외면하는 입지, 낮은 품질의 설계, 관리가 어려운 주택이 쌓이면 정책의 설득력은 빠르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매입임대빌라가 시장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되려면 빠른 공급과 함께 주거 품질을 끝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매입임대빌라 9만가구 공급은 단순한 물량 발표가 아니라, 수도권 임대시장과 소규모 건축 시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는 정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원본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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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내용]
토지보상 감정평가에서는 보상 대상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가진 표준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표준지공시지가는 보상액 자체가 아니라 감정평가의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개별공시지가는 주로 세금과 부담금 산정에 쓰이므로 보상액 산정 기준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비교표준지는 용도지역, 이용상황, 주위환경 등이 비슷한 표준지를 고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토지소유자는 감정평가사 추천권, 평가서 검토, 재결 절차 등을 통해 보상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본문]
공익사업으로 토지가 편입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결국 보상금이다. 내 땅이 얼마로 평가될지, 그 금액이 현실적인지, 감정평가가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토지보상액은 단순히 주변 시세만 보고 정해지지 않는다. 감정평가사는 보상 대상 토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표준지를 찾고, 그 표준지공시지가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러 요인을 반영한다. 토지보상에서 비교표준지 선정은 보상액의 첫 숫자를 잡는 과정에 가깝다.
토지보상액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된다. 이때 가장 먼저 기준으로 삼는 가격이 표준지공시지가다. 표준지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대표 토지의 단위면적당 적정 가격을 말한다.
표준지는 말 그대로 주변 토지 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점이 되는 토지다. 감정평가법인 등의 조사와 의견청취,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공시되며, 개별공시지가 산정이나 토지보상액 산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다만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표준지공시지가는 보상액 그 자체가 아니라, 보상액 산정을 시작하는 기준 가격이다. 실제 보상액은 여기에 시점수정, 지역요인, 개별요인, 기타요인 등이 더해지며 달라진다.
국토교통부 민원회신에서도 감정평가 시 적용공시지가 표준지 선정 기준은 비교적 분명하게 설명된다. 토지보상평가지침 제10조에 따라 공익사업에 편입되는 토지를 평가할 때는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가진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선정한다는 취지다.
말은 짧지만 실제 의미는 꽤 크다. 단순히 가까운 표준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용도지역, 실제 이용상황, 주위환경, 도로 접근성, 토지의 형상과 조건이 보상 대상 토지와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봐야 한다.
비교표준지는 위치만 가까운 땅이 아니라, 내 토지의 이용가치를 가장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는 표준지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동네 안에 있더라도 도로에 접한 토지와 안쪽에 들어간 토지는 이용가치가 다를 수 있다. 용도지역이 같아도 경사도, 형상, 주변 개발상황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비교표준지가 잘못 잡히면 이후 보정 과정을 거치더라도 보상액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비교표준지를 볼 때 감각적으로 먼저 확인할 부분
내 토지와 표준지가 같은 용도지역인지, 실제 이용상황이 비슷한지, 도로 조건과 주변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지부터 보는 것이 좋다. 보상액이 낮게 느껴질 때는 단순히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표준지를 기준으로 삼았는지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토지 가격을 이야기할 때 개별공시지가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매년 세금 고지서나 재산 관련 자료에서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보상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개별공시지가가 아니라 표준지공시지가다.
표준지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시하고, 토지보상액 산정의 기준 가격으로 쓰인다. 반면 개별공시지가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결정하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각종 부담금 산정 등에 주로 활용된다.
그래서 개별공시지가가 높다고 해서 보상액이 그대로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상평가에서는 비교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삼고, 평가대상 토지와의 차이를 여러 요인으로 보정해 가격을 산정한다.
개별공시지가는 세금의 언어에 가깝고, 표준지공시지가는 보상평가의 출발점에 가깝다.
토지보상액 산정은 보통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토지단가 = 비교표준지공시지가 × 시점수정 × 지역요인 × 개별요인 × 기타요인
이 공식에서 가장 앞에 놓이는 숫자가 비교표준지공시지가다. 첫 기준이 되는 숫자가 낮게 잡히면, 이후 보정을 하더라도 전체 보상액의 출발선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내 토지의 특성을 잘 반영한 표준지가 선정되면 보상액 판단도 조금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
비교표준지는 보상 대상 토지와 용도지역, 이용상황, 주위환경 등이 유사한 표준지여야 한다. 여기서 “유사하다”는 말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비슷한 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진다는 뜻에 가깝다.
따라서 감정평가서를 받았다면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비교표준지가 선정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 토지가 더 좋은 도로 조건을 갖고 있거나, 주변 개발 여건이 다르거나, 이용상황에서 차이가 있다면 그 부분이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지보상 절차에서 소유자는 단순히 통보를 받는 사람으로만 머물 필요가 없다. 법은 감정평가와 재결 절차 안에서 소유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공익사업 보상에서는 보통 2인 이상의 감정평가업자가 보상액을 산정한다. 이때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으면 보상계획 열람 기간 만료일부터 30일 이내에 감정평가업자 1인을 추천할 수 있다. 직접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가 과정에 소유자의 시선이 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장치다.
감정평가 결과가 나온 뒤에는 비교표준지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표준지가 내 토지보다 불리한 조건을 가진 곳인지, 용도지역이나 이용상황이 제대로 맞는지, 도로 접근성이나 형상 같은 개별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보는 것이다.
보상액에 의문이 든다면 숫자만 따질 것이 아니라, 비교표준지와 개별요인 보정이 어떻게 잡혔는지부터 보는 편이 좋다.
협의 보상에 응하기 어렵거나 보상액에 불만이 있다면 수용재결 절차에서 다시 다툴 수 있다. 수용재결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가 보상액의 적정성 등을 심의하는 절차다.
수용재결 결과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즉 보상금 증액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감정평가서의 구조, 비교표준지 선정, 시점수정, 지역요인, 개별요인, 기타요인 적용이 모두 쟁점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보상금 총액만 눈에 들어오지만, 실제로는 그 금액을 만든 과정이 더 중요해질 때가 많다. 비교표준지가 왜 그 토지였는지, 내 토지와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보정은 합리적인지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토지보상은 감정평가라는 숫자의 형식을 띠지만, 그 안에는 현장의 조건과 권리자의 사정이 함께 들어간다.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표준지공시지가의 역할과 비교표준지 선정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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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내용]
지목은 공부상 토지의 종류를 나타내지만, 보상평가에서는 현실적인 이용상황도 함께 봅니다.
임야로 되어 있어도 오래전부터 과수원으로 이용되고 농지로 확인되면 농지 평가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일시적 이용, 불법형질변경, 무단점유 경작 토지는 영농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지목변경은 형질변경, 전용허가, 건축 또는 사용승인 등 절차가 맞물려 진행됩니다.
최종 판단은 시장·군수 등 관할 행정청의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본문]

땅을 볼 때 서류상 지목만 보고 판단했다가, 막상 현장에 가면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공부상으로는 임야인데 오래전부터 과수나무가 심어져 있고, 실제로는 과수원처럼 관리되는 토지가 대표적이다.
이럴 때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서류에는 임야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이용은 과수원이라면 농지로 볼 수 있을까. 공익사업에 편입될 때 농지로 평가받거나 영농손실보상까지 받을 수 있을까. 지목변경 문제도 여기서 함께 따라온다.
토지는 공부상 지목도 중요하지만, 보상평가에서는 가격시점의 현실적인 이용상황을 함께 본다.
지목이란 토지의 주된 용도에 따라 토지의 종류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전, 답, 과수원, 목장용지, 임야, 광천지, 염전, 대, 공장용지, 학교용지 등 여러 지목이 있고, 토지대장이나 등기 관련 서류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기본 정보이기도 하다.
농지나 임야에 주택을 지으려면 보통 농지전용허가 또는 산지전용허가, 개발행위허가, 건축허가 같은 절차가 이어진다. 이후 건축물을 짓고 사용승인이나 준공 절차를 거친 뒤 지목변경을 신청하면 농지나 임야가 대지로 바뀌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목변경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의 용도가 실제로 변경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지적소관청에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지목변경을 생각할 때는 “언젠가 바꾸면 되겠지”보다, 실제 용도 변경이 언제 발생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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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상 지목이 임야라고 해서 실제 이용상황까지 항상 임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과수원으로 사용 중이고, 농지원부 등에 등재되어 있는 토지라면 보상 과정에서 농지로 평가할 수 있는지 따져볼 여지가 생긴다.
토지보상법 제70조제2항 취지는 토지 보상액을 산정할 때 가격시점의 현실적인 이용상황과 일반적인 이용방법에 따른 객관적 상황을 고려한다는 데 있다. 반대로 일시적인 이용상황, 토지소유자나 관계인의 주관적 가치, 특별한 용도에 사용할 것을 전제로 한 사정은 보상평가에서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회신 취지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공부상 지목이 임야라도, 개량 등을 통해 실제 이용상황이 농지이고 관할 시장·군수가 관계도서, 지형, 이용상황 등을 조사해 농지로 판단한다면 농지로 평가하여 보상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임야냐 과수원이냐의 문제는 서류상 지목만이 아니라, 실제 이용상황과 관할 행정청의 확인이 함께 맞물려 판단된다.
공부상 지목과 현실 이용이 다를 때 먼저 볼 부분
공부상 지목이 임야라도 오래전부터 과수원으로 이용되었는지, 농지원부나 관련 자료가 있는지, 불법형질변경은 아닌지, 일시적 경작은 아닌지부터 차분히 확인해야 한다. 보상에서는 현장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그 이용이 적법하고 지속적인지도 함께 본다.
토지보상법 제70조(취득하는 토지의 보상)
② 토지에 대한 보상액은 가격시점에 있어서의 현실적인 이용상황과 일반적인 이용방법에 의한 객관적 상황을 고려하여 산정한다.
다만, 일시적인 이용상황과 토지소유자 또는 관계인이 갖는 주관적 가치 및 특별한 용도에 사용할 것을 전제로 한 경우 등은 고려하지 아니한다.
다만 여기서 바로 영농손실보상까지 당연히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상 공익사업에 편입되는 농지법상 농지는 영농손실보상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예외도 분명히 있다.
토지이용계획이나 주위환경으로 보아 일시적으로 농지로 이용되는 토지, 불법형질변경토지로서 농지로 이용되는 토지, 타인 소유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 경작하는 토지는 영농손실보상 대상 농지로 보지 않는다.
임야를 과수원처럼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농지 평가나 영농손실보상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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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 과정을 거쳐 지목을 바꾸면 토지의 활용도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전, 답, 임야를 대지로 바꾸려는 이유도 대부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목변경은 단순한 서류 정리가 아니라, 땅의 사용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
전이나 답, 임야를 다른 용도로 쓰려면 농지전용허가나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개발행위허가, 건축허가, 사용승인 같은 절차가 이어질 수 있고, 현장 여건에 따라 도로, 배수, 경사도, 주변 토지 이용상황까지 함께 검토된다.
지목변경으로 토지가액이 증가하면 해당 토지의 시가표준액 증가분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취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여기에 도로포장비용, 하천점용비용, 농지전용부담금 같은 부수 비용이 따라올 수 있다.
처음에는 땅의 가치가 오르는 부분만 눈에 들어오지만, 막상 진행해보면 비용과 인허가 절차가 생각보다 촘촘하다. 지목변경은 수익성보다 먼저 가능 여부와 추가 비용을 확인해야 마음이 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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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변경을 위해서는 대부분 형질변경이 먼저 따라온다. 임야를 대지로 바꾸려면 단순히 서류상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건축이나 사용 목적에 맞는 상태로 토지의 형태와 이용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건물을 지을 목적으로 임야를 대지로 변경하려면 해당 토지에 건축물이 들어서고, 사용승인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지목변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해당 기관이나 설계사무소를 통해 지목변경 가능 여부를 검토해보는 편이 좋다.
산지의 경우 경사도도 중요한 변수다. 경사가 심하면 건축허가나 개발행위허가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고, 토목비도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 현장에서 볼 때는 전망 좋은 땅처럼 보여도, 인허가 관점에서는 전혀 다르게 읽힐 때가 있다.
농가주택을 짓는 경우에도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 여부에 따라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현지 농민인지 여부, 실제 농업 목적성, 도로 접도 조건 등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원문에서는 농가주택을 짓고자 할 경우 해당 부지와 도로가 2m 이상 접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지목변경이 가능해 보이는 토지라도 도로, 경사도, 전용허가, 사용승인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계획이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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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변경 신청은 관계 법령에 따른 토지 형질변경 공사가 준공된 경우, 토지나 건축물의 용도가 변경된 경우, 도시개발사업 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공사 준공 전에 토지 합병을 신청하는 경우 등에 가능하다.
절차 흐름은 대체로 개발행위허가나 농지·산지전용허가를 받고, 토목공사를 통해 땅의 형질을 바꾸고, 건축이 필요한 경우 건축 후 사용승인을 받은 다음 지목변경을 신청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이후 지목변경으로 상승한 토지가액에 대한 취득세나 전용부담금 납부가 따라올 수 있다.
여기서 앞의 임야 과수원 사례와 다시 연결된다. 공부상 지목이 임야인데 실제로는 과수원으로 오래 이용된 토지는, 보상평가에서는 현실 이용상황을 근거로 농지성 여부를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지목변경은 별도의 인허가와 절차가 필요하므로, 보상평가에서 농지로 볼 수 있는지와 공부상 지목을 실제로 바꾸는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보상에서는 현실 이용상황이 중요하고, 지목변경에서는 적법한 용도 변경 절차와 준공 여부가 중요하다.
결국 지목이 임야인 과수원 토지를 볼 때는 세 가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첫째, 실제로 얼마나 오래 농지처럼 이용되었는지. 둘째, 그 이용이 불법형질변경이나 일시적 사용은 아닌지. 셋째, 관할 시장·군수 등 행정청이 관계도서와 현장 상황을 조사해 농지로 판단할 수 있는지다.
서류와 현장이 다를 때는 어느 한쪽만 믿고 움직이기 어렵다. 토지보상, 영농손실보상, 지목변경은 서로 닿아 있지만 판단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이런 토지는 처음부터 관할 소관청과 설계·보상 실무자의 검토를 함께 받아보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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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할 때 그것은 도피나 회피라기보다,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한 거의 본능적인 요청에 가깝다. 남성의 인생은 유년기부터 지속적인 역할 수행의 연속이다. 학생일 때는 성취와 경쟁, 사회에 나오면 성과와 책임, 결혼을 하면 남편·아버지·가장의 역할이 겹겹이 더해진다. 남자의 하루는 끊임없는 ‘반응’으로 구성되며, 주변의 요구에 맞춰 계속해서 자신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가정은 따뜻함과 안정의 공간임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역할을 떠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남자는 집에 들어오는 순간 자동적으로 자신을 “남편 모드, 아버지 모드, 가장 모드”로 전환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태도와 책임을 요구받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으로 머무는 호흡의 틈이 거의 사라진다. 그래서 유부남들이 집 안에서 이유 모를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가족이 싫거나 가정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단 한 순간도 ‘역할을 내려놓은 나’로 존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요함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남자에게 단순한 취미나 여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심장을 다시 찾아오는 과정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 뇌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켜고, 그동안 밀어둔 질문들을 끌어올린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나는 어떤 남편이고 어떤 아버지인가?”, “이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남자는 어릴 때부터 감정을 뒤로 미루고 역할을 앞세우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잊고 산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 유일한 대화 창구다. 남자는 혼자 있어야 비로소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언제나 조용한 곳에서만 들린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의 남성들이 이 고요함조차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혼자 있어도 스마트폰이 그 침묵을 대신 채운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에 알림이 울리고, 답을 하기 전에 쇼츠가 재생되고, 생각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이미 다른 화면으로 도망친다. 고요함을 원하면서도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는 기묘한 시대다. 이는 앞서 하버드 실험에서 드러난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다. 사람들은 15분의 고요함을 견디느니, 차라리 전기 충격이라는 고통을 선택했다. 현대의 남성도 마찬가지다. 고요한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내면의 질문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질문을 듣기 전에 휴대폰이라는 안전한 소음 속으로 뛰어들어 버린다. 결국 남자는 혼자 있어도 혼자 있지 못하고, 그 결과 자기 회복의 통로를 잃는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길이 막힌 것이다.
남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배우자와의 거리 두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하게 가까워지기 위한 준비일 때가 많다. 고요함을 통해 심리적 호흡이 회복되면, 그는 다시 역할 속으로 돌아갈 힘을 얻게 된다. 남자의 혼자만의 시간은 가정을 벗어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더 온전히 돌아오기 위한 시간이다. 고요함은 남자의 도망이 아니라 귀환의 전제조건이다. 남자는 혼자 있어야만 비로소 다시 누군가의 남편으로, 누군가의 아버지로,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 설 수 있는 힘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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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찾는 자산, 금입니다. 2022년 미국 물가가 40년 만에 치솟던 반 년 동안 금 ETF로 100억 달러가 넘게 유입됐다는 사실은 상징적이죠. 배당도 이자도 없고 보관비용까지 드는 금이 왜 여전히 ‘최후의 피난처’로 남는지, 역사와 데이터로 길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금의 본질은 희소성입니다. 인류가 캐 낸 금을 모두 모아도 올림픽 수영장 몇 개를 채우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공급이 거의 늘지 않는 자산이란 뜻이죠. 반면 돈은 사정이 다릅니다. 1971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한 순간 달러는 더 이상 금으로 바꿔줄 의무가 없어졌고 통화는 필요에 따라 확대될 수 있게 됐습니다. 금은 그대로인데 돈이 늘어나면, 돈으로 표시한 금값은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금이 큰 폭으로 오른 핵심 배경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실물자산이 강해진다는 직관은 일정 구간에서 맞아떨어집니다. 인플레이션이 낮고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는 금도 비교적 규칙적으로 상승합니다. 하지만 물가가 두 자릿수로 치닫고, “정부가 통화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번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1970년대처럼 시스템 안정성 자체가 의심받는 국면에서는 금이 ‘인플레이션 해지’가 아니라 ‘체제 붕괴 해지’로 움직입니다.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약세장에서도 금은 자주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1970년대 금은 폭등했고, 1980년대 초반에는 정반대의 길을 갔죠. 차이는 정책입니다. 폴 볼커가 초강력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누르던 시기에는 높은 금리와 강한 달러가 금의 매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이후 대다수 위기에서 미국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택했고, 그때마다 제한된 공급의 금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봤습니다. 약세장이 다가올 때 정책의 방향을 먼저 짚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대 금시장의 수요는 두 축이 큽니다. 하나는 문화와 전통이 만든 보석 수요, 다른 하나는 투자 수요입니다. 보석 수요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가격을 흔드는 건 투자 쪽입니다. 대표가 ETF입니다. 금 ETF로 돈이 들어오면 실제 금을 매입해야 하고, 빠져나가면 매도해야 하니 가격에 직접 힘이 실립니다. 세계 최대 ETF의 보유량 변화만 봐도 어느 정도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이유죠. 중앙은행 매수도 중요합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이 꾸준히 보유를 늘리는 모습은 장기 신뢰의 표지입니다.
채권금리에서 물가를 뺀 실질수익률은 금 가격과 강한 역상관을 보입니다. 실질수익률이 오르면 안전한 확정수익의 매력이 커지고, 이자를 못 받는 금은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입니다. 실질수익률이 내려가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상황은 반대가 됩니다. 채권을 들고 있을수록 구매력이 줄어드는 환경에선 가치 보존 수단으로 금이 다시 빛납니다. 다만 금융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극단적 공포의 순간에는 이 관계마저 잠시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금은 한 방의 수익을 노리는 대상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보험에 가깝습니다. 시장이 잔잔할 땐 조용히 있지만, 모든 것이 동시에 흔들릴 때 하방을 받쳐줍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가 전체 자산의 5~10% 정도를 금으로 유지합니다. 방법은 세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실물은 가장 원초적인 안전이지만 보관과 유동성의 불편이 있습니다. ETF는 편의성과 유동성이 뛰어나 일상적인 관리에 적합합니다. 금광주식은 금값 상승에 레버리지가 걸리지만 기업 리스크가 얹힙니다. 대개는 ETF를 중심으로, 극단적 상황 대비 차원에서 소량의 실물을 더하는 조합이 실용적입니다.
단기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방향을 가늠할 단서들은 있습니다. 실질수익률의 추세가 내려오는지, 금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부양 쪽인지 긴축 쪽인지,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지. 이 몇 가지만 꾸준히 살피면 금이 어느 쪽으로 힘을 받을지 감이 잡힙니다. 중앙은행의 순매수 기조가 지속되는지도 함께 보십시오. 장기 플레이어의 발걸음은 의미가 큽니다.
달러 패권의 흔들림이든, 부채의 팽창이든, 예기치 못한 지정학적 충격이든—역사는 위기를 반복해 왔고, 그때마다 금은 제 역할을 해 왔습니다. 금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자산이 아니라, 모든 변수가 꼬였을 때 포트폴리오를 지켜내는 장치입니다. 뉴스의 굵직한 제목에 흔들리기보다, 희소성과 정책, 실질수익률과 수급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차분히 바라보면 금은 덜 신비롭고 더 실용적인 도구가 됩니다. 필요할 때 조용히 빛나는 보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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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검토
국토부가 공시가격 제도 개편 용역을 발주, 현실화율 상향 검토 보도가 잇따름(‘내년 보유세↑’ 전망). 다만 **정부는 “확정 아님”**이라고 부인/설명. 문 정부 로드맵(’30년 90%)을 재가동하면 **’26년 공동주택 현실화율 80.9%**가 거론됩니다. 서울경제+1다음마켓in
B. 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 과표계수) 인상 검토
현행 60%. 80% 상향 ‘검토’ 보도가 있었으나, **기재부는 “세제개편 확정 내용 아님”**이라고 공식 해명. 결정되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변경 가능해 법 개정 없이도 적용됩니다. NABO매일경제
메모: 두 장치 모두 과세표준을 키우는 레버라서, 법(세율) 손대지 않고도 세부담을 올릴 수 있습니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과세표준 = 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
예시로, 시세 10억, 현실화율 69%→80%, 공정시장가액비율 **60%→80%**로 동시에 오른다고 가정하면:
과세표준 계수 0.69×0.60=0.414 → 0.80×0.80=0.64 (약 +55%).
→ 세율은 구간별 누진이므로 실제 세액 증감은 주택 수·공제·세부담상한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아래 참고).
세부담 상한: 급격한 급증을 완화하는 안전판 존재
건강보험료 등 파급: 지역가입자 건보료·복지 일부는 공시가격을 입력변수로 씁니다(피부양자 탈락/보험료 변동 가능). 다만 인상 폭은 등급표/공제/개편안에 따라 케이스별로 상이. 정책브리핑KILF 한국지방세연구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연장: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26-05-09까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면 기본세율(6~45%) 적용(장특공제도 적용). 국세청/기재부 자료로 확인됩니다. TF미디어Tax Times국세청
이후(’26-05-10~): 추가 연장·개편이 없다면 **중과(2주택 +20%p, 3주택↑ +30%p)**와 장특공제 배제가 부활 가능. 이때 지방소득세(국세의 10%)까지 더해지면 실효 최고 82.5% 시나리오가 다시 성립합니다. 국세청한국경제
우리 집 공시가격: 올해값 확인 → 현실화율 10~20%p 상향 가정치로 보유세 시뮬. (국토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종부세 노출 여부: 합산 공시가격이 기준액(인별 합산) 초과하는지, 공정시장가액비율 60→80% 가정 시 과표 영향 점검. NABO
건보/피부양자: 지역가입자는 공시가격 변동이 재산보험료에 미칠 영향 확인(피부양자는 자격요건 점검). 정책브리핑
다주택 처분 계획: ’26-05-09 이전 매도·잔금·등기 완료 기준으로 검토(양도일 기준). Tax Times
“공시가 90% 확정” 아님 → 검토·용역 단계 보도와 정부 부인이 함께 존재. 최종은 시행계획/고시 확인 필요. 서울경제땅집고
“공정시장가액비율 80% 확정” 아님 → 기재부 ‘미확정’ 공식 설명. 정책브리핑
“다주택 양도세 82.5%가 상시” 아님 → 유예가 ’26-05-09까지 존재. 이후는 정책 재연장 여부에 달림. TF미디어
무주택/1주택: 재산세·종부세 세부담상한을 고려해도 공시가·가액비율 동시 상향 시 체감 증가 가능. 장기 거주 1주택이면 종부세 고령·장기보유 세액공제 등 감면 요건 점검. 국세청
다주택(매도 예정): ’26-05-09 이전 매도·등기 완료를 1순위로 고려. 매도 분산(과세연도 분할), 장특공제 최대화, 부담부증여·공동명의 등은 전문가 시뮬 추천. PwC
은퇴/피부양자 의존: 공시가 상승이 보험료/피부양자에 미칠 영향 사전 계산. 과표 구간/등급 유지 시 인상 없을 수도 있음(케이스 바이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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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국 페르시아의 미술 경영

페르시아 제국 수도 페르세폴리스의 대접견실 ‘아파나타’(기원전 486년∼기원전 465년경) 유적. 제국의 왕이 피지배민들을 접견하던 곳이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대접견실 기둥은 제국의 융합 미술양식을 잘 보여준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눈도, 비도, 무더위도, 밤의 어둠도 우리 배달원이 맡은 임무를 신속히 완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미국 연방우체국(USPS)의 사훈이다. 요즘 국내 배송·배달 플랫폼 업계의 지향점과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좌우명의 기원은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 연일 뉴스에 오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멀지 않은 이란 남부 파르스 지방에서 작은 도시국가로 시작해 기원전 6세기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한 페르시아가 그 기원이다.》
당시 페르시아는 오늘날 이란을 중심으로 튀르키예, 이집트, 이스라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까지 통치했다. 이렇게 방대한 지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오늘날로 치면 국토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이른바 ‘왕의 길(Royal Road)’이라고 불렸던 이 도로는 돌과 자갈로 다져진 포장도로였다. 도로 폭은 평균 6m, 길이는 2만7000km에 달했는데, 제국의 수도 수사에서 시작해 아시리아 중심지 니네베를 거쳐 튀르키예 서부 사르디스까지 이어졌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경이로운 점은 일반 여행자들은 걸어서 90일 정도 걸리는 이 길을 왕의 전령은 단 7일 만에 완주했다는 것이다. 길에는 약 24km 간격으로 111개의 역참이 있었고, 역참마다 말과 휴식시설, 식량, 물이 준비돼 있어 전령은 도착 즉시 말을 갈아타고 다음 역참으로 출발했다. 이들의 신속·정확함은 이웃 국가였던 그리스에 인상적으로 보였는지 여러 일화를 낳는다.
먼저 기원전 500년경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눈도, 비도, 무더위도, 밤의 어둠도 이 전령들이 정해진 코스를 최고 속도로 완주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이 문구가 20세기 초 미국 뉴욕의 중앙우체국 건물 정면에 쓰이면서 현재 USPS의 신조로 남았다.
또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시조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기하학을 쉽게 배우는 방법을 묻자 “폐하, 기하학에 왕도(王道)는 없사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기서 ‘왕도’는 바로 페르시아 왕의 길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오늘날 “공부에 왕도는 없다”는 속담의 유래도 페르시아인 셈이다.
● 대제국 통치 원리 ‘팍스 페르시아나’

페르시아 ‘키루스 원통’(기원전 539년). ‘피정복민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사진 출처 대영박물관·위키피디아인류 최초의 대제국으로 알려진 고대 페르시아(기원전 550년∼기원전 330년경)는 4대 문명 중 황허 문명을 제외한 나머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을 통합했다. 참고로 한창때 페르시아 제국의 영토는 550만 km²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로마 제국의 최대 영토보다도 큰 규모다.
페르시아가 보여준 복잡다단한 대제국의 통치 방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팍스 페르시아나(Pax Persiana)’이다. 페르시아의 보호 아래 제국의 다양한 민족들이 공동 번영을 누린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페르시아는 일찍부터 강력한 군사력과 함께 관용의 정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포용 정책을 실천했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시조 키루스 2세는 기원전 539년 신바빌로니아를 정복한 다음 자신의 공적을 진흙으로 만든 원통에 쐐기문자로 기록했다. ‘키루스의 원통’으로 알려진 이 문서에는 키루스 2세가 바빌로니아의 신 마르두크의 명령을 받아 바빌로니아를 쳤다는 내용이 나온다. 키루스 2세는 폭군을 몰아내고 바빌로니아 백성들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 왔기에 무혈 입성했다고 칭송한다.
이 문서에는 키루스 2세가 정복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바빌로니아로 끌려온 여러 민족을 자기 고향으로 되돌려보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는 구약성서의 바빌론 유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사야서’에서 유대인을 해방시켜 ‘기름 부은 자’로 나오는 고레스 왕이 바로 키루스 2세이다.
● 권위 형상화한 수도, 페르세폴리스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려면 통치자의 권위를 강력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페르시아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바로 제국의 신도시 페르세폴리스가 그것이다. 페르세폴리스는 기원전 518년 무렵부터 터를 닦기 시작해 페르시아 제국의 전성기인 다리우스 1세 때 완성된다. 규모는 동서 450m, 남북 330m의 대지에 11m 높이의 석조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웅장한 궁궐을 조성했다.
현재 전체적으로 많이 파괴된 상태이지만, 외국 사절을 맞이하는 대접견실의 위용만으로도 페르세폴리스가 얼마나 크고 웅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접견실은 정사각형 모양의 건축물로, 한 변의 길이가 60m이고 내부 기둥 높이는 21m에 이른다. 이 거대한 기둥은 원래 36개 있었지만 현재 13개만 남아 있다.
대접견실의 기둥을 자세히 살펴보면, 페르시아인들은 광활한 제국의 영토 곳곳에 자리 잡은 다양한 건축 양식을 가져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융합해 새로운 제국 양식을 창출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둥 받침대에 들어간 식물 문양 장식은 이집트에서 널리 사용되던 방식이다. 받침대 위 양뿔처럼 생긴 장식은 이오니아 양식이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건축 양식으로 볼 수 있다. 또 기둥 맨 위의 동물 장식은 메소포타미아의 영향을 받았다. 여러 민족에 자치권을 줬던 페르시아의 포용 정책은 미술에서도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 활발한 교역의 상징 된 금화

페르시아 금화 ‘다릭’. 순금 8.4g, 지름 13mm로 제작됐으며 전면에 왕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출처 대영박물관·위키피디아페르시아 제국의 통치술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경제다. 왕의 길을 통해 각 지역의 특산물이 활발히 거래됐는데, 이 같은 장거리 무역을 원활히 하기 위해 새로운 교환 수단을 발명해 냈다. 금화가 그것이다. 키루스 2세(기원전 550년∼기원전 530년경) 시기 페르시아에서 인류 최초의 금화가 만들어졌다. 역사적으로 이보다 앞서 금과 은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주화가 있었지만, 순도 높은 순금으로만 주화를 만든 나라는 페르시아였다.
키루스 2세 이후 페르시아를 통치했던 다리우스 1세는 8.4g짜리 금화를 제작해 제국 전체에 통용시켜 일종의 표준화폐로 만들었다. 금으로 화폐를 만든 뒤 표면에 지배자의 모습을 새겨 넣는 것은 페르시아인들이 처음 고안해 낸 방식이었다. 다리우스 1세 때 만들어진 금화에는 지휘봉과 활을 들고 있는 왕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모든 경제적 영광의 주인이 바로 왕 자신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
황금은 지역을 넘어서도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금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국가나 지역 간 장거리 무역이 활발했다는 것을 뜻한다. 광활한 땅을 정복하고 여러 민족을 다스리면서도 그들과 공존을 꾀했던 페르시아는 교류를 가속화하기 위해 국제 화폐를 탄생시켰다.
● 사라질 위기에 놓인 페르시아 유산
페르시아는 이처럼 인류 최초의 대제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도약시킨 혁신을 다채롭게 보여줬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고대 문명과 그 이후 페르시아의 땅에 쌓여 온 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완전히 사라질 것(A whole civilization will die tonight)”,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we‘re going to bring them back to the stone ages)” 같은 무시무시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종전을 이끌기 위한 압박이겠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이란 땅에서 이뤄진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을 한번 되짚어 보고 싶었다.
다행히 종전에 대한 희망이 커지고 있다. 인류 최초의 대제국 페르시아를 계승하는 이란과 21세기 초강대국을 꿈꾸는 미국은 ‘세계 경영’이라는 공통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합리적인 대타협도 가능하지 않을까. 전 세계인들은 2주라는 양국의 휴전 시한(21일)이 끝나기 전에 기쁜 소식이 나오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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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고영미,토포하우스에서 '찬란한 봄, 역설의 풍경'전 개막
4월 15일부터 5월 11일까지 전쟁 풍경화 등 20여 점 선보여
시니컬하되 예술로 한단계 승화된 상징적·은유적 비판 주목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시인이 '잔인한 계절'이라 칭했던 4월. 발길 닿는 곳마다 색색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연녹색 새잎이 푸릇푸릇 돋고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중동발 전쟁소식은 여전하다. 종전까지는 6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뉴스도 전해진다. 이런 시점에 '전쟁과 인간' '자연과 폭력'의 문제를 끈질기게 예술로 표현해온 화가 고영미(Ko Young-mee·46)가 개인전을 개막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고영미 '한여름 밤의 꿈2'. 한지 위에 채색. 112x145.5cm [이미지 제공=고영미, 토포하우스] 2026.04.19 art29@newspim.com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는 고영미(46) 작가를 초대해 '찬란한 봄, 역설의 풍경'전을 4월 15일부터 5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지난 3월 촉발된 미국·이스라엘-이란간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작가가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작업해온 이른바 '전쟁 풍경화' 20여 점이 내걸려 관심을 모은다. 오래 전에 작업한 그림도 다수 포함되었지만 오늘의 시점과도 잘 오버랩되고, 잘 부합되며 오늘 이 전쟁에 대해, 인간의 폭력과 탐욕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성찰하게 한다.
고영미 작가가 전쟁이라든가 폭력 등의 예민한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개인사적으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로 여전히 잠재적 분쟁국가인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고영미는 미국·이스라엘- 이란 중동전을 보는 고영미 마음이 편치 않다.
[서울=뉴스핌]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찬란한 봄, 역설의 풍경'전을 여는 고영미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19 art29@newspim.com
20여 년 전 작가의 동생은 군 복무중 한쪽 눈을 실명했다. 동생은 당시만 해도 매우 폐쇄적이었던 군에 책임이나 보상을 요구할 수 없었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이 땅의 소시민으로써 가족들도 무기력하긴 마찬가지였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대를 두고 있고,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개인 장병이 외치는 내면의 절규는 위로 닿지 않았다.
이에 누나인 고영미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조하며 그림으로 이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예민하고도 강렬한 주제 의식을 투영시킨 작품을 시작하며 화가 자신도 조금씩 변화해갔다.
동생은 국가유공자로 분류돼 일정부분 처우를 받게 됐지만 잃어버린 한쪽 눈은 더이상 돌아올 수 없고, 마음의 상처는 계속 응어리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에 작가는 개인사는 물론 북한의 핵위협, 전쟁으로 치닫는 국제정치 문제에도 좀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같은 이슈를 작업에 녹여내기에 이르렀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찬란한 봄, 역설의 풍경'전을 여는 고영미 작가의 작품. 2026.04.19 art29@newspim.com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 NATO)가입 시도와 이에 따른 러시아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은 4년동안 양측 희생자 120만~180만명(사망자25만~60만명)를 내고도 종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중동의 가자 지구,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적 학살은 과거 박해의 희생자였던 유대인, 혹은 그 후손들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는 가해자가 되는 역설을 낳고 있다. 지금 시대 이 땅의 예술가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이란 등에서의 전쟁의 참화를 접하면서도 인간이 행하는 폭력에 대한 분노, 약자들에 대한 연민을 잘 표현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고영미 작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 번 언론에 오르는 중동 전쟁 사진과 영상들을 접하면서 '보여주지만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려고 힘쓴다. 그리곤 스스로 느낀 바와 전쟁의 이면, 인간의 끝없는 광기와 폭력, 전쟁의 화파 속에서 스러지는 사람들을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공중에서 투하된 폭탄에 미니어처 장난감들처럼 부서져 내리는 건물들 풍경,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는 정유시설, 포탄과 쏟아져 내리는 분진들 속에 더 깊은 고통이 계속되는 현장을 압축적 상징적으로 화폭에 담고 있다.
이란-미국·이스라엘 전쟁은 미사일 궤적, 요격 장면, 레이더 화면, 열감지 이미지 같은 비물질적 시각정보로 소비된다. 풍경은 궤적과 신호의 집합이다. 지면과 공중의 풍경이 작가의 화면 속에서 충돌한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종로구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한 고영미 작가의 개인전 '찬란한 봄, 역설의 풍경'전에 출품된 대형 회화. 2026.04.19 art29@newspim.com
화가 고영미가 4년간 접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뉴스화면, 위성 이미지, 드론영상, SNS에 떠도는 파편화된 크립의 정보이다. 한반도에서 바라보는 유럽과 중동의 풍경은 장소가 아니라 매개된 이미지들의 층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영미의 회화적 비판은 직설적, 단선적이지 않다.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내면의 목소리와 외침을 예술로 한단계 승화시켜 표현해 시니컬하지만 은유적이고 양가적이다.
[서울=뉴스핌] 작가 고영미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한 개인전 '찬란한 봄, 역설의 풍경'에 출품된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19 art29@newspim.com
고영미는 작가노트에서 "예술과 (국제)사회는 각각 독립된 영역이 아닌 상호 연관된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나는 예술을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논의와 구조를 반영하는 매개체로 인식하기에 그렇다."라고 밝혔다.
또 "미디어에서 보는 간접 경험, 타인의 일이 나 자신에게 전가되어 불안한 심리를 갖는다. 몸으로 기억되고 축적되어 작업으로 표현된다. 그러기에 작업은 단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대변한다. 뉴스를 통해 바라보는 전쟁은 하나의 이미지, 씬이다. 영향을 받지만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 시퀀스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고영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홍익대학교 디자인·공예학과에서 색채전공으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영미의 토포하우스 개인전은 오는 5월11일까지 계속된다. 월요일 휴관. 무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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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4월 1주] <사냥개들 시즌2> <휴민트> <엑스오, 키티 3> <아바...
대표작 2편 내리 개봉! 올 겨울, 양조위 팬들은 좋겠네 - 아시아투데이
재활용 충전재가 거위털로 둔갑...? 노스페이스 공정위 신고
김해공항 국제선, 1000만 이용객엔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철도노조 파업예고…23일부터 동해선 열차 70%만 운행
“여보, 지금 일본여행 갈까?”…20만원→2만원 ‘뚝’, 관광지 호텔비 급감한 이유가
‘저속노화’ 정희원, 강제추행 혐의로 맞고소…사생활 논란 확산
[현장] 책 영화 빠진 자리, 도파민과 체험이 채웠다 | 비즈한국
김재우♥조유리, 남산뷰 77평 아파트 공개 “아내 위한 인테리어, 침대는 따로”(행가집)
온라인 기반 가구 시장 성장세…29CM 거래액 전년대비 40% 증가
자라홈, 롯데월드몰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오픈 < 유통소비자 < 생활경제 < 기사본문 - 이뉴스투데이
패션비즈 | 패션코드, 브랜드 스케일업 프로젝트 'KODE : S' 성료... 우승자는 몽세누
[강현철의 명화산책] ‘영혼의 눈동자’ 모딜리아니 ‘잔 에뷔테른’
패션비즈 | '6500억 호실적' 아이파크몰, 메가숍 · 패션 MD 흥행몰이 통했다
무너지는 K푸드 장벽, 초거대 美 식품 몰려온다 < 헤드라인톱 < 유통소비자 < 생활경제 < 기사본문 - 이뉴스투데이
“AI가 사람 대체한다” 아마존, 사무직 10% 감축 단행 - 조세일보
[김승중 더봄]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마음, 우회 방법은 < 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 더봄 < 기사본문 - 여성경제신문
캄보디아 한인 납치 신고 330건…나경원 "이재명 정권, 왜 방치하나"
전통시장서 두살배기 납치 시도한 60대 남성 체포 | 연합뉴스
中 과학자들, 노화 멈추는 줄기세포 개발…"뇌·혈관까지 회춘"
“온몸이 종잇장처럼 벗겨져”…‘이 약' 복용 4일 만에 피부 괴사까지, 무슨 일?
해운대 백사장에 '푸드트럭' 추진…벌써부터 '시끌벅적'
‘역전부부’ 아내, 유명 남편 때문에 결혼·출산 소식 숨겼다 “악플 시달리기도”(결혼지옥)
“약으로 버티려 했는데”…긴급수술 받았다는 조세호, 무슨일이
알바 채팅방, 나 빼고 전부 한패… 신종 온라인 사기 극성
나솔 광수, 110kg→80kg 반전 과거 공개… “살 빼려 ‘이것’ 끊었다”
이청아, 최애 男 입주자는?…"편파적인가" 고민 (하트페어링)
미쳐야 했던 시대, 이름조차 불리지 않았던 그들 ‘초현실주의와 한국근...
“가난하면 왜 사랑도 망가질까? 자존감까지 파괴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