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평대 아파트는 너무 흔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구조 변경으로 같은 집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큰 가구를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어떻게 재편성하느냐에 있습니다. 이 집의 경우 한 개의 작은 방을 없애는 것만으로 주방, 거실, 안방의 세 공간 모두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 개 방을 없애서 만든 주방의 변신
기존 주방은 코너 쪽에 다행도실이 툭 튀어나와 있었고, 그 앞으로 좁은 식탁 공간만 겨우 들어가는 전형적인 30평대 레이아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접한 작은 방 하나를 확장함으로써 34평형대에서는 볼 수 없는 넓고 우아한 주방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이 구조 변경의 첫 번째 효과입니다.
설계자는 이 공간을 1인 동선에 최적화된 11자 구조로 구성했습니다. 요리를 혼자 많이 하는 아내를 위해 계수대에서 가열대로, 그리고 싱크로 이동하는 동선을 일직선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에 아일랜드는 원형 식탁으로 설계했는데, 이것이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실질적인 동선의 차이를 만듭니다.
원형 식탁을 선택한 이유가 중요합니다. 만약 직사각형 식탁을 놓았다면 로봇 청소기가 다니는 동선이 막히고, 팬트리로 나가는 통로도 좁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형은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성을 보장하는 가장 실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아일랜드의 양쪽에 수납장을 더블로 만들어 실용성까지 극대화했습니다.
주방 설계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로봇 청소기 진출입을 위한 개구부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인데, 정면에서 봤을 때 기계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예쁘게 보이도록 꺾어서 디자인했습니다. 옆의 문짝도 같은 높이로 띄워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으로 작동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초보자가 놓치기 쉬운 디테일입니다.
거실과 작업 공간의 명확한 분리
기존 거실은 단순히 소파와 TV만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또 다른 필요가 있었습니다. 주인 여성이 주로 사용할 공용 작업 공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업무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아닌가요?
다만 이 가족은 "식사할 때는 밥만, 작업할 때는 작업만" 하고 싶다는 니즈를 표현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입니다. 좌우의 식탁과 작업 테이블이 겹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설계자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뭐가 맞고 틀렸다가 아니라 당신의 가족에게 맞는 방식을 찾으세요"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공간 설계의 철학입니다.
거실 설계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방문이 바로 보이는 답답한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구조 변경으로 개방감 있는 공용 작업 공간으로 확장함으로써, 현관에서부터 대형 표현대처럼 느껴지는 스케일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의 숨겨진 설계 스킬
일반적인 슬라이딩 도어는 한쪽으로만 열립니다. 중문이 반쯤 닫혀 있으면 결국 절반의 개방감만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설계에서 활용한 방식이 다릅니다. 벽체 바깥쪽으로 레일을 두 개 설치해서, 도어 자체를 벽 바깥으로 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도어를 완전히 열면 확실히 넓어지고, 반쯤 닫으면 프라이빗한 느낌이 나면서도 여전히 개방감을 유지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반드시 맞은편 벽이 돌출되어야 도어가 끝까지 납니다. 이것이 없으면 도어가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생깁니다. 이런 세부 사항은 시공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로와 세로 결의 리듬감 있는 활용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섬세한 설계 스킬이 바로 가로와 세로 결의 적절한 조합입니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의 트래버틴 세라믹은 가로로 결이 흘러갑니다. 반면 아일랜드 옆 브론즈 경은 세로로 끊어져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공간이 리드믹하고 정리된 느낌을 줍니다.
거실로 넘어가면 원목 중문은 가로결의 루버로 만들어졌지만, 양쪽을 받아주는 벽체는 세로 패널로 처리했습니다. 벽등까지 세로 스트라이프를 살렸고, 펜던트도 세로의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반대편을 보면 하부는 가로로 흐르는 오브제가 들어가고 위는 가로로 끊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설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집 안의 기본 요소들이 모두 가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도 가로, 가열대 공간도 가로, 무엇보다 TV는 확실한 와이드한 형태입니다. 이 피할 수 없는 가로를 세로와 잘 조합했을 때 직관적으로 정리되고 안정감 있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생활 동선으로 시작하는 안방 설계
안방은 기존에 도어 타입으로,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이 반쯤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복잡했고, 동선도 어중간했습니다. 이 가족의 핵심 니즈는 명확했습니다. 남편이 아침 일찍 출근할 때 아내를 깨우지 않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결 방법은 잠자는 공간과 준비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조 벽체를 제외하고 안방 전체를 정리한 뒤, 파우더와 드레스 공간을 새로운 영역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로 기획했기 때문에 문을 열어 놓아도 전실처럼 연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안방 복도 끝에 미학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가족은 수납 공간을 원했고, 설계자는 기능에 미를 더했습니다. 하부에 센서등을 숨겨 넣은 것입니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와 여기서 제품을 바르고, 옷장에서 옷을 입고, 세팅도 하다 보면 아내와 충돌할 지점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구조 변경의 진정한 의미
구조 변경은 벽을 없애고 공간을 넓히는 것만이 아닙니다. 가족의 실제 생활 루틴, 불편함,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한 뒤 이롭고 효용 있는 공간적 솔루션을 만드는 것입니다. 동선이 겹치지 않고, 각 공간이 명확하게 분리되면서도 개방감을 잃지 않는 설계. 그리고 가로세로 결, 슬라이딩 도어의 위치, 숨겨진 센서등 같은 디테일이 모여 사람의 생활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34평대는 비좁은 공간이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재설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개의 방을 없애고 불편을 해결하는 동선을 만들면, 평범한 아파트는 생활이 편한 집으로 변모합니다. 구조 변경을 계획 중이라면 이 설계의 세 가지 핵심을 기억하세요. 첫째, 가족의 실제 루틴에 맞춘 동선 설계. 둘째, 개방감과 기능성의 균형. 셋째, 가로세로 결이나 슬라이딩 도어 위치처럼 작은 디테일이 전체 공간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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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꾸미기할 때 소파, 침대, 식탁부터 고르는 것이 실패의 원인입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서 감으로만 고르게 되고 결국 어디서나 본 듯한 평범한 집이 됩니다. 대신 그림, 거울, 액세서리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점미기 게임처럼 하나하나 이어가기만 해도 자동으로 완성된 인테리어가 만들어집니다.
[내용]
새로 이사 온 집에서 큰 가구부터 고르기 시작했는데, 왜 자꾸 선택을 못 할까요? 소파를 고르고, 식탁을 고르고, 조명까지 "아낌없이" 질렀는데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당신이 고르는 순서가 99%의 사람들과 같기 때문입니다.
큰 가구부터 고르면 왜 감각에만 의존하게 될까
집꾸미기 순서에서 가장 큰 실수는 소파, 침대, 식탁 같은 큰 가구부터 선택하는 것입니다. 큰 가구부터 고르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집니다. 색상, 디자인, 재질, 크기 등 고민할 것이 너무 많아지면 결국 감으로만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감으로 고른 것들은 십중팔구 "무난한" 것들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소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인가요? 유명한 브랜드의 소파입니다. 그래서 다들 비슷한 소파를 고르게 되고, 다들 비슷한 색의 커피 테이블을 고르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당신의 집도 "어디서 본 듯한 집"이 되어버립니다. 이것이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 진짜 이유입니다.
점잇기 게임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달라진다
어릴 때 점을 이어 그림을 그리는 놀이를 해본 적 있나요? 번호 순서대로 점을 찍으면 어느 순간 큰 그림이 완성됩니다. 집꾸미기도 정확히 같습니다. 큰 것부터 고르는 대신 작은 시작점을 찾아서 하나하나 이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 시작점이 바로 그림입니다. 그림이 최고의 집꾸미기 "치트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하는 방식도 바로 이것입니다. 그림 한 장을 걸면, 그 그림이 당신의 모든 선택을 가이드합니다. 그림 속의 색상이, 분위기가, 스타일이 소파 색상을 결정하고, 러그를 결정하고, 쿠션을 결정합니다.
실제로 한 집을 예로 들어봅시다. 인테리어도 했고 소파도 사고 식탁도 샀는데 자꾸 부족하다고 느꼈던 분입니다. 브라운 빔백 때문에 거실이 어색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빔백을 치우는 대신 벽에 그림을 하나 걸었습니다. 빔백의 브라운 색이 들어간 그림을 선택한 것입니다. 순간 그 공간이 달라졌습니다. 빔백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림과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림을 고르면 다음이 자동으로 결정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봅시다. 텅 빈 거실을 꾸미는 경우라고 가정해봅시다.
첫 번째, 그림을 선택합니다. 이 집이 따뜻하고 평온한 느낌이길 원한다면, 그런 감정을 주는 그림을 찾으면 됩니다.
두 번째, 그 그림의 색상과 분위기를 따라 소파를 고릅니다. 당신이 원래 생각하던 소파 브랜드가 있더라도, 그림과 어울리는 색상의 소파를 선택하면 됩니다.
세 번째, 그림의 보색(반대편 색상)을 포인트로 쿠션이나 라운지 체어로 살짝 포인트를 줍니다.
마지막으로, 조명과 천장 선풍기(실링펜)로 블랙 포인트를 주어 공간에 대비를 줍니다.
보세요. 뭔가 특별한 것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하나하나 이어간 것뿐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당신이 고르는 것마다 확신이 들게 됩니다.
저예산으로 시작점을 찾는 방법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그럼 비싼 그림을 사야 한다는 건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처음부터 크고 비싼 그림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작은 포스터, 뮤지엄 샵의 저가 그림, 심지어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울도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비싸거나 유명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 시작점에서 감각을 키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뮤지엘 샵에 가면 포스터들이 이미 액자에 걸려 있는 상태로 전시됩니다. 온라인에서는 별로였던 그림도 제대로 액자에 걸려 있으면 다르게 보입니다. 또한 저가의 포스터(10~50만 원대)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더 투자하고 싶으면 한정판(수백만 원대)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
거울도 마찬가지입니다. 25,000원짜리 거울도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공간의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주말 시작해볼 집꾸미기
지금 바로 당신의 집을 둘러봅시다. 벽장 안의 물건, 창문 밖의 풍경, 혹은 카페에서 본 그림 한 장. 이런 것들 중에 당신이 평생 살고 싶은 집의 시작점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감각을 자극하는 작은 것부터 찾아보세요. 그것이 모든 선택을 가이드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것부터 하라"는 조언을 들으면 액세서리만 잔뜩 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작은 것은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당신의 전체 공간을 가이드할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그림, 거울, 혹은 창밖의 풍경. 이런 것들이 당신의 모든 선택을 결정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집에서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면, 이미 다 고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집에 이미 하나의 시작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큰 가구를 치우기 전에 작은 것부터 찾아보세요.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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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는 단순한 쇼핑 거리라기보다 도쿄의 주류와 비주류 문화가 계속 부딪히는 건축 현장에 가깝다. 위드하라주쿠처럼 주변 숲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도 있고, 자일 오모테산도처럼 상업 건축의 문법에 반항하는 건물도 있다. 이 글은 네 개의 공간을 따라 걸으며 하라주쿠 특유의 양면성을 읽어본다.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건축 여행은 막상 걸어보면 쇼핑보다 공간의 충돌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쪽에는 샤넬 같은 하이패션 매장이 있고, 몇 걸음 옆에는 스트릿 패션 브랜드와 골목 문화가 붙어 있다. 고즈넉한 신사와 가장 빠르게 변하는 유행의 거리가 한 동네 안에 섞여 있다는 점도 이 지역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곳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 건축물이 많아서가 아니다. 하라주쿠는 주류와 비주류, 고급 브랜드와 스트릿 문화, 전통적 풍경과 상업적 에너지가 좁은 거리 안에서 계속 부딪힌다. 그 충돌이 그대로 건축의 표정으로 드러나는 동네라는 점에서 도쿄 건축 답사 코스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위드하라주쿠에서 보이는 메이지진구 숲과 현대 상가의 거리감
하라주쿠역 앞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 중 하나가 위드하라주쿠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시기에 맞춰 새로 올라간 이 주상복합 건물은 처음 보면 목조건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철골 구조 위에 목재 마감이 덧입혀진 방식이다.
중앙 입구에는 신사의 도리이를 떠올리게 하는 큰 문이 세워져 있다. 이 장치는 옆에 있는 메이지진구와의 연결성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를 사용해 지나치게 번쩍이는 현대 상업시설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흔적을 품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각 층마다 보이는 나무 기둥은 숲의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다. 하라주쿠역 앞 대로의 복잡함 속에서도 메이지진구를 둘러싼 숲의 이미지를 살짝 끌어온 느낌이다. 정면의 유리벽은 계단식으로 나뉘어 하나의 큰 건물인데도 여러 블록의 작은 상가가 모인 것처럼 보인다.
대로변 카페에서 숲을 바라보는 맛도 있지만, 이 일대는 사람과 차량의 흐름이 워낙 많다. 그래서 조용히 쉬고 싶다면 정문 쪽보다 뒤편의 계단식 쉼터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하라주쿠역 바로 앞이라는 입지는 좋지만, 휴식까지 기대한다면 소음과 동선의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코쿠요 공간은 문구점이 아니라 생활감 있는 오피스 실험실에 가깝다
위드하라주쿠를 따라 걷다 보면 다케시타도리처럼 사람이 몰리는 상권을 지나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위쪽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주택들이 섞인 골목이 나오고, 건물마다 벽돌과 타일, 형태가 전부 다른 일본 주거지 특유의 풍경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금이 그어진 듯한 독특한 외관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카페 겸 문구점으로, 일본의 유명 문구 기업 코쿠요 그룹이 직접 설계와 기획, 운영까지 맡은 공간이다. 노트와 학용품으로 익숙한 브랜드가 건축 공간을 만들었다고 하면 조금 의외지만, 사실 코쿠요는 오피스 디자인과 사무용 가구 영역까지 다루는 그룹이다.
1층은 카페와 문구점, 2층과 3층은 가구 제작 공방과 제품 선행개발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외관도 완전히 열려 있거나 완전히 닫힌 느낌이 아니다. 안에서 무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는 남기되, 거리와도 적당히 연결되어 있다.
매장 안에는 아기자기한 문구류와 독특한 소품이 많다. 특히 바느질된 실을 풀어가며 사용하는 달력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생활 물건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직원 복장이나 카페 메뉴에서도 학창 시절의 급식소 같은 친근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하라주쿠를 찾는 10대와 20대는 물론 다양한 연령대가 부담 없이 들어오게 만드는 장치처럼 보인다.
하라주쿠 골목에서 공간을 보는 법
하라주쿠는 큰길만 보면 브랜드 쇼핑 거리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옆으로 빠지면 문구점, 주택가, 스트릿 브랜드, 카페가 뒤섞인다. 그래서 건축을 보러 간다면 유명 건물 하나만 찍고 이동하기보다 큰길과 뒷골목을 번갈아 걷는 편이 훨씬 입체적이다.
자일 오모테산도는 럭셔리 거리의 질서에 일부러 엇나간다
하라주쿠의 양면성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우라오모테다. 겉과 속, 앞과 뒤라는 의미처럼 하라주쿠에는 오모테산도의 화려한 표정과 우라하라주쿠의 골목 문화가 나란히 존재한다. 이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지점 중 하나가 자일 오모테산도다.
자일 오모테산도는 캣스트리트와 오모테산도가 만나는 교차점에 자리한 상업 건축물이다. 네덜란드 건축 그룹 MVRDV의 작품으로, 주변 상업 건축이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거대한 포장지처럼 변해버린 상황에 대한 반응처럼 읽힌다.
이 건물은 바로 옆의 디올 오모테산도와 비교하면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디올이 정교하고 투명한 케이스 같은 인상을 준다면, 자일은 검은 블록들이 비틀리듯 쌓인 모습이다. 매끈하고 통제된 럭셔리 부티크와 달리, 자일은 여러 방향에서 들어갈 수 있는 동선을 만든다.
일반적인 명품 매장은 파사드에 하나의 출입구를 두고, 내부 동선 역시 브랜드가 정한 흐름을 따르게 만든다. 반면 자일은 중앙 출입구 외에도 지하 계단, 외부 계단, 각 층으로 이어지는 여러 문을 둔다. 현재 사용되는 외부 진입 문만 해도 12개에 이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든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 반항적인 건물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샤넬을 비롯해 메종 마르지엘라, 꼼데가르송, 로마 디자인 스토어, HAY 등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아우르는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겉보기에는 불친절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안쪽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궁금증을 만든다.
4층 카페 테라스에서는 옆 건물인 디올 오모테산도 로고가 보이는 인증샷 스팟도 있다. 서로 완전히 다른 태도를 가진 두 건물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장면은 꽤 묘하다. 경쟁하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관계처럼 느껴진다.
래그태그 오모테산도에서 보이는 투명함과 폐쇄감의 미묘한 균형
자일을 나와 왼편으로 돌면 우라하라주쿠에서 이어지는 캣스트리트를 계속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시부야까지 이어지고, 오모테산도의 하이패션 거리와는 다른 캐주얼한 공기가 흐른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하라주쿠 골목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
그 안에서도 래그태그 오모테산도는 건축적으로 꽤 흥미로운 공간이다. 현재는 빈티지 아이템과 중고 의류를 주로 취급하는 매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고급 가구와 인테리어 잡화를 판매하던 공간이었다. 설계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세지마 카즈오가 맡았다.
외벽 전체가 유리로 구성된 점은 세지마 카즈오의 다른 작업들과도 연결된다. 유리와 금속처럼 매끄러운 소재를 사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인상을 만들지만, 이곳은 단순히 속이 다 보이는 건물이 아니다. 얇은 줄무늬가 들어간 유리벽을 이중으로 세우고, 그 줄무늬가 겹치며 물결 같은 무늬를 만든다.
이 효과 때문에 낮에는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고, 밖에서는 내부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개방되어 있지만 동시에 닫혀 있는 느낌이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투명한 유리로,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두꺼운 벽으로 처리되어 있어 이런 대비가 더 또렷하다.
다만 현재는 일부 계단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어 원래의 완전한 투명감을 그대로 느끼기는 어렵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건축적 의도가 멋져도 실제 운영에서는 사용자의 시선과 편안함이 결국 조정점이 된다.
매장 곳곳에 놓인 명작 가구들은 이 공간의 과거를 살짝 떠올리게 만든다. 중고 의류 매장이 된 지금도 단순한 쇼핑 공간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옆에 있는 삼각형 형태의 건물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업으로 알려져 있어, 이 일대는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봐야 더 재미있다.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건축 여행이 기억에 남는 이유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는 하나의 분위기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 블록 차이로 럭셔리 부티크와 스트릿 골목이 바뀌고, 고요한 신사와 번잡한 쇼핑 동선이 겹친다. 그래서 이곳의 건축은 조화를 택하기도 하고, 정면으로 반항하기도 한다.
위드하라주쿠와 코쿠요 공간은 주변의 환경과 생활감을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반대로 자일 오모테산도와 래그태그 오모테산도는 상업 거리의 익숙한 문법을 조금씩 비틀며 새로운 경험을 만든다. 이 둘이 섞여 있기 때문에 하라주쿠만의 공기가 만들어진다.
도쿄에서 현대건축을 보고 싶다면 오모테산도의 유명 플래그십 스토어만 따라가도 충분히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하라주쿠 건축 여행의 진짜 재미는 큰길과 뒷골목을 함께 걸을 때 살아난다. 화려한 브랜드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반항, 그리고 그 반항마저 쇼핑과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는 장면이 이 동네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이케부쿠로 현대건축 여행 코스를 생각하면 처음엔 선샤인시티나 번화가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이 동네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1920년대 건축부터 쿠마 켄고의 수직 정원까지, 생각보다 깊은 시간의 층을 품고 있다. 시부야나 신주쿠처럼 화려한 도심이라는 얼굴 뒤에, 오래된 이미지와 도시 재생의 흔적이 동시에 남아 있는 곳이다.
이케부쿠로는 지금은 도쿄 3대 부도심 중 하나로 익숙하지만, 과거에는 화재로 일부 지역이 사라졌고 형무소, 공사판, 유흥가, 고속도로 아래의 어두운 분위기까지 겹치며 거친 이미지가 강했던 동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의 건축을 보는 일은 단순히 예쁜 건물을 찾는 여행이 아니라, 도시가 자신의 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따라가는 산책에 가깝다.
자유학원 명일관에서 만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조용한 수평선
이케부쿠로역 남쪽 출구에서 메트로폴리탄 호텔 뒤편으로 걸어가면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진다. 번화가의 속도가 조금씩 사라지고, 오래된 보도블록과 낮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끝에 자리한 곳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자유학원 명일관이다.
자유학원 명일관은 일본에서 여성을 위한 교육 이념과 맞물려 만들어진 근대 건축물로, 단순한 학교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20세기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로 거론되던 건축가였고, 이 작은 학교는 그의 유기적인 건축 감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의 매력은 거대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낮게 깔린 수평 입면과 기하학적 패턴이 만드는 차분한 밀도에 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의 학교라 규모는 작지만, 창살과 조명, 의자, 목재 디테일이 공간을 빈틈없이 채운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작다’는 느낌보다 ‘손으로 만든 공간’이라는 감각이 먼저 온다.
특히 운동장 쪽으로 열린 큰 창과 수직 창살은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이지만, 비용을 고려해 통유리에 창살 패턴을 더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빛이 들어오는 방식과 조명의 각도가 절묘해서, 공간 전체가 조용히 장식되는 느낌을 준다. 르 코르뷔지에의 차갑고 기계적인 근대건축과는 다른, 조금 더 따뜻한 결의 근대성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강당까지 보면 자유학원 명일관의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자유학원 명일관은 길을 사이에 두고 본관과 강당으로 나뉜다. 강당은 늘어나는 학생 수를 수용하기 위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자 엔도 아라타가 설계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인 인상은 스승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지만, 입구와 정원의 분위기에서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
본관이 자연을 건물 안으로 부드럽게 끌어들이는 느낌이라면, 강당 쪽은 자연물이 조금 더 분리되어 있는 인상이다. 그래서 두 건물을 함께 보면 같은 계보 안에서도 건축가의 손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게 된다. 여행 중 건축을 보는 재미는 이런 미묘한 차이에서 커진다.
입장할 때 300엔을 추가하면 중앙 카페에서 차와 과자를 곁들일 수도 있다. 건축 답사라고 해서 무겁게만 볼 필요는 없다. 오래된 교정의 나무와 낮은 건물,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며 잠깐 앉아 있는 시간이 오히려 이 장소를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자유학원 명일관을 볼 때 놓치기 아까운 부분
건물의 크기보다 창살 패턴, 조명 각도, 의자와 목재 디테일을 천천히 보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의 분위기가 훨씬 선명하게 다가온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 리뉴얼이 동네 이미지를 바꾼 방식
이케부쿠로 동쪽 출구로 넘어오면 선샤인시티 주변의 고가도로와 빌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활기 있는 상업지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는 공사판과 어두운 공원, 유흥가 이미지가 겹치며 도시의 인상이 꽤 거칠었다고 한다. 그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줬던 장소 중 하나가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이다.
지금의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은 밝고 정돈된 잔디광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전에는 어둡고 무섭고 지저분한 공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역과 가까운 좋은 입지였기 때문에, 이 공간이 바뀌면 이케부쿠로의 이미지도 빠르게 달라질 수 있었다.
7년에 걸친 리뉴얼 이후 이 공원은 지나치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장소로 바뀌었다. 잔디밭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앉고 쉬게 만드는 장치가 됐고, 그 변화만으로도 동네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물론 흡연 민원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도시 재생이 꼭 거대한 건물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쿠마 켄고 도스마 구청 정원은 무료 전망대처럼 즐기는 곳
선샤인시티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도스마 구청과 아파트가 결합된 도스마 에코뮤제 타운이 보인다. 이 건물은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설계를 맡았던 쿠마 켄고 사무소의 작업으로, 외부에서부터 재활용 목재와 식물, 태양광 패널이 겹쳐진 듯한 독특한 표정을 보여준다.
이 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0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경사진 수직 정원이다.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가면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전망대와는 다른 조용한 풍경이 펼쳐진다.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면서도 사람이 많지 않아, 날씨 좋은 날에는 유료 전망대보다 더 여유롭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이 정원은 오후 4시까지만 개방되기 때문에 시간을 놓치면 가장 좋은 장면을 보기 어렵다. 이케부쿠로 건축 여행 코스에 넣는다면 자유학원 명일관을 먼저 보고, 점심 이후 동쪽으로 넘어와 늦지 않게 도스마 구청 정원을 보는 흐름이 편하다.
밖에서 보이던 패널은 가까이서 보면 더 흥미롭다. 재활용 목재, 태양광 패널, 실제 식물들이 섞여 있고 층마다 배열과 높이가 조금씩 달라서 걷는 동안 시선이 단조로워지지 않는다. 쿠마 켄고 건축에서 자주 보이는 수직 루버와 목재 감각은 내부에서도 이어진다. 엘리베이터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도 수직 루버가 분위기를 정리해줘 조잡하기보다 질서 있게 느껴진다.
이케부쿠로 건축 여행은 번화가의 다른 얼굴을 보는 일이다
이케부쿠로는 낮보다 저녁부터 더 활기를 띠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유흥가와 상업시설, 캐릭터 숍, 선샤인시티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자유학원 명일관 같은 근대 건축,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 같은 도시 재생의 흔적, 쿠마 켄고의 공공건축이 숨어 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오츠카의 라멘집 나키루를 점심 동선에 넣어도 좋다. 8년 연속 라멘으로 미슐랭 원스타를 유지한 곳으로 언급될 만큼 유명하고, 탄탄면의 깔끔함이 인상적인 곳이다. 다만 웨이팅이 길어 선뜻 가볍게 들르기는 어렵다. 이른 점심을 잡을 수 있을 때만 현실적인 코스가 된다.
이케부쿠로 현대건축 여행 코스의 재미는 “이 동네가 이런 곳이었나”라는 감각에 있다. 100년 전 교육 이념을 담은 작은 학교에서 시작해, 어두운 이미지를 벗으려는 공원, 그리고 살아 있는 나무 같은 건물을 꿈꾼 공공청사까지 이어진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조금 느린 도쿄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케부쿠로는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동네다.
도쿄 러닝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도시가 예뻐서만은 아니다. 고쿄의 신호 없는 평지, 아카사카의 언덕, 토요스의 바닷바람, 요요기 공원의 흙길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러너의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여기에 온러닝은 매장, 커뮤니티, 시착, 사진, 식사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엮어 러닝을 운동이 아닌 도시형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한다.
[내용]
도쿄 러닝 코스와 온러닝 런클럽 후기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그냥 운동하러 간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새벽의 고쿄를 달리고, 아카사카 언덕에서 숨이 차오르고, 요요기 공원의 흙길을 밟는 장면마다 도시가 러너를 위해 일부러 설계된 것처럼 느껴진다.
도쿄는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직접 뛰어보면 그 감각은 더 선명해진다. 길은 끊기지 않고, 시야는 넓게 열리고, 오래된 돌담과 유리 마천루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도쿄 러닝의 매력은 풍경이 아니라 몸의 리듬을 도시가 받아주는 방식에 있다.
고쿄 러닝 코스는 도쿄의 시간을 발로 통과하는 길이다
히가시니혼바시에서 출발해 니혼바시, 오테마치, 고쿄, 마루노우치, 야에스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약 13km 코스는 도쿄 러닝 입문 코스로 꽤 매력적이다. 숙소가 고쿄에서 1km 안팎이라면 출발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새벽 5시 30분쯤 도시가 아직 완전히 깨어나기 전 달리면, 도쿄 도심을 거의 혼자 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쿄에 가까워질수록 바닥의 감각이 달라진다. 왼쪽에는 에도성의 오래된 돌담과 해자가 있고, 오른쪽에는 유리와 강철로 세워진 현대식 빌딩이 서 있다. 오래된 시간과 현재의 밀도가 동시에 밀려오는 장면이다.
이 구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다. 신호가 거의 없어 리듬이 끊기지 않고, 길의 폭과 시야가 러너의 호흡을 안정시킨다. 뛰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도시가 나를 밀어주는 것 같은 감각이 생긴다.
고쿄에서 아카사카까지 이어지는 LSD 코스는 중급 러너에게 더 짜릿하다
고쿄를 중심으로 아카사카 별궁과 메이지 진구 가이엔까지 연결하는 약 20km 전후의 LSD 코스는 조금 더 깊은 도쿄 러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고쿄 5km 구간은 평지 중심이라 리듬을 만들기 좋지만, 아카사카로 넘어가면 언덕과 내리막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고쿄 러닝에는 암묵적인 에티켓도 있다. 반시계 방향으로 달리고, 보행자를 우선하며, 지나치게 시끄럽게 굴지 않는 분위기다. 누가 강하게 통제하지 않아도 질서가 유지되는 점이 흥미롭다. 공간이 가진 무게가 사람의 행동을 조용히 조정하는 느낌이다.
아카사카 별궁 주변은 속도를 내기보다 풍경을 받아들이는 구간에 가깝다. 오르막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다가, 내리막에서 몸이 풀리는 리듬이 있다. 다만 고저차가 있는 구간이라 무리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후반부에 다리가 먼저 잠길 수 있다.
토요스 공원 러닝은 바람과 평탄함이 동시에 기억난다
토요스 공원 주변 러닝 코스는 고쿄나 요요기처럼 반드시 넣어야 할 대표 코스는 아니다. 접근이 애매한 구간도 있고, 일부 동선은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토요스 쿠루리 공원 방향으로 단순하게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블루보틀 커피 토요스 공원점 부근에서 출발해 일자로 뻗은 길을 달리면 페이스 유지가 쉽다. 도쿄만, 레인보우 브리지, 하루미 쪽 풍경이 열리고, 마루노우치와는 전혀 다른 임해부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이 코스는 감성적인 러닝보다 훈련에 가까운 매력이 있다. 길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페이스주나 긴 호흡의 조깅에는 오히려 좋다. 다만 바닷가 특유의 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고, 코스 중간에 음수대가 많지 않다. 물과 에너지젤은 미리 챙기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온러닝 긴자 런클럽은 운동보다 먼저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게 만든다
온러닝 긴자점의 런클럽은 흔히 생각하는 러닝 모임과 결이 다르다. 단순히 모여서 달리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매장이라는 공간을 통째로 경험하게 만든다. 폐점 후 매장에 들어가 QR 인증을 하고, 팀 컬러 팔찌를 받고, 평소에는 닫혀 있는 지하 라커룸으로 내려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엑시 헌트 코디네이트 배틀 같은 프로그램은 러닝과 쇼핑, 스타일링을 묘하게 섞는다. 한 팀은 도심을 달리며 사진을 찍고, 다른 팀은 온러닝 제품으로 코디를 만든다. 기록 경쟁보다 브랜드를 어떻게 입고 느끼는지가 중심이 된다.
흥미로운 건 온러닝이 제품의 한계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고강도 운동이나 트레일 환경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을 스태프가 직접 한다. 좋은 브랜드 경험은 무조건 장점만 말할 때보다, 안 맞는 상황까지 솔직하게 보여줄 때 더 강하게 남는다.
도쿄 런클럽이 오래 기억나는 이유
러닝화 한 켤레를 체험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매장 동선, 라커룸, 팀 활동, 사진, 대화, 시착 시간이 모두 하나의 장면처럼 연결된다. 그래서 참가자는 물건을 본 것이 아니라 브랜드 안에서 잠깐 살아본 느낌을 받는다.
요요기 공원 트레일러닝은 도심 속 흙길이라는 반전이 있다
하라주쿠와 캐스트리트 근처에서 트레일러닝을 한다고 하면 처음엔 조금 낯설다. 하지만 요요기 공원 바깥쪽에는 흙길과 경사, 나무뿌리, 굴곡이 살아 있는 구간이 숨어 있다. 도심 한복판인데도 발바닥으로는 전혀 다른 질감을 느끼게 된다.
온러닝 캐스트리트 프로그램은 아침에 매장에 모여 신발을 고르고, 요요기 공원으로 이동해 워밍업을 충분히 한 뒤 시작된다. 골반, 엉덩이, 무릎 주변을 깨우는 준비 과정이 길게 들어가는 것도 평지 러닝과 다르다.
첫 바퀴는 코스를 익히는 시간이다. 흙의 질감, 꺾이는 경사, 발목을 고정해야 하는 순간을 몸으로 읽는다. 두 번째 바퀴는 페이스를 나누어 조금 더 본격적으로 달린다. 처음에는 숨이 차지만, 평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트레일 특유의 긴장감이 금방 올라온다.
온러닝 런클럽 후기가 브랜드 마케팅처럼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
러닝이 끝난 뒤 매장으로 돌아오면 베이글과 물이 제공되고, 러닝 사진 링크와 우선 입장 카드가 이어진다. 하나하나만 보면 작은 서비스지만, 운동 직후 몸이 가장 민감해진 순간에 경험이 이어지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온러닝은 “우리 신발을 사라”고 직접 밀어붙이기보다, 제품을 둘러싼 시간을 먼저 만든다. 달리고, 신어보고, 이야기하고, 사진을 받고, 다시 매장에 들어가는 흐름 속에서 제품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그래서 러너는 소비자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을 받는다.
이 점에서 도쿄 러닝과 온러닝 런클럽은 서로 잘 맞는다. 도쿄는 이미 러너의 몸이 움직이기 좋은 구조를 갖고 있고, 온러닝은 그 도시의 리듬을 브랜드 경험으로 번역한다. 운동을 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하루 전체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쿄 러닝은 결국 도시를 읽는 가장 느린 방법이다
고쿄의 돌담 옆을 달릴 때, 아카사카 언덕에서 숨이 차오를 때, 토요스 바닷바람에 몸이 밀릴 때, 요요기 공원의 흙길에서 발목을 세울 때 도쿄는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놓치는 도시의 층이 달릴 때는 몸에 남는다.
그래서 도쿄 러닝 코스는 단순한 운동 루트라기보다 도시를 읽는 방식에 가깝다. 여기에 온러닝 같은 브랜드가 개입하면 러닝은 더 이상 신발 기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간, 사람, 취향, 커뮤니티가 함께 묶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다음에 도쿄의 아침 거리를 달린다면, 내가 좋아한 것이 풍경인지 도시의 설계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어쩌면 그 기분 좋은 감각은 우연이 아니라, 도시와 브랜드가 아주 정교하게 준비해둔 장면일지도 모른다.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남산 자락과 장충동 언덕이 맞닿는 길목.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간이 쌓인 공간 위에 젊은 감각을 덧입힌 앰배서더 서울 풀만이 자리하고 있다.
1955년 국내 최초 민영호텔인 ‘금수장’으로 문을 연 이곳은, 한국 호텔 산업의 시작점을 품고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최근 미식, 웰니스, 현대적 공간 설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전통 특급호텔의 이미지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 남산 아래 쌓인 70년 시간···헤리티지 위에 얹은 젊은 감각
호텔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공간이 가진 시간의 밀도다. 최근 서울 도심 럭셔리 호텔들이 화려한 조형미와 압도적인 스케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앰배서더 서울 풀만은 오랜 시간 축적된 공간의 결 자체를 강점으로 활용한다.
지난 2022년 전면 리뉴얼 이후 객실, 로비, 공용 공간은 보다 현대적인 분위기로 재정비됐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뉴트럴 톤을 더해 클래식 호텔 특유의 무게감은 유지하면서도 올드한 인상을 벗었다.
남산뷰와 시티뷰를 조망할 수 있는 총 264개 객실 역시 호텔의 핵심 자산이다. 객실 창밖으로는 남산의 부드러운 능선과 역동적인 서울 도심 풍경이 한 시야에 겹쳐진다. 여기에 장충동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지며 서울 한복판에서도 한층 밀도 있는 휴식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웰니스 공간인 4층 ‘어반 이스케이프(Urban Escape)’은 앰배서더 서울 풀만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수영장 한쪽 벽면을 투명한 아크릴 마감재로 처리해 물속의 움직임이 드러나는 ‘투명 풀(Pool)’이 감각적 인상을 선사한다. 사계절 온수풀로 운영되는 개폐형 유리 돔 구조를 채택해 계절의 경계를 허물었다. 돔이 닫히면 아늑한 온실형 실내 풀로, 완전히 개방되면 도심 속 야외 리조트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풀 주변에 배치된 프라이빗한 카바나와 자쿠지는 이국적인 휴양지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다. 바로 옆에 위치한 다이닝 바인 ‘풀 하우스 테라스’에서는 물놀이와 함께 핑거 푸드를 즐길 수 있도록 동선 효율을 높였다. 도시 감각과 휴양지의 느슨한 여유가 한 공간안에서 교차하는 셈이다.
◇ ‘호빈’부터 ‘그로서리아’까지···F&B에 무게추
최근 앰배서더 서울 풀만이 가장 힘을 싣는 축은 식음(F&B) 경쟁력이다. 외부 고객까지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미식 목적지’로 존재감을 키우며 콘텐츠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간이 정통 중식당 ‘호빈(豪賓)’이다. 중식의 대가 후덕죽 셰프가 총괄하는 미식 공간으로, 호텔 중식당 특유의 정제된 분위기, 완성도 높은 코스 구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프리미엄 라이브 뷔페 ‘더 킹스(The Kings)’ 역시 핵심 공간으로 꼽힌다. 라이브 스테이션 중심 구성과 트렌디한 메뉴 운영을 통해 가족 단위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고 있다.
국내 최초 식재료 쇼핑·다이닝 경험을 결합한 그로서란트(Grocerant) 콘셉트 레스토랑 ‘1955 그로서리아’도 눈길을 끈다. 호텔의 출발점인 1955년의 헤리티지를 현대적 방식으로 풀어낸 공간으로, 미식·라이프스타일 경험을 결합해 호텔 F&B의 유연한 확장을 상징하는 사례다.
이 같은 변화 이후 고객층 역시 한층 달라진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중장년층 고객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에는 20·30 세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으며 세대가 확장된 모습이다.
◇ 남산·DDP·광화문 잇는 장충동 입지
공간의 서사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무기는 장충동이라는 독보적인 입지다. 장충체육관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명동, 광화문 등 서울의 주요 핵심 상권과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남산과 을지로·동대문 라인을 동시에 연결하는 위치 특성상 관광객과 비즈니스 수요를 함께 흡수하기 용이한 구조를 갖췄다.
덕분에 서울의 가장 역동적인 중심부를 두고 있음에도 지역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가 호텔 내부로 들어오는 소음을 정돈하며 도심 한복판에서 이색적인 정적을 만들어낸다.
이 차분한 정취는 호텔 내부의 콘텐츠를 온전히 누리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남산의 곡선을 품은 객실, 웰니스 콘텐츠, 대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미식 경험이 정교한 서사로 완성되는 셈이다.
국내 호텔 산업 초창기부터 이어져 온 헤리티지 위에 미식과 웰니스, 현대적 체류의 경험을 촘촘히 쌓아올린 앰배서더 서울 풀만은, 도심 체류형 라이프스타일 거점으로 그 존재감을 견고히 다져가고 있다.
집이 오래된다는 건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는 뜻만은 아니다. 어떤 집은 몇 년만 지나도 낡아 보이고, 어떤 집은 20년이 넘어도 오히려 더 깊은 분위기를 만든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신켄스타일 중목구조 주택은 후자에 가까운 집이었다.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실내 곳곳에 그대로 드러난 굵은 목재 골조다. 보통은 숨겨야 할 구조가 이 집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가 된다.
골조를 숨기지 않으니 집의 표정이 달라진다
신켄스타일의 집에 들어서면 기둥과 보가 실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목조주택에서 일부 목재를 포인트처럼 보여주는 경우는 흔하지만, 집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골조 목재를 내부에 드러내는 방식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구조와 마감, 디테일이 동시에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보기 좋은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목재가 벽 속에 감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결로나 곰팡이 문제를 확인하기 쉽고, 혹시 문제가 생겨도 바로 눈에 보인다. 숨겨진 하자는 발견이 늦어질수록 집의 수명을 깎아먹는데, 신켄스타일은 애초에 그 가능성을 줄이는 쪽으로 집을 만든다.
신켄스타일 중목구조의 가장 큰 매력은 구조를 감추는 대신 집의 미감과 유지관리 방식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다르다. 따로 과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골조 자체가 공간의 리듬을 만든다. 나무가 벽지나 장식재처럼 덧붙은 것이 아니라 집의 뼈대로 서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유행을 덜 탄다.
외단열이 만들어낸 벽의 새로운 쓰임
일반적인 목조주택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단열재를 넣는 중단열 방식을 많이 쓴다. 신켄스타일의 집은 기본적으로 외단열을 적용한다. 덕분에 내부 기둥 사이 공간이 비워지고, 그 공간은 수납이나 진열을 위한 벽으로 바뀐다.
이 벽을 신켄스타일에서는 플레이월처럼 활용한다. 입주자가 직접 선반을 달거나 물건을 배치하면서 집을 조금씩 자기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막상 생활해보면 이런 차이가 꽤 크다. 벽은 단순히 막는 면이 아니라, 물건을 정리하고 취향을 보여주는 생활의 배경이 된다.
집의 규모도 흥미롭다. 소개된 모델하우스는 가로 6m, 세로 7m, 2층 연면적 약 24평 규모의 콤팩트한 집이다. 작은 집인데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공간을 무조건 크게 만들기보다, 필요한 부분과 비워야 할 부분을 분명하게 나눴기 때문이다.
모이스 보드와 공기 순환 설비가 생활감을 바꾼다
벽 마감에는 석고보드 대신 모이스라는 무기질 보드가 사용된다. 모이스는 습기와 냄새 조절에 강점이 있고, 보드 자체가 마감재 역할을 한다. 그 위에 다시 도장이나 벽지를 덧바르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생활하는 사람 입장에서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실내 전체 벽이 습도와 냄새를 조절하는 소재로 구성된다면, 장마철이나 겨울철 실내 공기 느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연 성능과 구조용 내력벽 기능까지 갖춘 소재라면 단순 마감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신켄스타일 주택에는 공기 지열·솔라 시스템 계열의 열 관리 방식도 들어간다. 지붕의 태양열 집열판을 통과한 따뜻한 공기를 집 안으로 순환시켜 난방에 활용하는 구조다. 자막에서는 겨울철 가스비가 거의 들지 않고, 팬을 돌리는 전기료 정도만 든다는 설명이 나온다.
집을 오래 쓰게 만드는 디테일
신켄스타일은 구조를 드러내고, 외단열로 벽을 활용하며, 수리 가능한 외장과 공기 순환 설비를 함께 계획한다. 그래서 집을 완성품으로 끝내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고치고 바꾸며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
낮은 층고가 오히려 아늑함을 만든다
요즘 주택을 이야기할 때 높은 층고는 거의 장점처럼 따라붙는다. 하지만 신켄스타일의 집을 보면 꼭 높아야만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층 천장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낮게 계획되어 있고, 대신 거실 상부에는 보이드를 둬 좁은 공간에서 높은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
처음엔 낮은 천장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 공간에서는 다른 느낌이 생긴다. 불필요한 체적을 줄이면 공사비도 줄고, 난방해야 할 공간도 줄어든다. 그 대신 필요한 곳에 높이를 몰아주면 집 안에 리듬이 생긴다.
높은 층고가 무조건 좋은 집의 기준은 아니며, 생활 자세와 공간 흐름에 맞춘 높이가 더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2층의 낮은 창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창은 바닥에서 어느 정도 높이를 띄워 설치되지만, 이 집의 창은 좌식 생활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바닥에 앉았을 때 바깥 풍경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창이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집 안에서 사람이 어떤 자세로 시간을 보내는지까지 생각했다는 느낌이 든다.
대각선 배치가 집과 마당의 관계를 바꾼다
신켄스타일의 또 다른 특징은 배치다. 일반적인 단독주택은 대지 모양에 맞춰 건물을 반듯하게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켄스타일은 집을 정남향이나 풍경, 마당의 관계에 맞춰 대각선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방식은 단순히 독특해 보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건물을 비스듬히 놓으면 마당과 실내의 시선이 달라지고, 이웃집과의 거리감도 새롭게 생긴다. 작은 대지에서도 창이 바라보는 방향,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 외부 공간의 쓰임이 바뀐다.
창호 역시 일반적인 미닫이나 여닫이만 고집하지 않고 회전식 창호를 사용한다. 중목구조의 기둥보 방식 덕분에 내벽을 비교적 자유롭게 세우거나,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철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족 구성이나 생활 방식이 변해도 집이 어느 정도 따라갈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외장은 낡는 것이 아니라 고쳐 쓰기 쉽게 만든다
신켄스타일의 외장 계획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간이 지나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 소재를 쓰고, 문제가 생기면 해당 부분만 뜯어내 확인하거나 교체할 수 있게 만든다. 집을 처음 지을 때만 멋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10년 뒤와 20년 뒤의 수리까지 염두에 둔 방식이다.
자재는 시간이 지나면 단종될 수 있다. 처음에는 좋아 보였던 특수 자재도 나중에 구할 수 없으면 유지관리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 부분 교체가 가능한 디테일, 오래 버티는 철물과 비스까지 신경 쓰는 것이다.
집을 오래 쓰려면 처음 시공비만 볼 것이 아니라, 훗날 고장 났을 때 열어보고 고칠 수 있는 구조인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외관의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얼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숙성된 표정이 된다. 실제로 25년 된 신켄스타일 모델하우스는 오래된 건물이라기보다 잘 관리된 목조주택 특유의 깊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나무가 노화되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되는 장면이다.
집을 상품처럼 만들되, 삶은 획일화하지 않는다
신켄스타일은 집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다룬다. 기획된 모델로 지을 수도 있고, 주문형으로도 지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집을 상품화했다는 말이 획일적인 집을 찍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법과 철학, 디테일의 기준을 정리해두고 그 안에서 생활에 맞게 변주하는 방식에 가깝다.
신입사원에게 목수일부터 시킨다는 이야기도 이 회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설계와 영업만 아는 것이 아니라, 집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몸으로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 작은 창 하나, 낮은 천장 하나, 외장 비스 하나에도 실무적인 감각이 배어 있다.
사장님의 집을 스터디하우스로 활용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반 사양이 아닌 창호를 직접 설치해 시험하고, 정원까지 바꿔가며 실험한다. 집을 완성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테스트하고 고쳐가며 더 나은 방향을 찾는 태도다.
오래 사는 집은 유행보다 태도에서 시작된다
신켄스타일 중목구조 주택을 보면 화려한 장식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보게 된다. 구조를 감추지 않는 정직함, 시간이 지나도 고칠 수 있는 외장, 낮지만 편안한 층고, 생활 자세에 맞춘 창, 공간을 낭비하지 않는 계획이 모여 하나의 스타일이 된다.
특히 인상적인 건 집을 ‘새것처럼 유지해야 하는 물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색이 변하고, 외장은 조금씩 표정을 바꾸고, 가족의 생활 방식도 달라진다. 신켄스타일의 집은 그 변화를 막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한국의 단독주택에서도 배울 부분이 많다. 무조건 넓고 높고 새것 같은 집을 목표로 하기보다, 오래 살면서 고치고 바꿀 수 있는 집이 더 현실적인 답이 될 수 있다. 막상 보면 이런 집이야말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쪽에 가깝다.
카구라자카 건축 여행은 도쿄를 조금 다르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코스입니다. 시부야나 신주쿠처럼 큰 간판과 인파가 먼저 떠오르는 도쿄와 달리, 카구라자카는 언덕과 골목, 오래된 가게와 프랑스풍 디저트숍, 신사와 현대건축이 묘하게 섞여 있는 동네입니다.
이곳이 흥미로운 이유는 별명부터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카구라자카는 도쿄 안의 작은 교토라고도 불리고, 동시에 작은 파리라고도 불립니다. 일본적인 골목 정서와 프랑스 문화의 흔적이 한 동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카구라자카는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찍는 동네라기보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층위를 읽는 여행지에 가깝습니다.
카구라자카가 작은 파리로 불리게 된 이유
카구라자카가 작은 파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에는 도쿄일불학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어 교육과 문화 교류를 위해 1952년에 세워진 장소로, 이후 주변에 프랑스 이주민과 관련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며 리틀 파리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프랑스 시설이 있어서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구라자카 자체가 언덕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고, 이 지형이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을 떠올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리의 분위기와 문화적 배경이 함께 작용해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도쿄일불학원은 구관과 신관의 대비도 볼 만합니다. 구관은 일본의 1세대 건축가 사카쿠라 준조가 맡았고, 신관은 현대적으로 개방감 있는 공간을 잘 다루는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했습니다. 한 캠퍼스 안에서 시간 차이가 나는 두 건축 언어를 함께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도쿄일불학원에서 보이는 오래된 교육 공간과 새로운 만남의 공간
구관은 70년 전 건축답게 비교적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의 나선형 계단은 학생용과 교직원용 동선을 나누기 위한 장치로, 당시의 교육관과 공간 인식이 반영된 부분처럼 보입니다.
반면 신관은 훨씬 열려 있습니다. 유리로 된 강의실과 계단식으로 배열된 층,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 작은 계단들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고 대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어학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 간의 대면과 교류이기 때문에, 건축이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이곳의 매력은 원생이 아니어도 일부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자료실과 캠퍼스 분위기를 함께 보면, 카구라자카가 왜 작은 파리라고 불리는지 조금 더 쉽게 이해됩니다.
카구라자카를 걷기 전에 보면 좋은 장면
도쿄일불학원은 카구라자카의 프랑스적 이미지를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구관과 신관을 함께 보면, 오래된 교육 공간이 현대적인 열린 캠퍼스로 바뀌는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디저트숍과 일본 오래된 브랜드가 함께 있는 거리
카구라자카의 골목은 언덕과 함께 기억됩니다. 경사가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프랑스풍 간판과 오래된 일본 가게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 동네는 한 방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방금 전까지 파리 같은 분위기였는데, 몇 걸음 뒤에는 교토의 골목처럼 느껴집니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프랑스 디저트 체인 오 메르베이유 드 프레드입니다. 머랭을 기반으로 한 디저트와 대형 샹들리에가 파리의 분위기를 내지만, 카구라자카 지점은 거리의 톤에 맞춰 조금 더 차분하게 조정된 느낌을 줍니다.
한편 이 동네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도 자리합니다. 유명 상권인 긴자나 시부야가 아니라 카구라자카에 이런 브랜드와 가게들이 모여 있다는 점만 봐도, 이 동네가 가진 이미지와 결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카기 신사는 전통 신사를 현대적으로 바꾼 사례입니다
카구라자카 메인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아카기 신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오랜 역사를 가진 신사이면서도, 현대적인 인상이 강한 장소입니다. 바로 옆의 고급 주택과 함께 쿠마 켄고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마 켄고는 목재를 자주 사용하는 건축가로 유명하지만, 이 신사에서는 나무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신사의 핵심 요소는 유지하면서도 콘크리트와 유리벽을 함께 사용해 훨씬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특히 조경도 인상적입니다. 나무가 일정하게 줄지어 심긴 것이 아니라 제각각 놓인 듯 보이는데, 기존 나무의 자리를 가능한 살리며 건축을 배치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신사와 맨션이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전제로 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보존과 갱신을 함께 고려한 프로젝트로 볼 수 있습니다.
아카기 신사는 전통을 그대로 복제한 공간이 아니라, 오늘의 도시 속에서 신사가 어떻게 다시 읽힐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라카구는 창고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살린 리노베이션입니다
카구라자카에는 쿠마 켄고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라카구도 있습니다. 오래된 책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건물 자체를 크게 바꾸기보다 도로와 입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손을 본 사례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쌀과 식품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일본 전역의 쌀을 취급하고, 원하는 만큼 도정해 조합해주는 서비스도 있으며, 식재료 패키지 역시 일반 마트와는 다른 감각을 보여줍니다.
이 공간이 재미있는 이유는 건물의 낡은 외관과 내부 콘텐츠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만약 완전히 새 건물로 바뀌었다면 대형 마트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기존 창고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 오히려 식문화와 보존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카구라자카의 매력은 새롭고 화려한 건물만 찾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오래된 구조를 어떻게 남겼는지 함께 봐야 이 동네의 분위기가 보입니다.
가파른 언덕 끝에서 만나는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
카구라자카에서 조금 더 조용한 거리로 이동하면 와세다와 맞닿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일대에는 고급 일식집과 오래된 호텔, 종교 시설이 곳곳에 있고, 언덕의 경사도 꽤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 길 끝에서 만날 수 있는 건축물이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도쿄 도청을 설계한 단게 겐조의 작품이며, 일본의 첫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그의 건축 세계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외관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감싸져 있어 상당히 미래적인 인상을 줍니다. 얼핏 최근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964년에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60년 전의 건축이 여전히 현대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조형의 힘이 느껴집니다.
성당 내부에서 느껴지는 단게 겐조의 압도적인 스케일
세키구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외관만 독특한 건물이 아닙니다. 전체 형태는 전통적인 대성당처럼 십자가 구조를 따르고, 옆에는 높은 종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현대적인 재료와 조형을 사용하면서도 종교 건축의 정통성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서면 기울어진 콘크리트 벽면이 십자가 형태의 공간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장식이 많지 않아도 스케일 자체가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빛과 구조, 콘크리트의 질감이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외감이 생기는 공간입니다.
이 성당은 프랑스 선교사들이 세운 프랑스학당과도 연결되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구라자카 일대가 프랑스 문화와 여러 층위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카구라자카는 밤이 되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카구라자카는 낮에 건축과 골목을 따라 걷기에도 좋지만, 해가 진 뒤에는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가로등이 켜지고 이자카야와 비스트로가 문을 열기 시작하면, 낮의 차분한 골목이 조금 더 은근하고 깊은 거리로 바뀝니다.
도쿄 여행에서 유명한 대형 명소에 익숙해졌다면, 카구라자카는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랜드마크 하나만 보고 끝나는 여행보다, 언덕을 오르고 골목을 돌며 건축과 가게, 오래된 도시의 분위기를 함께 보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립니다.
작은 교토와 작은 파리라는 별명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카구라자카는 일본적인 거리의 결, 프랑스 문화의 흔적, 현대건축의 개입이 한 동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도쿄를 여러 번 방문한 사람에게도 충분히 새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주 오레브리조트 전경제주 서귀포는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손꼽힌다. 바다와 산, 숲과 하늘이 어우러지고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이곳은 국내를 넘어 해외 여행객들의 주목을 받는 지역이다. 이 같은 자연 환경의 중심에 럭셔리 리조트 '오레브'가 있다.
오레브 리조트는 삼매봉개발이 운영하는 하이엔드 프로젝트로, 삼매봉개발은 JW 메리어트 제주와 레지던스, 오레브 리조트,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가 함께 조성된 복합관광단지를 개발한 전문 기업이다.
빌 벤슬리가 설계한 제주 오레브리조트 외관
푸른 제주 바다가 내다보이는 오레브리조트 객실
■'머무름' 자체가 작품이 되는 곳, 오레브
오레브 리조트는 단순한 숙박시설이나 세컨드하우스의 개념을 넘어선다. '머무름' 자체를 하나의 가치로 확장한 프라이빗 리조트이자, 삶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멤버십 기반의 하이엔드 프로젝트다. 제주 특유의 희소한 입지와 글로벌 감각의 공간 디자인, 웰니스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프리미엄 리조트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경쟁력은 입지다. 오레브는 서귀포 핵심 관광권역에 자리하며, 제주 올레길 7코스와 인접해 있다. 주상절리와 범섬을 한눈에 담는 파노라마 오션뷰, 한라산과 바다가 동시에 펼쳐지는 풍경, 그리고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후는 제주 남서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남극노인성'이 관측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길운과 장수를 상징하는 별을 볼 수 있는 장소적 의미까지 갖췄다.
공간 설계 역시 차별화된다. 오레브 리조트의 공간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 및 조경 디자이너 빌 벤슬리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타임'지가 '이색 호텔 디자인의 왕'이라 극찬한 그는 전세계 럭셔리 리조트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거장이다. 오레브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과 현대적 미학을 결합했으며, 공간 곳곳에는 특별한 큐레이션 요소가 반영됐다.
벤슬리의 디자인은 단순한 화려함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미니멀리즘의 반대말'로 불릴 만큼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그 뿌리는 철저히 해당 지역의 '로컬리티'에 둔다. 오레브 역시 제주의 해녀, 유채꽃, 현무암의 질감 등 제주만의 요소를 현대적 예술로 승화시켰다.
리조트 내 산책로와 정원 식재 하나에도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연을 해치는 대신, 건축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하는 그의 기법은 오레브를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예술적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했다. 이는 일반적인 리조트와 오레브를 구분짓는 핵심 요소다. 여기에 제프 쿤스, 필립 파레노, 김창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공간 곳곳에 배치돼 있어 리조트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처럼 완성된다. 또 단지 내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단색화의 대가인 박서보 화백의 미술관 오픈이 예정돼 있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리조트의 품격을 결정짓는 문화적 앵커 시설이 될 전망이다.
오레브는 또 웰니스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한 공간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주목받는 '건강한 럭셔리(Healthy Luxury)' 트렌드를 반영해 단지 내에 제주 유일의 국민 보양온천인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를 조성했다. 온천법에 따라 온도와 성분, 시설 기준을 충족한 곳에만 부여되는 '보양온천'의 지위는 오레브의 희소성을 뒷받침한다.
오레브 리조트의 또 다른 차별점은 객실 자체에 있다. 모든 객실은 서귀포 앞바다와 범섬이 한눈에 펼쳐지는 오션뷰로 설계돼 있으며, 창 너머로 제주 바다의 변화하는 풍경을 일상처럼 누릴 수 있다. 특히 분양형 객실은 78평 규모의 넉넉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여유로운 프라이빗 스테이와 장기 체류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JW 메리어트 제주 호텔 및 레지던스와 함께 형성되는 프리미엄 인프라도 강점이다. 숙박, 다이닝, 골프, 요트, 웰니스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복합 하이엔드 생활권은 국내 리조트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야외)
오레브리조트와 맞닿아 있는 제주 올레길 7코스 오레브리조트 제공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가치와 혜택
오레브 리조트는 이미 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 창립 분양과 1차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확인했다. 희소한 제주 프리미엄 자산에 대한 수요와 오레브만의 차별화된 가치가 맞물리며 빠른 관심을 이끌어냈다. 오레브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5월, 2차 분양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기회를 기다려온 수요층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분양은 '올 인클루시브' 타입과 '프리미어' 타입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라이프스타일과 이용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프라이빗 리조트의 품격 있는 혜택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회원제는 입회 방식에 따라 7년 리콜형, 10년 만기형으로 운영되며, 기간 경과 후 반환이 가능한 구조로 안정성을 고려했다.
멤버십 혜택 역시 차별화돼 있다. '올 인클루시브' 회원에게는 매년 1700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제공되며, 이를 통해 리조트 연 30박과 호텔 10박 이용이 가능하다. 포인트는 호텔 수영장과 핫스프링 앤 스파 등 단지 내 주요 시설은 물론 요트 투어 등 익스클루시브 프로그램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골프 50% 할인권과 호텔 내 식음업장 할인 등 다양한 프리미엄 혜택도 포함된다. 분양가는 '올 인클루시브'가 회원제 기명 기준 3억5000만원, '프리미어'는 2억5000만원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안정성이다. 일정 기간 이용 후 원금 반환 구조가 적용되는 안정형 멤버십 형태로 운영돼 소비성 회원권이 아닌 가치보존형 자산으로 접근 가능하다. 사용하면 할수록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더해지는 구조다. 오레브가 강조하는 '경험의 자산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를 채우는 농업보다 가슴을 채우는 농업이 이상적이다. 삶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꿀 수 있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천안 연암대 스마트원예과에서 가르치는 채상헌 교수의 말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귀농·귀촌 전문가. 농촌 생활의 이론과 실제에 해박한 ‘고수’다. 농사의 명암은 물론 시골살이의 이런저런 요철에 환하다. 젊었을 적엔 LG화학 산하 연구소에서 잡초와 제초제를 연구했다. 그러다가 농사에 관심과 의욕을 느껴 귀농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농사의 호된 쓴맛만 보고 물러났다. 이처럼 ‘귀농 실패자’ 신세로 추락했지만 농업에 꽂힌 열정 온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일본으로 날아가 도쿄농공대학 농학부에서 열공해 농학 박사학위를 받은 게 아닌가. 이후 연암대 원예과 교수로 부임했다. 대학에 귀농귀촌센터를 설치해달라고 내건 조건을 관철하고서.
뭐랄까, 채 교수는 자신의 내부에 장착된 근성과 뚝심이 이끄는 대로 내닫는 스타일이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 간다! 내가 좋아하는 우물 하나를 골라 끝까지 파는 데 인생의 책무가 있지 않은가!’ 그런 대찬 슬로건을 내심에 담은 양, 유한한 시간을 유익한 쪽으로 사용하는 데 공들여 개성을 돋워온 인생 여정. 채 교수가 점찍은 우물은 물론 농업이다. 그는 난해한 직종에 속하는 농업에 올인해 삶을 한껏 고양하고 싶었으리라. 농업의 어떤 측면에 매력을 느낀 걸까?
“살면서 ‘난 지금 밥값을 하고 있나?’를 자주 생각한다. 밥값을 하기보다 밥그릇 키우기에 쏠린 삶은 좋지 않다는 자성을 하며 사는 것이다. 즉 욕망이 지시하는 대로 달려가기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도모하자는 생각을 중심에 두었다. 농업은 그 실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농업에 내재한 윤리적 건전성, 생태적 건강성 등을 고려할 때, 생각과 가슴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농사라고 봤다.”
농업을 삶에 끌어들인 그의 방식엔 특별한 장면이 있다.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대목이 그렇다. 이미 교수직을 가지기도 했지만, 한 차례의 귀농 참패를 통해 농사의 어려움을 통절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주민욱 프리랜서)
텃밭 정도의 작은 농사에 자족하는 귀촌 타입의 시골 생활이 삶의 진정한 열매를 딸 만한, 더 똑똑한 방법일 수 있다는 데에도 생각이 닿았다. 그래서 2021년, 직장과 그리 멀지 않은 아산시 송악면의 농촌으로 귀촌했다. 한적한 시골에서 유쾌한 일상을 영위하고자 했다. 자신과 아내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귀촌을 결행한 것이다.
“2004년에 정부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성인의 30% 정도가 시골 생활을 바라는 걸로 나타난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부턴 매년 40만~50만 명이 농촌으로 내려갔다. 엄청난 메가트렌드다. 사람들은 왜 시골로 갈까?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부모로 열심히 살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없었다는 자각에 추동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시골에서 육체적·경제적으로 다소 힘들망정 ‘내가 비로소 주인이 되는 삶’을 바라는 철학적 방향 전환에 따른 귀촌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난 그들에게 작은 촛불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농업의 이론과 실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민욱 프리랜서)
작물들의 생태 자체가 스승이다
채 교수가 아내와 단둘이 살아가는 시골집엔 ‘시골살이궁리소’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너른 뜰엔 길차게 자란 소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드리워 상쾌하다. 소나무보다 더 많고, 시각적으로 더 압도적인 구조물도 즐비하다. 이른바 ‘쿠바식 틀밭’이 숱하게 널려 있는 것. ‘틀밭 키친가든’이라 부르는 텃밭 정원이다. 목재, 플라스틱, 철재 등속으로 제작한 틀밭의 초록 색조와 기하학적 구성에 힘입어 텃밭 자체가 참신한 정원으로 진급한 모양새다. 틀밭은 채 교수가 해온 시골살이에 관한 갖가지 ‘궁리’의 집합체인 ‘시골살이궁리소’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시그니처 물상이다. 그는 재래 텃밭보다 기능적이고 미적인 틀밭 농사법을 이곳에서 시현, 시골 생활자들에게 틀밭의 우수성을 채택할 기회를 부여한다. 가든 디자인, 목공, 온실 짓기, 잡초 방제법 등도 가르친다. 안전하고 흥미로운 시골살이를 위한 실용적 조언과 철학적 제안도 한다. 이 모든 아이템을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묶어놓고 주기적으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수강생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예비 귀촌·귀농인, 또는 시골 생활 초심자들이 참여한다. 모집 시점의 경쟁률이 매우 높다. 참여자들은 틀밭이 다량으로 설치된 이곳에서 시골 생활에 필요한 많은 걸 체험하고 익힌다. 각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참여자들을 돕는다. 나 역시 강사 역할을 하지만, 딱히 나를 통해 배우라고 강변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구사한 모델을 보여줄 뿐이다. 취사선택과 자기화는 각자가 알아서 할 몫이다.”
틀밭엔 흙과 잡초의 관리가 용이한 점을 비롯해 장점이 많다. 단점은 없나?
“생산성이 낮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이는 노동력을 덜 빼앗기는 방식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장점일 수 있다. 시골에 내려와 다들 텃밭 일구는 데 뼈가 빠지도록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큰 농사는 기계가 거의 다 하지만 작은 농사는 삽과 호미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정원과 텃밭의 풀을 뽑다가 관절염에 걸렸다고 투덜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도시에서보다 더 바쁘게 산다는 얘기도 흔하고.
“어쩌면 시골은 ‘바보들의 천국’이다. 수시로 텃밭의 잡초를 뽑으며 무념무상에 빠지다니. 채소류를 사서 먹으면 더 싸고 편하지만, 풍성한 수확물을 거두는 데 재미를 느껴 관절염을 무릅쓰는 게 아닌가. 가령 소량의 배추를 길러 급할 때 뽑아 먹는 정도에서 만족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굳이 자식들과 친지들에게 줄 김장용까지 잔뜩 기르느라 고생을 사서 한다. 그런 식으로 일상을 밀어붙이면 결국 풀 뽑기에 치를 떨게 되고, 급기야 굴레에 갇히기 십상이다.”
(주민욱 프리랜서)
시골 생활의 묘미를 맛보긴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
“과욕은 버리고, 삶을 관조해 ‘나’를 반추하는 일상을 누리는 게 필요하다. 그게 ‘나답게’ 사는 첩경이다. 가령 관조의 눈으로 시골의 자연을 바라볼 경우, 모든 게 경이롭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잦다 보면 자기 변화가 일어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귀촌한 이들의 목적은 대체로 맘 편히 살자는 데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해결해주는 주변의 자연에 큰 관심과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에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마당이 스승이다. 사계의 순환과 생명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물들의 생태 자체가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슴에 담게 하는 교사다. 요즘 같은 초봄, 얼어붙었던 흙을 헤치고 당차게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라. 거의 기적이지 않은가. 싹눈만 그런 건 아니다.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외경을 느낀다. 그럴 땐 나의 삶이 통째 변할 것 같은 감흥에 빠지곤 한다. 시골 생활의 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에 묻히는 시간을 덜어 ‘나’와 세상과 삶을 관조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비울 건 비우고 채울 건 채우는 게 즐거운 귀촌 생활의 포인트라 본다.”
(주민욱 프리랜서)
‘궁리’가 그의 가솔린, 연속적인 일은 터보 엔진!
채 교수는 관조 있는 삶을 추구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가다듬고 인생이라는 미스터리를 응시, 해법을 궁리하며 사는 게 좋은 시골 생활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는 조용한 캐릭터의 소유자? 한가한 일상을 구가하는 이? 아니다. 눈엔 피로가 엉겼지만 입에선 시종일관 군더더기 없는 달변이 쏟아진다. 몸은 쉴 새 없이 재깍거리는 초침처럼 바쁘다. 교수 직분을 수행하고,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작물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그는 날마다 종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래서야 무슨 수로 시골 생활의 재미를 볼까 싶다. 일할 땐 미친 듯 일하되, 놀 땐 신바람 나게 놀아야 생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러나 그는 어딘가 산정에 오르고 싶은 사람이다. 그 어딘가는 농대 교수로서, 농업 활동가로서 제 몫을 완수하는 지점, 바로 그곳이다. 따라서 목적지에 도달할 ‘궁리’가 그의 가솔린이며, 연속적인 일이 그의 터보 엔진이다.
“귀촌 이후 한시도 쉬지 않고 일에 취해 산 나머지 체중이 확 줄었다. 그러나 일 자체가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한다. 진부하게 흘러가기 쉬운 삶에 깊이를 부여해준다. 돈과 명예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제어 능력을 길러준다.”
귀촌이 삶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라면, 귀농은 경제효과를 노릴 수 있는 방책이라 한결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귀농은 권장할 만한가?
“고도의 신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생 전답에 땀을 뿌리고 산 농부의 얘긴 이렇다. ‘농사는 백 년을 지어도 갈피 잡기 어렵다.’ 신규 귀농인에겐 진입장벽이 엄청 높아지기도 했다. 예컨대 땅값이 상승해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 자금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소규모 농사, 또는 텃밭 농사로 자족하는 게 낫다.”
당신의 귀촌은 사람들을 시골로 보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외지인 수혈에 따른 효과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나?
“시골로 들어가는 도시인이 많아야 농촌이 살아난다. 이를테면 우리 마을엔 군내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데, 귀촌인이 많아지면 바로 해소될 문제다. 외지에서 온 이들이 원주민들의 파이를 뺏어 간다고 보는 눈도 있지만 오해다. 공유할 파이의 크기가 커지는 효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주민욱 프리랜서)
그동안 거둔 성과를 자평한다면?
“내가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농촌이다. 그걸 실현해 농업계에 한 획을 긋고 싶었다. 그러나 나처럼 부족한 사람이 그게 가능하겠나. 매사 정신 바짝 차리고 뛰는 게 고작이다. 한 획에 못 미치는 한 점이나마 찍자는 생각으로 일에 묻혀 산다.”
“서너 시간쯤 잔다. 날마다 그렇다. 고뇌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니다. 원래 체질이 그렇다.”
뒤집어지기 쉬운 게 사람의 마음이다.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채 교수는 발군이다. 농촌 살리기. 그 지난한 일을 가열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니 말이다.
채상헌 교수가 주는 귀농 Tip
•시골 생활을 결정하기 전에 자신을 성찰해, 시골에서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부터 정립하자. 또 그 이유를 글로 써보자. 몇 줄이라도 쓸 게 없는 사람이라면 시골행을 재고하자. 의도와 방향이 불분명한 귀농·귀촌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착하기까지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게 시골살이다. 두렵고 힘든 일이 돌출할 걸 예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뚜렷한 이유와 가슴 설렘이 있다면, 부부가 함께 시골행을 공감한다면, 그때부터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가자.
•귀농의 경우엔 집과 농지를 서둘러 마련하지 마라. 초기 1, 2년은 귀촌 형태의 생활을 하며 농사 기술과 농촌 물정부터 익히는 게 현명하다. 귀촌의 경우엔 굳이 너른 터를 장만할 것 없다. 일복만 터지기 십상이니까. 부부 두 명이 살 경우 661㎡(약 200평)쯤의 터를 잡자.
•귀촌 후 딱히 하는 일 없이 사는 건 실로 따분하다. 신속하게 늙어가는 지름길이다. 찾아보면 일거리는 많다. 도시에서 쌓은 경륜을 밑천으로 누구나 재능 발휘가 가능하다. 도시에서 벌어들인 수준에 맞먹는 소득을 거둘 수도 있다. 농사에 뛰어들어 버는 돈보다 더 나은 수입 획득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자그만 민박 영업이라도 하라. 민박과 동시에 도마나 나무젓가락처럼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기지를 발휘해 소득을 배가하라.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다각도로 소득원을 발굴해 생동감 넘치는 시골살이를 영위하자는 얘기다. 그게 가능한 게 시골이다.
•체력과 활동성이 떨어지는 시니어라면, 하다못해 무라도 소량 재배해 로컬 매장에 갖다 주자. 수익은 적을망정 활력을 얻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맑은 물을 마시고 파란 하늘만 바라보며 살다간 우울증이 현관문을 노크할 수 있다는 걸 유념하자.